[김동환의 정치워치] 신보수주의의 유언
지난 달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전 총리가 별세했다. 일본의 전성기를 주도한 그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그는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일본의 총리로 활약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서면서 "증세
없는 행정개혁"을 주장했다. 1970년대 이후 일본의 복지
지출은 지속되고, 이로 인해 정부 재정은 악화되었다. 복지국가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할 것인가", "공공
부문 개혁을 통한 세출 억제를 추구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일본은 직면했다.
세금 인상이 정치적 반발이 크다는 것을 간파하고, 경제적
자유주의를 주축으로 삼아 시장의 활력, 민영화, 규제 완화, 보조금 삭감 등의 조치를 통해 작은 정부를 주장했다. 파벌 정치의 정착으로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카소네는 관료조직을 우회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면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폈다. 사적인 자문기관을 다수 설치하여 관료를 적대시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아젠다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결정구조를 만들어 냈다. 일본 자국 정치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그치지 않고, 신국제주의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구했다. 당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상징되는 신냉전 상황의 도래를 염두에 두고,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일동맹을 강화에 노력했다.
나카소네는 취임 직후 한국을 전격 방문했다. 일본 총리로서는 첫 방한이었다. 세지마 류조라는 친한파 특사를 파견해 전두환 정부와 막후 교섭을 벌였고, 한일관계 공고화를 통해 한·미·일 삼각관계 재구축을 냉전기 일본
외교의 핵심으로 삼았다. 당시 미국과 일본은 "운명공동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동요하지 않는 미일동맹을 세계에 과시했다. 소련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신냉전 상황 속에서 일본이 국제 안보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정치적 의사표현이었다.
이전의 역대 일본총리와는 다르게 경제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국제 무대에서 일본의 적극적
역할을 향상시키는 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일본 경제에서의 신자유주의, 국제 정치에서의 신국제주의의 결합을 일본에서는
신보수주의라 평가한다. 특히, 나카소네의 정치적 감각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추진이었다. 그가 추구한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국영기업 민영화라 할 수 있는데,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행정 및 재정적
의미 이외에도 커다란 정치적 교훈을 안겨 주었다. 당시 일본의 국영기업은 일본 내 최대 공공부문 노동조합을 구성하는 조직이었고,
자민당의 라이벌 사회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이들 국영 기업 노조는 자신들의 생활
기반이 국가 예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에 대한 압박과 로비가 굉장히 중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사회당을 지지해 오던 노동조합이 민영화로 인해 사회당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은 보수의 우위를 담보하는 길이기도 했다.
나카소네는 "전후 체제의 총결산"을
공언했다. 이는 민영화를 통해 사회당이 대표하고 있는 국가재정 의존적 구조를 타파하면서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사회당의 비현실적 외교노선을 비판하고 보수의 우위를 확인하려고 한 정치적 의지이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떠한 생각을 전하고 싶었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나카소네는 그의 정치 인생에서 유언을 남겼다. "진보 정당을 철저히 견제하고 세계 최강국과 가까이 지내라"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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