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중보건국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불거진 미국발 액상형 전자담배 폐질환 사태로 인해 흡연자 절반 이상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비슷하게 유해하거나 더 유해하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PHE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담배가 흡연 관련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을 일반 담배보다 훨씬 적게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흡연자들의 절반 이상이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유해하거나, 더 유해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흡연자들 사이에 퍼진 전자담배에 대한 ‘잘못된 공포’는 일부 전문가나 단체가 신빙성이 결여된 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해 6월 미국심장학회지(JAHA)에 실렸던 ‘담배와 건강 평가에 대한 미국 성인 대상 전자담배 사용 및 심근경색’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올해 초 철회되면서 전문가 집단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학회지에 발행 됐던 논문이 철회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해당 논문은 연구 분석 과정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 데이터에도 큰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결국 신뢰성의 심각한 결여로 인해 논문이 철회됐다.
원래 이 논문은 지난해 학회지에 등재 직후 해당 전문가들에게 주목 받았다. 전자담배 사용이 일반 담배보다 심근경색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이 논문의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대마성분 포함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이슈가 불거진 이후 전자담배에 대한 맹목적인 공포감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눈총도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PHE는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했던 폐질환 사례는 대마 성분인 THC(Tetrahydrocannabinol) 함유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된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질환의 주 원인이었다"며 "해당 성분은 영국에서 니코틴 함유 제품에 사용하는 것이 이미 금지돼 있었고 이런 이유로 영국에서는 미국에서 발생한 폐질환과 유사한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전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과도한 공포로 많은 일반담배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주저하게 되고, 결국 가장 해로운 형태인 일반담배 흡연을 지속해 흡연자의 건강이 악화되고 조기 사망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우려다.
PHE 건강증진국장을 맡고 있는 존 뉴턴 교수는 “영국에서 하루에 220건의 조기사망을 유발하는 일반 담배와 비교하면 전자담배는 훨씬 덜 해롭다”며 “이번 PHE의 보고서는 보건전문가들이 환자들에게 금연을 위한 전자담배 사용의 이점에 대해 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의 의료부문 최고책임자를 맡고 있는 크리스 위티 교수는 “흡연자들이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완전히 금연하는 것이지만,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보다 안전한 대안 제품으로 사람들의 금연을 도울 수 있다”며 “이번 보고서는 니코틴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공공정책에서 전자담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 시켜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킹스 칼리지의 앤 맥닐 교수는 “영국에서 전자담배 사용은 성인 흡연율 감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고, 전자담배를 사용한 청소년의 경우에도 이미 일반담배 흡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전자담배에 대해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규제당국은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데보라 아노트 ‘흡연과 건강에 대한 행동연대’ 최고책임자는 “2030년까지 ‘담배연기 없는 사회’라는 영국 정부의 비전을 달성하려면 더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하도록 도와야 하고, 전자담배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영국의 전자담배 규제 방식에 대해 근거도 없이, 잘못된 공포를 만들어 내는 언론 보도로 인해 전자담배로의 전환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지 버터워스 영국 암연구분야 정책 관리자는 “이 보고서는 일반 담배 대비 전자담배의 상대적인 유해성이 낮다는 점을 다시 한번 흡연자들에게 확인시켜 준다”며 “영국 내 비흡연자와 미성년자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PHE는 잘못된 공포가 일반담배 흡연자의 전자담배 전환을 막으면 안된다며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관련기관과 정부의 올바른 안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PHE는 "잘못된 정보와 과도한 공포로 인해 많은 일반담배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주저하게 되고 가장 해로운 형태인 일반담배 흡연을 지속하게 된다"며 "소비자들이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정보와 인식을 갖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다애기자 da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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