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초등 습관 대입까지 간다!’ 평생 습관의 골든타임을 잡아라.
김은희 에이젯(AJET) 창의융합학원 예술과학센터(AS Center)원장이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초등 자녀들의 습관 들이기에 어려운 시기를 감안하여, 초등학생 때부터 생활 습관, 학습 습관을 어떻게 잡아 주면 좋을 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코로나로 인해 무너진 일상. 두 달이 넘는 휴교와 이어진 온라인 개학에 초등학생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이어진다.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살아요.’, ‘밤에는 늦게 자고 낮에는 게임만 하니 큰일이네요.’, ‘먹고 움직이지 않아 살이 확 쪘어요’ 등 고민도 다양하다. 초등학교 개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우리 아이의 공부 습관, 생활 습관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 잡아주면 좋을까?
우선, 우리 아이의 현재 수준을 고려해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다시 세우자. 현재 학년에서 수학의 기본 개념도 모르는 학생에게 선행학습 문제 풀이를 꾸준히 시킨다면 좋은 공부 습관으로 자리 잡기 전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된 진단평가 후 우리 아이에게 최적화 된 목표가 필요하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몸이 유연한 옆집 아이가 리듬체조를 배우는 것이 멋져 보여서, 친구들이 다 축구클럽에 들어가니까 식의 무작정 따라 하기는 금물이다. 아이에게 딱 맞는 종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게 되고, 꾸준히 지속해야 습관으로 단단히 굳어지기 때문이다.
계획은 구체적인 것이 좋다. ‘살이 쪘으니 운동을 하자’ 보다는 ‘30분간 줄넘기를 하자’, ‘영어 단어를 공부하자’ 보다는 ‘하루에 10개씩 단어를 외우자’가 훨씬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가 된다. 당장 하루에 영어단어 20개를 외우면 좋겠지만 그 시작은 3개 혹은 5개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작은 성공 경험이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은 동기로 연결되고, 그런 시간들이 모여 자존감이 되기 때문에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꼭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전략적으로 만들자. 경영학에서는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의 ‘넛지(Nudge)’란 개념이 있다. 넛지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강요하지 않고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계산대 앞에 음료수 판매대를 설치하는 단순한 변화로 매출을 늘리는 것이 그 예이다.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집안 곳곳에 책을 비치하는 것, 비타민을 매일 챙겨먹기 위해 정수기 위에 약병을 올려놓는 영리함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필요하다.
‘30분 줄넘기 하자’는 목표는 ‘5교시까지만 있는 월요일 금요일에 학교에서 집으로 오기 전 놀이터에 들려서 줄넘기 30분하기’로 바꿔보자. 이러한 조직화 된 시스템 하에서 아이는 더 자주, 더 오래,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더 쉽게 행동을 지속하게 되고 마침내 습관이 형성된다. 의지력만 탓하지 말자. 단어장을 아예 식탁에 올려놓고 밥 먹고 자리를 뜨기 전 단어를 외우게 한다면 매일 꼭 해야 하는 활동(밥먹기)에 목표하는 활동(단어외우기)을 끼워 넣는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이도 저도 너무 안 된다면 상황을 만들어보자. 방과후 수업, 학원, 소모임 등 목표하는 활동을 정해진 시간에 꼭 하게 약속된 환경으로 이끄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매일 반복하기는 누구나 힘들다. 하지만, 일단 일정 궤도에 안착한 좋은 습관은 ‘끝까지 해내는 힘’의 근원이 된다. 하나를 성공하면 둘, 셋은 쉬워지고 결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필자가 초등학교 근무 당시, 특정 과목에서 두각을 드러낸 학생이 이후 다른 과목까지 골고루 실력이 향상해 팔방미인으로 성장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예를 들어 음악 콩쿨에서 입상한 학생이 영어 말하기 대회에도 출전하고 나중엔 전교회장까지 당선되는 경우다. 성공 경험이 있는 아이는 그 다음 더 도전에 기꺼이 임하기 때문이다. 몸에 근육이 많으면 기초 대사량이 높은 것처럼 습관의 근육이 있는 학생은 성취도가 높다. 어떤 학생은 방과 후 숙제 한 장도 일기 몇 줄도 버겁지만, 좋은 습관을 가진 다른 학생은 똑같은 시간에 숙제는 물론이고 공부하고, 예체능 수업도 하고, 친구와 놀기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쩌면 초등학생 때 공부는 학습 그 자체 보다 습관 기르기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예술적 경험을 위해서도 좋지만 어려운 눈과 손의 협업을 꾸준히 성실하게 해내며 소위 ‘엉덩이 힘’을 기르는 효과도 있다. 어린 시절 잘 모르는 것, 어려운 것을 해낸 좋은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는 경쟁력이고 재산이다. 대략 초등 저학년 열 살 무렵이 습관을 기르는 골든타임이라 보면 좋겠다. 열 살 때 공부를 잘한 학생이 반드시 좋은 대학을 간다고는 할 수 없지만, 더 좋은 대학과 가까운 자리에 있을 확률은 분명히 높다.
물론 자동화된 행동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루 5시간을 기계적으로 앉아있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모두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그룹들을 추적 연구한 결과 그들이 가진 가장 큰 특징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끈기, 오뚜기 정신과도 같은 ‘그릿(Grit)’을 꼽았다.
인도에서는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어릴 때 다리에 족쇄를 묶어놓는다고 한다. 그러면 나중에 몸집이 커져 충분히 그 족쇄를 끌고 도망을 갈 수 있어도 코끼리는 절대 도망가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이 정해놓은 한계, 낙심이나 부정적인 자아상은 아이의 성장을 저해하는 족쇄가 된다. 성공의 필수 요소는 좋은 재능, 부유한 환경 보다는 ‘할 수 있다’ 스스로를 믿으며 좋은 습관을 반복하는 긍정적인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좋은 습관과 더불어 아이에게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부모님이 먼저 우리 아이가 좋은 습관과 함께 잘 자랄 것이라 먼저 믿으면 된다. 부모님도 100% 신뢰하지 못할 지라도 일단 좁쌀만한 믿음을 가지고라도 선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넌 정말 잘 해낼 꺼야. 엄마 아빠는 널 믿어’라고 말이다.
이번 코로나 펜데믹만 지나면 우리 아이들의 생활은 걱정이 없을까? 다시 바이러스가 유행한다는 불안한 예측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우리의 인생은 계획대로만 되지 않을 것이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늘 공존하는 건 아닐까? 스트레스를 받는 극한 상황이 되면 우리는 내재된 습관을 자동적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운동이 습관인 사람은 운동을, 책으로 해답을 찾는 사람은 책을 찾을 것이다. 술과 담배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우리의 아이들은 코로나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습관으로 귀향하게 될까? 그리고 그 선택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예측하기란 정말 어렵다. 물론 정답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자는 그 가진 하나마저 빼앗길 것이다’라는 사실이다.
◆ 김은희 원장은
마포어린이영어도서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에이젯(AJET) 창의융합학원에서 예술과학센터 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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