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100% 보증서도 소용없는 소상공인 대출의 아이러니
[서울경제TV=정순영 기자] “100% 보증서까지 있는데 부결된 이유가 뭘까요?”
생계가 어려워 지역의 한 시중은행을 찾았다가 대출을 거부당한 소상공인이 한 카페에 남긴 질문이다.
신용보증기관의 100% 보증서를 갖고 있었지만 허사였다. 내부등급 미달이라는 이유다.
은행은 전혀 손해볼게 없는데 뭐가 문제일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은행 담당 직원은 한 술 더 떠 “등급 관리를 어떻게 한 거냐”며 쯧쯧 혀까지 찼다고 한다.
대출해주기 싫으면 그만이지 “다른 은행들도 등급을 안 좋게 본다”는 둥 잔소리는 왜 더 얹은 것일까.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을 위해 긴급대출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미끼로 은행 상품을 강매하는 ‘꺾기’는 기본인데다, 알 수 없는 은행별 내부 등급을 이유로 95% 보증서는 물론 100% 보증서를 갖고 있는 고객들의 긴급대출까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위 부위원장은 “소상공인 대출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자금 애로사항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평했으니 현장과의 온도차가 얼마나 큰지 가늠키 어려운 수준이다.
도대체 보증까지 서준다는데 왜 대출을 안 해주느냐고 은행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더니 나오는 대답은 ‘정부 탓’이었다.
은행마다 다른 내부 규정을 강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나서서 통합을 해야 한다는 변이다.
은행들의 대출 내부 심사 기준은 은행마다 다를 뿐 아니라 지점마다 또 다르다.
어찌나 중구난방인지 같은 은행이라 하더라도 부결된 보증서를 갖고 다른 지점에서 심사를 받으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주먹구구’ ‘내맘대로’ 식 기준인데, 마치 소상공인들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봉사라도 하는 양 생색은 있는 대로 내고 있는 셈이다.
오늘도 소상공인들은 누구나 대출해준다는 100% 보증서를 들고 높디높은 은행들의 긴급대출 장벽을 가늠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녀야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도, 국회도, 법원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은행들의 ‘기준 없는’ 내부 기준에 농락당하면서./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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