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더 빨리”…유통가 배송 속도 경쟁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앵커]
유통업계에 빠른 배송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하루 단위를 넘어 시간 단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유통가의 배송 속도 경쟁과 이로 인한 업계 판도 변화, 또 폐혜까지 짚어보겠습니다. 경제산업부 문다애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기자. 먼저 각 사별로 배송 서비스 전략을 비교해보겠습니다. 하나씩 설명해주시죠.
[기자]
먼저 배송 경쟁에 나선 이커머스 업계의 대표 기업 쿠팡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쿠팡은 빠른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의 권역을 현재 70% 수준에서 100%인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는데요. 이는 지난 1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공개된 내용입니다.
이미 국내 30개 도시에 170개 이상 물류센터를 세운 쿠팡은 전국으로 서비스 확대를 위해 우선 전국 7곳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더 지을 계획입니다.
일단 공개된 곳은 대구, 대전, 충북, 광주 등인데요. 지난 2010년 회사를 창립한 이후 10년간 투자했던 규모인 230만㎡보다 더 많은 물류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한 투자 금액은 조 단위입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인터뷰를 통해 배송 혁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는데, IPO를 통해 조달한 5조원을 ‘새벽배송’과 같은 혁신에 계속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중 약 1조원 가량이 물류센터 건립에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물류센터를 활용해 제3자 물류까지 영역을 확장합니다. 쿠팡은 ‘로켓제휴’ 서비스 명칭을 ‘제트배송’으로 변경했는데요. 제트배송은 물류센터를 활용해 풀필먼트 직매입 상품 외에 제3자인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상품을 ‘로켓배송’하는 서비스로, 현재 시범 운영 중입니다.
[앵커]
이런 쿠팡에 맞서 네이버와 신세계가 손을 잡고 배송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향상시킨다면서요?
[기자]
쿠팡의 상장에 유통업계가 비상이 걸렸는데요. 이에 기존 강자인 신세계는 네이버와 연합군을 결성했습니다. 양사는 지난 16일 2,500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해 동맹을 맺었습니다. 서로 간의 온·오프라인 장점을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높여 쿠팡에 맞서겠다는 전략인데요.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이용 고객수는 신세계그룹 2000만명, 네이버 5400만명에 이르고, 양사 결합을 통해 판매자수는 45만명에 달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여러 전략 중 배송 관련 부분만 짚어보면 지금의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는 물론, 주문 후 2~3시간 내에 도착하는 즉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게 대표적인 전략입니다. 신세계가 가진 전국 7,300여곳의 전국 물류망과 네이버의 물류 파트너사들을 연계하는 방식인데요.
예를 들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물건에 대해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네이버의 다양한 물류 파트너사들이 물류 거점 역할을 하는 이마트 P.P(Picking&Packing)센터에서 상품을 받아 2~3시간 안에 즉시 배송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공동으로 물류 관련 신규 투자까지 적극 검토할 계획입니다.
[앵커]
빠른 배송에 맞서 릴레이 배송도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무엇인가요?
[기자]
쿠팡의 빠른 배송에 맞서 ‘릴레이 배송’도 하나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존 유통 강자들이 택배사 혹은 물류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부족한 배송 인프라를 메꾸는건데요. 앞서 설명 드린 네이버, 신세계 역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앞서 지난해 네이버가 CJ와 지분교환으로 CJ대한통운의 물류망까지 가져왔기 때문인데요. 이로써 이커머스인 네이버, 오프라인 강자인 신세계그룹, 물류 강자인 CJ대한통운 삼각편대가 구축됐습니다. 신세계가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도 공유할 수 있게 된겁니다.
롯데도 대형마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한 ‘릴레이 배송’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트 소속의 배송 기사가 차량으로 지역 거점까지 상품을 가져다 놓으면 배달 플랫폼 스타트업에 소속된 배달맨이 오토바이, 자전거 등으로 주문자 집 앞까지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앵커]
배송 경쟁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죠. 어떤가요?
[기자]
배달 음식 속도 경쟁도 거셉니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의 번쩍배달, 쿠팡이츠 치타배달, 요기요의 익스프레스 등이 있는데요. 3사 모두 배달 속도를 더 올립니다.
쿠팡이츠는 배달 속도를 높이기 위해 19년 5월 서울에서 첫 시작한 단건 배달 서비스를 전국으로 넓힙니다. 다음달 강원도와 제주도로 서비스를 넓힌다는 방안으로 이로서 전국 배달 망을 갖추게 됐습니다. 배달의민족 역시 묶음배달을 최소화하고 단건 배달을 늘려 배달 속도를 높입니다. 주문 후 45분 이내 배달을 원칙으로 하는 번쩍배달 서비스가 대표적인데요. 특히 올해 1월부터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단건 배달만을 수행하는 번쩍배을 도입해서 운영 중으로, 앞으로 운영 범위를 확대해 갈 예정입니다. 요기요는 빠른 배달 서비스인 요기요 익스프레스에 적용되는 AI딜리버리 시스템을 개선시켜 속도를 높입니다
[앵커]
화장품 업계도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뷰티업계도 빠른 배송 전쟁에 나섰습니다.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이 대표적인데요.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부터 편집숍 아리따움의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도착’을 시작했습니다.아리따움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배송 대상으로, 관련 배송은 배달대행업체 바로고가 맡았습니다. 오늘도착은 물류센터가 아닌 주소지 인근 매장을 통해 배송돼 빠른 시간 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오후 1시 이전 주문 시, 오후 2시30분~4시30분 사이 받아볼 수 있고 오후 6시30분 이전 주문 시, 오후 8시~10시 사이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에 앞서 CJ올리브영은 지난 2018년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최대 3시간 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주소지와 가까운 매장을 통해 실시간 배송하는 서비스입니다. 수요가 빠르게 늘자 1년여 만에 배송 옵션을 총 3가지로 확대해 운영 중입니다.
[앵커]
이처럼 다양한 업계가 배송 서비스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로 인한 폐해도 나온다면서요?
[기자]
네 속도 경쟁으로 여러 문제도 나오고 있습니다. 배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빠른 배송이 도입된 후 임금이 줄고,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는데요.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 유니온은 배달의민족 ‘번쩍배달’ 정책이 도입된 후 수입이 30% 가량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배달 경로에 따라 복수의 상품을 한 번에 배달하던 기사들이 한 번에 하나의 상품만을 배송하게 되면서 시간당 임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뜻인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식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라이더 입장에서는 1개의 주문만 배달할 수 있어 수입이 줄어들 수 있는 겁니다.
라이더 유니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 기사의 약 83%이 ‘번쩍 배달’ 이후 수입이 감소했다고 답했고, 44%가 평균 노동시간이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이동거리의 중위값은 번쩍배달 이전에는 90~100㎞구간에서 번쩍배달 이후 100~110㎞구간으로 늘었습니다. 단건배차제 도입 이후 배민의 요금체계 변경은 없는 상황입니다.
쿠팡도 같은 잡음이 나옵니다. 앞서 지난 2일 쿠팡이츠의 배달 라이더들은 배달 수수료 인하에 반발하며 하루 동안 진행했다. 쿠팡이츠는 기존 배달 수수료를 3100원에서 건당 2500원으로 조정했기 때문인데요. 수수료가 낮아져 라이더의 수입이 크게 줄어든다는 겁니다. 이에 배달 기사들은 2,500원 요금에 반대의사를 표현하고자 내일인 25일을 자발적으로 배송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또 쿠팡의 경우 소속 택배 근로자들이 연이은 사망사고를 겪으며 이에 따른 잡음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쿠팡맨은 일반 택배기사와 달리 쿠팡이 직접 고용하는 형태의 근로자인데요. 최근 사망 사고가 이어지며 ‘과잉 근로 논란’을 겪어 왔습니다.
[앵커]
해결방안도 짚어보겠습니다. 커지는 배달 시장으로 노무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는데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요?
[기자]
네, 유통업계의 배달 속도 경쟁에서 성패를 좌우할 요인이 시간이 아니라 ‘노무 리스크’ 관리가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오는데요.
전문가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싱크] 권오상 노무법인 의연 노무사
“무리한 운행을 구조적으로 하지 못하게 배달료 캠페인 했던 것처럼 구매자들한테도 전달이 돼서 ‘이거 전체 다 하는 거다.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 거다’ 인식이 같이 동반돼야 하지 않을까 …사고 발생률에 대한 핸디캡을 기사들에게 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한테 중대재해법 된 것처럼 회사들한테 돌려서, 배송 사업을 하는 플랫폼 업체들한테 돌리는 것도…”
[앵커]
지금까지 경제산업부 문다애 기자와 유통업계 배송 경쟁 현황과 전망,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문다애기자 dalove@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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