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호 "기재부, 윤석열 정부 공공기관 인력 감축 압력"
"공공기관 공적 기능 취지 고려 없는 감축 일변도식 일방통행"
[서울경제tv=금용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요구한 혁신계획 제출이 일방적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기관의 인력 감축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송재호 의원(제주시갑,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의 공공기관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부 기관에서 최초로 제출한 혁신계획안에 대해 몇 차례의 수정을 통한 정원 감축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곳에 대해서는 기재부가 직접적으로 인원 감축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혁신계획은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 7월29일 제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확정함에 따라 시행된 정책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기능, 조직‧인력, 예산 등 5대 분야에서 축소 조정을 이룰 것을 발표했다. 이에 350개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혁신계획을 제출할 것을 공문으로 보냈다.
정부는 일부 공공기관 중 최초로 제출한 혁신계획안에서 감축 계획이 없다고 한 곳에 인력 감축을 하도록 수정 요구를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경우, 최초의 혁신계획안에는 인력 감축의 계획이 없음으로 지난 8월 말에 제출했다.
사업회법과 정관에 근거한 기존 사업들이 유지되는 중이므로 기능 폐지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근거였다. 오히려 민주화사업회는 이천에 소재한 민주화운동기념공원 관리운영을 해야 하는 국가 사무의 수탁자로 선정되고, 현재 건립 공사 중인 민주인권기념관(용산구 소재)의 2024년 개관 등에 따라 역할이 확대됐지만, 그럼에도 증원 없이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여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제출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23일, 혁신계획 중 정원을 감축해 수정 제출하라는 요구를 민주화사업회에 전달했다. 이에 사업회는 기능조정 등으로 5급과 무기직 각 1명씩 2명의 정원을 감축한다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5일 뒤인 28일, 다시 수정 요구를 보내 인원을 추가로 감축하라고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화사업회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정년퇴직으로 발생하는 1명의 정원까지 추가로 감축해 3명을 감축하겠다고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달 30일, 기재부는 '사실은 이렇습니다'공지를 통해 각 기관과 소관부처가 제출한 자체 혁신계획안은 해당 기관 및 부처, 민간전문가 TF 등과 긴밀한 협의·검토를 거쳐 확정될 예정임을 밝혔다. 또한 특정부처 주도로 인위적이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 전혀 없음을 시사했다.
송재호 의원실은 행안위 소관인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기별 혁신계획 관련 공문과 제출 계획안을 받아 분석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통해 인원 감축 계획이 없다고 밝힌 기관을 대상으로 2차례에 걸쳐 추가 감축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무조건적인 인원 감축을 전제로 기관에 압력을 가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들이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감축 기조에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에서도 당초 계획안에서 추가로 인력감축 수정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은 우선 지난 8월 19일, 상위 기관인 경찰청에 제출한 첫 자료에서 14명의 정원 감축 효과를 기입한 계획안을 제출했다.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검사'등 4개 사업을 폐지하고 관련 인력 19명을 감축하는 데 이어, '어린이 통학버스 관련 교육' 등 3개 사업은 축소하며 7명을 감축하고, '지방조직 효율화' 등을 명목으로 15명을 감축해 총 41명을 감축하는 대신, 법령개정 등 필요사업에 27명을 재배치하는 방식에 근거한 산출이었다.
도로교통공단은 그로부터 열흘 뒤인 29일, 경찰청에 수정안을 제출했다. 수정된 계획안은 기존 14명의 감축 효과를 명시한 데서 그 인원이 34명으로 2.5배나 감축 규모가 대폭 늘었다.
수정안을 보면, 폐지 사업은 '교통안전시설 경정비 사업'등 2개 사업에 11명 감축으로 줄었다. 그러나 축소 사업은 4개에 12명을 감축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무엇보다 교통직 등 '지원인력 축소'와 '지방조직 효율화' 등으로 감축하는 인원이 35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와 반대로 재배치를 통한 인력조정 규모는 24명으로 당초 계획보다 줄어 총 정원 감축 규모가 34명이 됐다.
이처럼 도로교통공단이 수정안으로 제출한 것은 최초 계획안에 대해 경찰청의 검토의견 및 외부 전문가 자문 결과 등을 반영했다는 이유였다.
송재호 의원실에서 몇몇 기관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이면에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인력 감축을 일정 비율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재부에서는 기관이 제출한 감축 계획 중 재배치를 통한 조정에 대해 다소 엄격한 기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태에서 기관의 인력 재배치 계획이 타당하지 않다고 기재부에서 인정하게 되면, 그만큼 인력을 추가로 더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들이 사실상 정부의 의도에 눈치보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송재호 의원은 "기재부가 겉으로는 구조조정적인 의미로 혁신계획을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일부 사례에서 실제로 인원 감축 요구가 있었고, 기관들이 저마다 눈치를 보며 감축 규모를 맞추는 분위기인 점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압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송재호 의원은 "각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상황과 이에 필요한 인력 체계 등 기관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다양한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정원의 원칙적 감축을 빙자해 무조건적인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의도의 주객전도"라며, "공익 실현과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공공기관의 존재가치를 위축시키고 오로지 수익적 관점에서 공공성을 저하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은 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b00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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