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조율만 14년… 실손청구간소화 올해는 될까
[앵커]
실손보험 가입했지만, 보험금 청구 과정이 번거로워 청구 안하신 분들 많죠.
보험금 청구 과정을 전산화하자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논의, 14년째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지난해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도 내세웠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어 보이는데요. 안갯속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금융부 김미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에 대해 먼저 설명해주시죠.
[기자]
한마디로, 가입자가 직접 서류를 발급받지 않고도 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현재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보험 가입자가 병원을 찾아 각종 영수증과 서류를 뗀 뒤 보험사에 직접 전달해야 합니다. 절차가 번거롭다보니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조사 결과, 이런 이유로 최근 3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 사라진 금액은 7,500여억원에 달했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가 좀 해소될 전망입니다. 보험 가입자가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병원이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직접 보내주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가 2009년 처음 공론화됐을 때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증가 등을 우려해 반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면에서 찬성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의료계는 진료비 정보가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넘어가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병원의 민감한 수익 정보인 비급여 부문이 전산화 표준화될 우려로 꺼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서비스가 도입되면 보험 가입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지겠는데요. 대통령도 이 문제를 두고 해결 의지를 보였었죠?
[기자]
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실손청구 간소화를 제시했었는데요.
실제로 당선 후 정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실 직속의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면서 핵심 추진 과제에 포함한 바 있습니다. 정부 정책 추진 과제로 선정되면서 업계는 오랜 이 논쟁이 모처럼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는데요. 현재로서는 정부 차원의 논의가 많이 보이지 않는 상태이지만, 대통령 관심 과제이기 때문에 이르면 올 상반기에 관련해서 어떤 내용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앵커]
최근 의료계가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아직 논의에 진척 없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의료 데이터를 받아 보험사에 넘길 중계기관 선정에서 업계 간 견해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선 보험업계는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즉 심평원이 중계기관이 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심평원은 현재 의료기관, 약국 등 모두에 시스템적으로 연결돼 있어 비용과 신뢰성 등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의료계는 중계기관을 민간 핀테크 업체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중개기관으로 할 경우, 보험금 청구가 강제화되면서 소비자에게 보험료 인상 등의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반박인데요.
이 때문에 각 의료기관 별로 민간 핀테크 업체를 선정해 보험금 청구를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료계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돼야 제도 도입에 물꼬가 트일텐데, 업계 간 견해 차가 워낙 크다보니 올해 첫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도 이 법안은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의료계 내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아예 받아서는 안 된다는 '강경파'가 존재해 실손 청구화의 길은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앵커]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건 역시 보험 가입자 아니겠습니까. 올해는 좀 해결될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양쪽 간 양보 의사가 없는 만큼 올해도 해결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제3의 중계기간을 선정하는 등 절충안도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일단 전문가들은 업계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및 남용'과 관련해 먼저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자고 조언합니다.
중계기관이 관련 정보를 저장하고 이용하지 못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고, 또한 추후에도 이런 법률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선언이나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먼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입법을 서두른 뒤 이후 소비자, 의료계, 보험업계,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합리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방안을 계속 마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앵커]
네 실손청구간소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kmh23@sedaily.com
[영상편집 채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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