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전문가에 건설 맡겼던 DL이앤씨, 정상 경영 시작하나?

경제·산업 입력 2024-08-16 13:39:44 수정 2024-08-16 13:39:44 이지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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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 의장이어 배원복, 마창민, 서영재 대표, 사라진 LG전자 휴대폰 사업본부 출신
5년여간 비건설업 출신이 경영…실적 악화에 최다 중대재해 발생 오명까지
주택사업 30년 몸담은 박상신 대표 선임…"주택사업 정상화" 기대감 나와

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사진=DL이앤씨]

[서울경제TV=이지영기자] DL이앤씨 새 수장에 박상신 주택본부장이 선임됐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수장이 교체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대표이사 자리는 건설업과 관련 없는 '마케팅통'으로 불리는 LG전자 출신들이 맡아왔는데,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전문 건설통'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그간 DL이앤씨는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면서도 왜 계속 LG전자 출신을 고집했을까. 2019년부터 DL이앤씨의 대표이사 자리에는 LG전자 휴대폰 사업본부(MC사업본부)에서만 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남용, 배원복, 마창민, 서영재 모두 LG전자 시절 LG전자 MC사업본부에 몸을 담았다.


◇ LG전자 휴대폰 사업본부에서 DL이앤씨 대표로

LG전자에서 대림산업(현 DL이앤씨) 건설사업부에 처음 영입된 인물은 남용 전 DL이앤씨 이사회 의장이다.
 

남용 의장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출신으로 2013년 대림산업 고문으로 대림그룹에 영입된 뒤 2018년 3월 사내이사에 오르며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LG전자 재직 당시 2000년대 피쳐폰 시대를 이끌었다.
 

배원복 현 DL대표이사 부회장은 2019년 10월에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 또한 LG전자 휴대폰 사업을 이끈 전문경영인이다. 2010년 남용 의장이 LG전자를 이끌 때 MC사업본부에서 스마트폰 사업 마케팅을 책임졌다.
 

바톤은 마창민 전 대표에게로 갔다. 마 전 대표는 2021년 대림산업이 인적분할로 출범한 DL이앤씨의 초대 대표를 맡았다. 그 또한 2005년부터 LG전자 휴대폰 사업부(MC사업본부)에 몸을 담았다. 2020년 'LG벨벳'과 'LG윙'의 판매와 마케팅도 총괄했는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취임한 다음 해부터 실적은 악화했다. 2021년 영업이익 9,567억원에서 2022년 4,96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에는 3,312억원으로 더 줄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황이 불황이긴 하지만, 3년 내내 영업이익 감소율이 개선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최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이라는 오명도 썼다.
 

이렇듯 마 전 대표가 지난 3년간 실적 부진 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이었는데도 다음 대표이사 자리에는 또 LG전자 출신이 올랐다.
 

바로 서영재 전 대표다. 그는 올해 5월 DL이앤씨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LG전자 재직 당시인 2014년부터 2년간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 본부에 몸을 담았다. 어깨가 무거울 만했던 서영재 대표는 두 달 뒤 자진 사임했다. 정확한 사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건설업 경험이 없는 그가 부담감에 사의를 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왼쪽부터) 배원복 전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이사, 마창민 전 DL이앤씨 대표, 서영재 전 DL이앤씨 대표이사 

◇사내외 이사에도 LG전자 출신 수두룩

DL이앤씨는 'LG맨' 사랑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3월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만 봐도 이사진 자리에 LG전자 출신이 대거 포진됐다. 사내이사 자리에는 LG전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커뮤니케이션실 실장 출신 윤현식 경영지원본부 경영관리실장이, 사외이사 자리에는 LG전자 에어컨·에너지솔루션 사업본부장 사장을 지낸 노환용 LG상록재단 비상임이사가 선임됐다.
 

하지만 대표이사 자리에 LG전자 시절 휴대폰 사업부에 몸담았던 인물들만 올랐다는 점에는 의문이 남는다. 그간 대표이사를 지냈던 LG전자 출신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부진한 성적표다. DL이앤씨의 최근 3년 동안 영업이익 감소율은 평균 67.4%로 비슷한 규모인 대우건설(32.6%) 포스코이앤씨(58.4%) 등보다 2배가 넘게 빠졌다. 건설업황 부진에 주택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DL이앤씨로서 타격이 크긴 했지만, 신사업과 해외시장에서도 주택 부문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케팅통'에서 다시 '건설통'으로 제자리…풀 숙제는?

어쨌든 DL이앤씨는 '마케팅통'에서 다시 '전문 건설통'으로 전략을 바꿨다.
 

건설사 대표 자리에 건설 현장을 경험하지 않은 인사가 자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요 건설사의 대표 선임을 살펴보면, 대부분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건설통'을 내세웠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모두 주택·건축전문가로, 각자 회사에서만 35년 넘게 근무했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DL이앤씨의 새 수장은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이다. 1985년 DL건설의 전신인 삼호에 입사한 뒤 주택 사업에서만 30년 넘게 몸담았다.
 

그는 우선 영업이익률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DL이앤씨의 3년간 영업익 감소율은 별도 기준 평균 67.4%로, 경쟁사인 대우건설(32.6%)·포스코이앤씨(58.4%)·롯데건설(36.9%)을 추월한다.
 

또 신사업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해야 하는 과제도 짊어질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2021년 인적분할 및 사명 변경 후 3년간 주택부문 비중은 줄이고, 플랜트와 친환경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다시 수장이 '전문 건설통'으로 돌아온 만큼, 향후 DL이앤씨의 주택사업 전략이 정상적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eas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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