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함정 유지·보수 우리 기술로"… 연 20조 시장 뛰어든 K-조선

경제·산업 입력 2024-08-28 16:06:06 수정 2024-08-28 16:06:06 김효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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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국들에 문 연 ‘미군 함정 MRO 사업’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인수…지리적 이점 활용
HD현대중공업 “기존 국내·필리핀 조선소 활용”
중국 견제 반사이익·높은 기술력이 K-조선 무기
높은 인건비·낮은 생산성 넘어야 할 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CI. [사진=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K-조선이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은 최근 우방국들에 미군 함정 MRO 사업의 문을 열었다. 본래 존스법에 의해 미국 조선소만이 미군 함정의 건조와 MRO 사업을 할 수 있었다. 존스법은 미국 연안의 승객과 화물 수송은 미국에서 만든 ‘국적선’에만 허용하는 법이다. 하지만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함정을 늘려왔고, 이를 따라잡기 위해 미국은 우방국에 해군 함정 MRO 사업을 허가했다. 함정 건조는 허가하지 않지만, 노후 선박의 유지·보수를 허가한 것이다.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은 연간 2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조선업체 중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가장 적극적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남은 행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잭 리드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은 용산 미군 부대에서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와 이용욱 특수선사업부장, 정승균 특수선 해외사업단장을 만났다. 함정 사업 운영에 대한 여러 현안을 논의했는데, 필리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승인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필리조선소의 주인이 한화로 바뀌면서 선박 건조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필리조선소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선박 운항 시스템 역량과 한화오션의 선박 MRO기술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자체 자동화 로봇기술을 이식해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필리조선소의 위치도 함정 MRO 사업에 이점이다. 필리조선소는 필라델피아 해군 기지와 가까워 해군 수송함 개조 등에 지리적으로 유리하다. 선박 건조 경험도 풍부하다. 대형 상선과 공공선박, 군함 건조 경험이 있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다. 인건비 문제와 노조 리스크, 기술 유출이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인건비와 노조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집었다.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 인수 후 본격적인 MRO 사업에 돌입하면 작업량이 많아지게 돼 노조의 반대가 상당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인건비 등 해소를 위해 현지에 본사직원을 일부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달 중순 국내에서 가장 먼저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따내며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해군 군함 MRO 사업에 참가하기 위해선 함정정비협약(Master Ship Repair Agreement, MSRA) 자격이 필요한데, 이를 가장 먼저 따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는 대신 국내 조선소나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활용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MRO 대상인 미군 군함이 주로 태평양을 통행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미국 조선소의 낮은 생산성과 인건비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K-조선은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의 글로벌 선두주자는 아니다. 일본의 경우 요코스카 해군 기지를 중점으로 미국 함정 MRO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경쟁자가 적고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 없이 한국과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조선 수주 비율이 중국 50%, 한국 35~40%, 일본 5% 내외 나머지가 유럽과 미국인데,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을 미국이 견제하고 있어서다. 일본은 기술 개발과 관련 대학 교육 등이 뒤쳐져 있다. 함정의 선체와 엔진, 추진 등 우수한 플랫폼 기술을 가진 것도 한국 조선소들의 장점이다.


반면 기술 유출 위험은 미국이 꺼려할 만한 요소다. 한국에서 건조한 선박의 기술이 선주를 통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상선 설계, 해군 함정 설계가 분리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상선 설계자가 군함 설계도 할 수 있다. 유럽 고객이 한국에서 상선을 인도받은 뒤 중국에서 다른 상선을 발주할 때 한국에서 만든 선박의 특징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면 중국은 이 기술을 구현할 수 있고, 함정 등 자국 선박에 해당 기술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 조선소 선택을 꺼리게 할 만한 요소이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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