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급발진 주장’에…국과수 “5년간 급발진 의심사고 페달 오조작”

경제·산업 입력 2024-09-11 15:18:41 수정 2024-09-11 15:18:41 정창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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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최근 5년간 분석한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은 모두 페달 오조작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과수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6월까지 총 364건의 급발진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국과수가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차량이 완전 파손돼 분석이 불가능했던 경우(43)를 제외한 나머지 사고(321)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원인이었다.

 

지난 7월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우리나라는 더위만큼이나 급발진 논쟁이 뜨거웠다. 검찰은 과학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 원인이 가속페달 오조작 때문이라며 사고 운전자를 구속 기소했다. 추후 재판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EDR(사고기록장치), CCTV를 비롯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 등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발생 두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급발진 논쟁은 뜨겁다.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게 물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눈여겨 볼 점은 이러한 급발진 논쟁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뜨겁다는 것이다.

 

최근 두 건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 공개로 급발진 주장 사고는 차량 결함이 아닌 페달 오조작이 문제라는 인식이 상당 부분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급발진은 존재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른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급발진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인구 고령화에 따라 한 해 3,000건 이상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발생하는 일본에선 차량 결함으로 차가 스스로 튀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인 급발진이라는 용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급가속또는 페달 오조작 사고등의 용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운전자의 휴먼에러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 혹여 사고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한다면 오히려 솔직하지 못하다라며 비난하는 여론이 있을 정도다.

 

더욱이 페달 오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시스템을 2012년부터 도입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실제 2021년 신차 가운데 이 장치를 탑재한 차는 93% 달했으며, 사고율 역시 10년 전에 비해 50% 가까이 축소됐다.

 

미국에서도 급가속에 의한 사고가 적지 않다. 역시 미국에서도 급발진이란 용어 대신 의도하지 않은 가속(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SUA)’이라고 명명한다. 소비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미국에서조차 아직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가 없다.

 

2009년 발생한 도요타 급발진 사건은 전자계통의 오류가 아닌 가속페달 문제로 결론났다. 이후 페달끼임 현상(pedal sticking down)으로 급발진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보편화돼 있다.

 

반면, 국내에선 급발진 논쟁이 한창이다. 이번 국과수 조사 결과에서와 같이 급발진 주장 사고 대부분이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 나고 있지만 그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주장 현상은 대부분 운전자 본인이 작동시키고 있는 페달이 브레이크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차량 결함에 의해 급발진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 확증편향이 오히려 사고 발생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미디어나 유튜버 등이 내놓는 자극적인 급발진 영상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순간적으로 본인의 착각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급발진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보단 감정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란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급발진을 다룬 유튜브 콘텐츠나 뉴스 댓글에는 그동안 급발진 가능성이 높다고 설파해 온 교수, 정비 명장, 변호사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 때문에 막을 수 있는 페달 오조작 사고를 더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믿었던 소비자들은 그 반작용으로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낀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신차 운전자는 더 조심스럽게 운전하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엔진 굉음과 흰연기가 나는 현상은 급발진의 증거다등의 주장들은 전문가라고 불리는 교수, 정비 명장, 변호사가 실제로 급발진 주장을 펼치며 했던 말이다. 얼핏 들으면 일리 있는 얘기 같아 보이지만 자동차 구조 및 원리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인 것이다.

 

소비자들은 미디어를 통해 이들의 주장에 반복해서 노출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급발진은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급발진은 자동차 설계상 발생할 수 없다는 과학적 주장을 미디어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또 다른 내용 중 하나는 ‘EDR’의 신뢰성 문제이다. EDR은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사고 시점 이전 5초 동안의 각종 데이터를 휘발성 메모리에 기록, 저장하는 구조다. EDR에 기록이 필요한 정보들은 각각의 제어기로부터 수신한다. 사고 차량의 EDR 분석의 핵심인 가속페달과 제동페달에 대한 정보 역시 각각 분리돼 수신된다.

 

EDR로 데이터를 보내는 각각의 모든 제어기가 한꺼번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설명이다. 제어기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EDR에는 고장’, 또는 유효하지 않은 데이터로 기록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가속 사고 발생시 EDR을 기반으로 조사한다. 국내와 달리 해외 국가에서 EDR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급발진 논쟁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목받는 시장이 있다. 바로 페달 블랙박스시장이다. 해외에서 국내만큼 페달 블랙박스 시장이 활성화된 나라가 없을 정도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 시장은 전형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게 하는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 사례라며 급발진 주장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밟고 있는 페달에서 발을 떼라는 인식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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