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포스코가 글로벌 공급 과잉 및 수요 부진, 트럼프 2기 보호무역 정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철강 기술 경쟁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아시아 철강사 최초 2050 탄소중립 달성 로드맵을 제시한 포스코가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AI와 로봇기술이 융합된 인텔리전트 팩토리(Intelligent Factory)로 전환해 미래형 제철소 구현에 나선다.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모든 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통합·서비스해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까지 수행하는 지능형 공장을 의미한다.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
포스코는 한국에 첫 대형 고로를 도입해 산업화의 주춧돌을 놓았고, 이제는 포스코 고유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통해 탄소배출 감축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Hydrogen Reduction Ironmaking) 개발을 완료하고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 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
고로 조업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반응과 환원된 고체 철을 녹이는 용융반응이 석탄에 의해 고로 내에서 동시에 이뤄진다면 수소환원제철 공정에서는 환원반응과 용융반응이 고로가 아닌, ‘환원로’와 ‘전기로’라는 두 가지 설비에서 각각 분리돼 일어난다. 먼저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 철을 제조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조된 철을 직접환원철(DRI·Direct Reduced Iron)’이라고 부르는데, 이후 이 DRI를 전기로에 넣어서 녹이면 쇳물이 생산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1월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열고, ‘하이렉스(HyREX)’ 시험 설비 구축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에는 총괄부서인 ‘HyREX추진반’, 투자사업 관리를 전담하는 ‘투자엔지니어링실’, 연구개발 부서인 ‘저탄소제철연구소’, 설계를 담당하는 ‘포스코이앤씨’가 입주해 기술연구부터 설비 구축, 시험조업까지 일련의 과정을 통합 수행한다.
또한, 광양제철소는 신설 예정인 전기로의 안정적 준공과 운영을 위해 전기로사업추진반을 확대하는 등 탄소중립 로드맵 실현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포항제철소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전경. [사진=포스코] ◇국가 R&D 실증 사업 연계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전략적 중요성과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받아 2024년 1월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됐다. 또한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조기 안착시키는 데 필수적인 철광석 최적화 기술개발 프로젝트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대표 과학기술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글로벌R&D특별위원회는 2024년 5월 30일 ‘한국형 수소환원제철용 철광석 최적화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글로벌 연구개발(R&D)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글로벌 R&D 플래그십 프로젝트’란 국가 차원의 중요한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정부 부처 간 협력 수단을 총집결해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R&D사업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주관 부서인 과기부는 정책적 중요성, 국가적 대표성 등을 종합 검토해 21개 프로젝트 후보 중 4개(철강·수소·첨단바이오·환경)를 처음으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철강산업의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현에 필요한 최적의 원료 조건을 확보하고, 국내 사용 철광석의 주요 수출국인 호주와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포스코는 국내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며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 저탄소 기술 R&D 및 설비투자 지원 확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수소·전력 인프라 지원 등 정책적 보호 조치 마련을 정부 및 유관기관에 요청하는 등 긴밀히 소통하며 탄소중립 실행 가속화를 꾀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55년간 축적된 현장 경험과 노하우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전 생산공정에 접목해 최적의 생산현장을 구현함으로써 최고 품질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철강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철강사로서의 롤모델 역할을 적극 수행해오고 있다.
최근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산업계는 스마트 팩토리에 AI를 결합한 ‘인텔리전트 팩토리(Intelligent Factory)’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리전트 팩토리란 기존 스마트 팩토리에서 단순히 프로세스가 자동화되는 차원을 넘어, 모든 공정 전체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유통·서비스하고 그에 기반한 의사결정까지 자동으로 판단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포스코는 국내 최초의 등대공장으로, 스마트기술을 현장에 폭 넓게 적용해 나가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추어 길을 안내하듯,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는 공장을 말한다. 포스코는 2019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세계의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포스코는 이 같은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으로 주문·생산·판매·마케팅 등 제조 전 프로세스를 관통해 한 단계 높은 원가, 품질, 안전이 구현되는 지능형 자율제조를 구현할 방침이다.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의 첫 시범 사례인 ‘전로 원터치 취련 자동화 기술’과 함께 스마트팩토리 로봇자동화의 대표 사례로 ‘4족보행 로봇’, ‘스마트와이어볼’ 등이 있다.
◇광양 2제강공장, 전로 원터치 취련 자동화 조업기술 적용
제강공정은 제선에서 운반된 용선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깨끗한 용강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러한 전로 조업은 공정 단계마다 취련사의 세심한 조작이 필요하기에 전로 3기당 11명이나 되는 많은 작업자가 투입돼야 했다. 무엇보다 취련이 완료된 용강의 온도는 1600℃ 이상이고, 그 무게 또한 300톤에 달해 취련사들은 늘 긴장감을 느끼며 업무에 임해야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광양 제강부와 기술연구원은 2018년도부터 전로 원터치 취련 자동화 조업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전로 원터치 조업 자동화 프로세스. [사진=포스코] 전로 원터치 취련 자동화 기술은 한 번의 버튼 클릭으로 모든 취련 작업을 100% 자동으로 수행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취련사의 안전을 보장하고, 일관된 조업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은 현장에서 조업을 해야하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공간 제약 없이 원격으로 자동 취련을 제어할 수 있는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전로 원터치 취련 자동화 조업 기술의 핵심은 ‘IoT 기반으로 계측된 영상을 AI로 학습해 설비가 자동 운전되는 기술’과 ‘포스코형 AI 열배합 모델이 적용된 취련 조업’이다.
다양한 IoT 기반의 영상 계측 시스템은 작업 현장의 사각지대와 고위험 지점을 모니터링하고, 영상을 학습한 AI는 최적의 전로 운전 방법을 제시하며, AI 열배합 모델은 용선의 온도, 성분, 전로의 상태 등 조업 환경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취련 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IoT 기반의 영상 계측 시스템과 AI 기술로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조업이 이뤄질 수 있다.
포스코는 전로 원터치 조업 자동화를 시작으로 직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 인텔리전트 팩토리 변환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점차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발맞춰 로봇 자동화 기술 개발
포스코는 1990년대 말 로봇을 처음 도입한 이래 ‘로봇 자동화’를 지속 추진해왔다. 2016년부터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발맞춰 제철소 내 고위험·고강도 수작업을 대체할 로봇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4족 보행로봇의 제철소 적용은 2022년 광양 1고로에서 적용 테스트를 하면서 시작됐으며, 2023년 11월 고로를 무인 자율 점검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 개발에 성공해 현장에 투입됐다. 이 솔루션은 제철소 작업 환경에 맞춰 제작돼 상당히 정교하고 고도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4족 보행 로봇은 사람 대신 제철소 내 고로 풍구(고로 내에 열풍을 불어넣는 통로) 설비점검 경로를 따라 자율 주행하면서 점검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이상 상황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고로 풍구상의 송풍지관은 약 1200℃의 열풍을 풍구를 통해 고로 안에 불어넣는 연결통로다. 광양 1고로에는 송풍지관 44개가 고로 외경을 따라 배치돼 있는데, 송풍지관의 철피 온도, 가스 및 냉각수 누출 유무 등은 대형 설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 점검 사항이다.
혹시라도 일어날 사고를 사전에 예비하고자 기존에는 점검자가 직접 송풍지관에 가까이 다가가 육안으로 수시 점검해야 했다. 하지만 설비 뒤쪽의 온도 측정이나 전체의 정확한 온도 변화와 추이를 확보하기란 어려웠으며 또한 점검을 진행하더라도 작업자가 화상이나 가스 중독 등의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4족 보행 로봇을 투입한 이후로는 사무실에서 원격 제어해 송풍지관의 세밀한 열화상과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일정 주기로 로봇이 풍구상을 자율 주행하면서 44개 송풍지관의 데이터를 자동 수집해 이상온도 유무를 체크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존에는 위험 환경에 대한 우려로 매주 1번 했던 열화상 측정을 매일 일정 시간 주기로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속인성을 배제한 일정 주기의 정확한 데이터가 고로 관제실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향후 AI기반의 설비이상 예지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미국 보스턴다이나믹스사(Boston Dynamics)의 4족 보행 로봇 ‘스폿(SPOT)’을 도입중이다. 스폿은 현존하는 4족 보행 로봇 중에서도 완벽한 하드웨어를 자랑하지만, 단일 모델로만 출시돼 크기와 성능을 다양한 설비 환경에 맞춰 효율적으로 조절하기는 어려워 ‘포스코형’ 4족 보행 로봇을 만들고자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AI로봇융합연구소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
향후 포스코는 제철소 고위험 개소의 위험 작업을 작업자 대신 로봇이 수행하게끔 AI 로봇을 투입하는 등 제철소의 로봇화를 가속해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고로 풍구상에서 자율 점검하는 4족 보행 로봇.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3년간 외부 로봇업체와 공동개발해 제작한 스마트와이어볼은 컨베이어벨트(석탄·철광석 등의 연원료 이송 설비)의 고장 유무를 점검·진단하는 로봇이다.
스마트와이어볼은 음향·영상·열화상 센서를 통해 밀폐 상태인 이송설비의 상태를 점검한다. 기존에 포항과 광양 각각 수십명의 작업자가 300km에 달하는 연원료 이송설비를 수작업으로 진단해왔다. 사람이 점검하려면 이송설비 전원을 차단한 뒤 수십개의 문을 열어 직접 안을 들여다봐야 했다. 스마트와이어볼은 외부에서 소리와 열을 체크해 작업자에게 데이터로 전송해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설비 관리에 유용하다.
스마트와이어볼 외형.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작년 포항제철소 및 광양제철소 연원료 이송설비에 각각 2대의 스마트와이어볼을 설치해 실증 테스트 과정을 거쳤으며, 올해 이송설비 핵심 개소에 스마트와이어볼을 확대 적용해 무인 원격 설비 점검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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