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깊어지는 한우농가…"가축전염병에 경영난·통상문제까지"

경제·산업 입력 2025-03-23 10:28:39 수정 2025-03-23 10:28:39 김수윤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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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제역 발생 13건으로 늘어

[사진=뉴스1]

[서울경제TV=김수윤 인턴기자] 지난해 럼피스킨에 이어 올해 구제역까지 가축전염병 발생이 잇따르자 한우농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염병 발생 외에도 수년째 경영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서다.

23일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국내 한우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전날 오전 8시 기준 13건으로 늘었다. 지난 14일 전남 영암군의 한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발생이 처음 확인됐고 이후 지난 21일까지 매일 1∼3건씩 보고됐다.

국내 구제역 발생은 지난 2023년 5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2023년에는 5월 10일부터 18일까지 모두 11건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2년 전보다 발생 건수가 더 많다.

중수본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4일부터 영암군과 인근 지역의 구제역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소독과 검사를 강화했다. 또 구제역 백신 접종도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전남에서 진행한 데 이어 이달 말까지 전국에서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중수본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백신 접종을 진행하지만, 올해는 구제역이 이미 발생해 4월 접종을 앞당겨 시행했다. 중수본은 전날 전남에서 구제역 백신 접종이 마무리됐지만, 항체 생성 기간을 고려하면 앞으로 2주간은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20일 방역 현장을 찾아 "구제역은 확산이 매우 빠른 가축 질병"이라며 "전국 우제류 사육 농가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농·축협은 구제역 발생과 확산 차단을 위해 가용한 소독 자원을 총동원해 축산시설과 차량을 소독해달라"고 말했다.

날이 풀려 곤충이 활동하는 시기가 오면 또 다른 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럼피스킨은 모기, 침파리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전파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감염된 소에서 고열, 피부 결절(혹)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3년 10월 처음 발생해 그해 11월까지 모두 107건이 확인됐고, 작년 8∼12월 모두 24건이 나왔다.

잇따른 가축 전염병으로 방역 강화 조치가 이어지면서 한우농가의 경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올라 사룟값이 급등하면서 한우농가는 4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최근 2년간 경영난 등으로 사라진 한우농가는 1만곳에 이른다.

이에 작년 7월에는 한우농가로 이뤄진 전국한우협회가 단체행동에 나서 사룟값 인하와 경영 안정자금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룟값은 올해 들어서도 안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원료 수입 단가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축산 분야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면서 축산농가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미국 축산업계와 무역대표부는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검역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은 광우병 발생 우려로 지난 2008년부터 30개월령 이상인 미국산 소고기는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우농가는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해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우협회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허용되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소고기 자체로 이어져 한우의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회와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강행한다면 협회는 이를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미국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국 농축산물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사항은 구체화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신중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u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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