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유예에도…내수 부진·상호관세 리스크에 유통업계 ‘긴장’

경제·산업 입력 2025-04-12 08:00:06 수정 2025-04-12 08:00:06 이혜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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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상호관세 90일 유예…재개 가능성은 여전
관세 전쟁 점화에 인플레이션 우려도…"원재료비 상승"

[사진=뉴스1]

[서울경제TV=이혜연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90일간 유예되면서 국내 유통 및 식품업계가 당장의 불확실성에서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다만 3개월 후 관세 재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업계 전반은 여전히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기화된 내수 경기 침체와 원화 약세, 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유통업계의 경영 환경은 더욱 팍팍해지는 분위기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분기 유통산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75로,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이 지수가 낮을수록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인데,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모든 유통 채널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밖에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음식료품과 의류 등 소비가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소비자들의 지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특히 유통업계는 현재 수익성 악화와 자금 경색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 발란 등 굵직한 유통·플랫폼 기업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업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물류회사 팀프레시는 자금난으로 새벽배송을 중단한 상태다.

일부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대면세점은 부장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며, 일부 매장은 폐점 또는 축소 운영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도 4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증평공장을 매각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사진=뉴스1]

이런 가운데 미국이 추진하던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보류하기로 하면서 유통업계 내에서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미국으로 수출을 확대해 온 식품기업들에겐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2024년 한국의 K푸드 수출액은 13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 중 미국 수출은 약 2조원 이상, 12%가량을 차지한다. 라면, 냉동식품, 떡볶이 등 가공식품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한 덕분이다.

하지만 업계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관세 유예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이나 대상 등은 관세 부과가 재개되면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고환율로 인한 원가 상승 역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입 원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식품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수출 전략은 기업들에겐 새로운 돌파구이지만 동시에 이러한 리스크도 안고 있는 만큼 정부에 수출 보조금 확대, 무역 금융 지원, 시장 다변화 전략 등을 요청하고 있다.

패션업계도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다. 한세실업 등 동남아에서 OEM 방식으로 의류를 생산해 미국에 납품해온 업체들은 높은 관세율을 우려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다른 국가로 생산기지를 분산시키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가구 제조 부문 자회사 지누스의 경우 매출액 중 미국이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인도네시아에 부과한 상호 관세율은 32%인데, 지누스는 전체 생산량의 약 70%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상황이다.

이번 관세 유예 조치는 국내 유통업계에 일시적인 완충 작용을 했지만, 본질적인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관세 부과가 실제로 재개되거나,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수익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유통업계는 구조조정과 수출 전략, 내부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고 있지만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는 시장 앞에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hy2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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