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g 금 꽃다발 등장"… 금값 폭등에 대세된 저중량 금 제품

경제·산업 입력 2025-05-17 08:00:07 수정 2025-05-17 08:00:07 진민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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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금값에 0.1~0.3g 저중량 금 인기 급증
한 돈 돌반지 67만2000원…디자인 따라 70만원 호가
서민철 한국금거래소 상무 “연령층 따라 금 무게 달라져”
은행권서도 '골드 뱅킹' 인기…한때 저중량 금 구매 제한
전문가 "MZ세대 투자 관심에 상징·안정적 금 선호도 증가"

[사진=게티이미지]

[서울경제TV=진민현 인턴기자] “현금을 주자니 정 없어 보이고 돌 반지 중량을 줄이기엔 민망해서 그나마 잘 살라는 의미를 담은 금수저 액자를 10만원대에 샀어요”

직장인 이모(36)씨는 친구 아기의 돌 선물을 알아보다 고민이 생겼다. 금값이 너무 올라 돌반지 한 돈(3.75g)이 거의 70만원에 육박했기 때문. 결국 이씨는 납작하게 편 ‘0.5g 금수저’를 액자에 넣어 선물하기로 했다. 

금값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0.1~0.3g짜리 저중량 골드바나 금수저가 돌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일 국제 금값이 온스당 3322.3달러에 장을 마치고, 지난달 11일 사상 처음 3200달러를 넘긴 이후 금값이 연이어 상승하는 추세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며 금에 대한 매수세가 몰려 이날 아시아 등에서 장중 금값이 3360달러대로 2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 중량 낮춘 금 선물 인기

15일 오후 서울 종로3가 귀금속 상가에서는 세공비에 따라 한 돈 돌반지가 67만 2000원, 반 돈은 32만9000원으로 팔리고 있었다. 여기에 디자인에 따라 70만원까지 호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민철 한국금거래소 상무는 “돌반지 한 돈이 70만원대가 되면서 0.5g, 1g 등 이전에는 없던 아주 얇은 상품을 제작하게 됐다”며 “연령층에 따라 선호하는 금의 무게가 뚜렷이 구분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층 사이에서는 선물용으로 저중량 금이 인기가 많아진데 비해 50대 이상에게는 여전히 한돈이나 열 돈짜리가 훨씬 많이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2년전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며 돌반지 한 돈에 40만원이었을 때 ‘1g 돌반지’가 등장했는데, 금값이 더 오른 최근에는 돌 선물로 이보다 무게를 더 줄인 저중량 금을 찾는 추세가 된 것이다. 

지난달 콩알 순금 1g짜리를 구매한 김모씨(29세)는 “1g짜리 콩알금을 19만원 정도로 주고 샀는데 0.5g도 이제 십만원대가 돼가니 당황했다”고 말했다.  

금 0.3g으로 만든 꽃다발 모양 제품.[사진=온라인 쇼핑몰 업체 로즈 골드]

모양도 소비자 트렌드에 맞게 다양하게 등장했다. 높은 금값에 금을 선물하고자 하는 수요는 높은데 가격이 비싸니 중량은 줄이되 재미를 담은 상품이 뜨는 것이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케이크나 꽃다발 등 독창적인 모양으로 상품이 제작돼 인기를 끌고 있었다. 

특히 최근 가정의 달을 맞이해 이런 상품들의 수요가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온라인에서 저중량 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 지엔골드 점주는 “요즘 순금 한돈 돌반지만 하더라도 고객분들께서 금액을 듣고 놀라신다”면서 “그에 트렌드에 맞게 중량이 작은 상품을 제공해드리니까 좀더 접근성이 좋아져 수요가 더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 0.2g-0.3g으로 제작한 코인 모양으로 만든 제품.[사진=로즈골드]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로즈골드 점주는 "요즘 MZ 세대를 중심으로 금을 단순히 ‘보관하는 자산’이 아니라 ‘즐기면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기면서 ‘조각 금 소유’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며 "이런 조각 금 들을 일정 수량 모으면 큰 제품으로 리디자인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 은행권서도 골드뱅킹 역대 최대

국내외 불확실성 속에 금값이 뛰자 은행권에서도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졌다. 골드 뱅킹을 취급하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1조1025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은행들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3월 말 1조265억원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는데, 한 달 새 760억원이 증가했다. 작년 4월 말(6101억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로 규모가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팔고 있는 골드바는 품귀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한 달에 100억~200억원대였던 은행권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 2월 약 883억원으로 뛰기도 했다. 당시 한국 조폐 공사와 한국 금 거래소 등에서 판매를 일시 중단하며 한때 골드바를 사기 어려울 정도였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골드바도 중량이 적은 상품이 인기다. 은행들은 10g·100g 골드바는 예약 판매로 전환하는 등 제한을 뒀다. 지난달 은행권의 골드바 판매액은 349억원 수준이다.

◇ 안전자산·MZ 세대의 작은 사치 수요 견인

[사진=뉴스1]

학계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 안전자산인 금의 수요와 맞물려 MZ세대의 불황형 소비 트렌드와 관련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치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만족감을 가지고 소비하는 ‘작은 사치’ 트렌드가 금에 대한 관심을 더 견인했다고 풀이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젊은 층들 사이에서 투자에 관심을 많이 보이면서 불안전자산인 비트 코인이나 주식보다 상징성 있고 안정적인 금을 선물해주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이라 말했다.
/jinmh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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