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망사고 SPC...시장 지배력에 실적은 '이상 무'

경제·산업 입력 2025-06-14 08:00:08 수정 2025-06-14 17:07:27 진민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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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SPC삼립공장서 노동자 사망사고
2022년·2023년 이어 4년 새 세번째
막강한 시장 장악력으로 불매 어려워…"매출은 오름세"
학계 "시장 고착 불매 운동 한계…"중처법 강화해야"

SPC본사.[사진=SPC]

[서울경제TV=진민현 인턴기자] 지난 19일 오전 3시경 SPC 계열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근로자 A 씨는 크림빵 생산라인의 냉각 컨베이어벨트에 수동으로 윤활유를 뿌리고 있었고, 작업 도중 컨베이어벨트와 기둥 사이에 상반신이 끼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때 A 씨는 이미 머리를 크게 다쳐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번 사고는 2022년 SPL 평택공장, 2023년 샤니 성남공장에 이어 4년 새 세번째 사망사고다. 이전 2022년 사고 발생 당시, 허영인 SPC 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적용하려 했으나 실질적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다.

이후 허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면서 “안전시설 확충 및 시설 자동화에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전사적인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고로 2년만에 똑같은 형태의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5년간 SPC그룹의 산업 재해 사고현황.[그래픽=진민현 인턴기자]

그동안 SPC 계열 공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SPC 주요 16개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759건이다. 연평균 약 152건, 매달 12건 이상, 일주일에 3번꼴로 사고성 산재가 발생한 셈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SPC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 움직임이 재확산됐지만, 현재 SPC가 제빵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불매운동이 실질적인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SPC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조가휘(28세·여)씨는 “최근에 던킨 도넛 매장을 갔는데 먹고 보니까 SPC그룹 계열사였다”며 “특히 파리바게트, 던킨, 파리크라상 등 제과제빵 시장은 SPC가 전부 독점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일일히 찾아봐야 해 불매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밝혔다. 

SPC불매 리스트.[출처=X(트위터)]

실제 혼란이 가중되자 커뮤니티에서는 SPC 계열 브랜드가 나열된 이른바 '불매 리스트'까지 등장했다. SPC그룹 내 계열사 브랜드를 총 합하면 약 30개로, 파리바게트, 베스킨라빈스, 던킨 등 국내에서는 각 상품의 대표 기업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처=X(트위터)]

특히 최근 KBO가 SPC와 협업해 출시한 ‘크보빵’에 반대하는 야구팬들의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크보빵은 출시 3일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넘어서면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로 팬들은 “피 묻은 빵은 먹지 않겠다”며 불매 입장을 공식 밝힌 상태다.


◇ 연이은 불매운동에도 효과 미비

SPC삼립 실적 추이.[그래픽=진민현 인턴기자]

그러나 소비자들의 연이은 불매 운동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다소 미비했다. SPC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PC삼립은 사고 발생한 시점인 22년도(3조3146억원)와 23년도(3조4927억원)으로 전년대비 계속 성장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는 3조4279억원으로 매출은 감소했으나, 영업이익(992억원)이 전년대비 약 6% 증가했다. 

불매효과가 미비할 수 밖에 없는 원인으로는 국내 제빵 시장 내 SPC의 문어발식 독과점 구조가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이 있는 빵류 제조업체 82곳의 전체 매출은 4조5173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SPC그룹 계열사 5곳의 매출이 3조7658억원으로 83.4%를 차지했다. 

B2B(기업 간 거래) 산업 내 SPC의 막강한 입지력도 걸림돌이다. 최근 사고로 SPC 삼립 시화공장 전체 가동이 중단되면서 햄버거빵(번) 공급부족으로 롯데리아, 맘스터치 등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햄버거가 품절되거나 매장 영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 학교, 군부대 등 단체급식까지 SPC가 빵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SPC가 밝히지 않는 이상 얼마나 많은 물량을 어떻게 공급하는지 알 수 없다”며 “빵 원재료에 대한 막강한 구매력을 갖고 있는 만큼 SPC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150여개 제빵 제품 중 SPC 삼립 제품이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크보빵과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샌드위치가 큰 인기를 끌면서 SPC의 납품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빵산업에 신규로 진입하기 어려운 점도 한몫한다. 제품 생산을 위한 높은 기술력과 상온, 냉장, 냉동 등 유통 물류 시스템과 유지 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불매, 매출타격까지 이어지지 못해

학계 역시 SPC그룹이 가진 지배력, 브랜드 충성도, 대체재 부족 등으로 인해 불매운동이 실질적인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SPC는 저가와 프리미엄의 중간 사다리 역할로 시장 내 이미 정착했기 때문에 불매 운동이 실질적인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모든 산재에 다 적용할 순 없겠지만, 사망사고라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수위를 강화해 경영진들이 예방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사고방식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jinmh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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