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면 중형차 사지"…'국민 첫 차' 경차가 사라진다
경제·산업
입력 2025-07-26 08:00:03
수정 2025-07-26 08:00:03
이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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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30년...전성기 거쳐 최근 판매량 급감
‘輕車’에서 ‘敬車’로, 비싼 경차의 속사정
사라진 경차, 여전한 수요…다음 주자는?

[서울경제TV=이채우 인턴기자] 한 때 경차는 전성기를 누렸다. 2008년에는 판매되는 차량 5대 중 1대가 경차일정도로 경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2010년대 중반부터 점차 하향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차는 레이, 캐스퍼, 모닝 단 세 종에 불과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앞으로 자동차 산업 내 경차의 역할을 대체할 새로운 차종의 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2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1만6200대로 정점을 찍었던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21년 9만8700대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22년 현대 '캐스퍼'의 출시에 힘입어 연 판매량 13만4000대로 반짝 반등하는 듯 했으나, 그 후로 다시 하락세를 보여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신규 등록은 3만8800대에 그친다. 이에 올해는 연간 판매량이 7만 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작고 경제적인 자동차’라는 의미로 시작한 경차는 배기량 1000㏄ 미만,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0m 이하의 규격을 만족하는 차량이다. 1991년 대우자동차에서 출시한 국내 최초의 경차 티코는 ‘작은 차, 큰 기쁨’이라는 슬로건으로 등장했다. 티코는 30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돼 '국민 첫 차'로 자리 잡으며 경차 시대의 문을 열었다.
국내 경차 시장이 열린 이래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현대차 ‘아토스’, 기아차 ‘비스토’, GM대우 ‘마티즈’ 등 다양한 업체들이 잇따라 경차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1998년 출시된 마티즈는 2002년에서 2005년 사이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넘겼고, 누적 판매량 130만 대를 달성하며 경차 시장의 정점을 찍었다.

▲ ‘輕車’에서 ‘敬車’로, 비싼 경차의 속사정
그러나 제조사 역시 경차를 싸게 만들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먼저, 예전보다 높아진 소비자의 눈을 맞추기 위해 추가 옵션이 늘면서 자연스레 평균 가격이 상승했다. 요즘 소비자는 스마트키, 후방카메라 등 고사양 옵션을 기대한다. 예전처럼 싸게 만들어도 고사양 옵션이 없다면 ‘싼 차’가 아닌 ‘싼 티 나는 차’로 낙인찍힌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혜택 축소도 경차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취득세 감면은 2024년 8월부로 기존 7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축소됐다. 유류세 환급 카드 제도도 2026년 2월까지만 한시 연장됐다. 경차 구매에 따른 경제적 유인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수익성 역시 문제다. 차량 한 대를 설계·개발·인증하는 데 드는 고정비는 차 크기와 관계없이 수백억 원 규모다. 아반떼와 캐스퍼를 테스트하기 위한 공정 설계, 인증 비용은 거의 똑같이 들어가는 셈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개발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한 종 당 10만 대 이상 판매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경차는 전 완성차 업체의 모든 브랜드 경차 판매량에서 10만 대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경차 신차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 사라진 경차, 여전한 수요…다음 주자는?
하지만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기 침체 속 싸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실용차의 수요는 여전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기아 모닝, 쉐보레 스파크, 기아 뉴 레이 순으로 판매 상위 3개 차종을 모두 경차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기아 레이도 2043대가 거래되며 판매 순위 8위에 올랐다. 국산 중고차 시장에서 팔린 차량 10대 중 4대가 경차였던 셈이다.
이처럼 ‘작고 저렴한 차’에 대한 수요는 일부 존재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소형 전기차나 초소형 모빌리티 등으로의 새로운 자동차 포트폴리오 전환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경차를 대체할 새로운 차량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준 가천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경차가 다시 부활하긴 어렵다”며 “소비자들의 차량 선택 기준이 고급화·대형화된 데다, 작고 단출한 차를 선호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길이 좁은 시골 지역이나 민첩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를 중심으로는 여전히 작고 실용적인 차량 수요가 존재한다"며, "전기차 기반의 경차가 퍼스널 모빌리티 형태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기업이 이를 수익 구조로 연결하기 위해선 정부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lcodn12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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