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0명 중 8명이 '아버지' 세대…건설현장 기술이 답이 되다
경제·산업
입력 2025-08-23 08:00:04
수정 2025-08-23 08:00:04
이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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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는 건설현장…희생자 10명 중 8명이 ‘아버지 세대’
청년층 ‘씨가 마른’ 건설현장…청년이 건설현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피할 수 없는 건설현장 고령화…스마트 건설로 청년 빈자리 메운다
‘비용’ 아닌 ‘투자’, 문화적 수용이 관건

[서울경제TV=이채우 인턴기자] 지난 7월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졌다. 앞서 6월 27일에는 서울시 은평구 재개발 단지 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토목업체 작업반장인 60대 남성 A 씨가 토사에 깔려 사망했다. 최근 건설 현장 내 사고 희생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라는 사실은 노령화된 건설현장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낸다. 점점 늘어나는 사고 위험성으로 건설업계는 ‘스마트 건설’로 눈을 돌리고 있다.
▲ 나이 들어가는 건설현장…희생자 10명 중 8명이 ‘아버지 세대’
23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건설업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건설업에서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인력은 총 2061명이다. 이 가운데 50세 이상은 1619명으로 전체의 78.6%를 차지했다. 안전사고로 사망한 인력의 10명 중 8명이 아버지 세대인 셈.
하지만 사망자의 대부분이 고령층인 건 ‘나이가 많아 더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렇듯 사망자의 대부분이 고령층에 집중돼있는 이유는, 애초에 건설현장이 고령자 중심으로 굳어져있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4년 37.5세였던 건설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024년 51.4세로 뛰었다. 20년 만에 무려 14살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의 '건설기술인 동향브리핑 12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건설기술 종사자 96만명 가운데 50대 이상 종사자는 약 53만명으로 55%를 차지했다. 이는 2004년 11.2%에 비해 5배 가까이 폭등한 수치로 건설업계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청년층이 건설업을 기피하면서 청년층의 건설업 진입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계를 위해 현장에 남는 건 주로 50~60대 이상의 가장들이다. 현장은 ‘고령자만 남는 구조’로 고착되고, 자연스럽게 사고 통계도 그 연령대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설 현장의 고령화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바로 사고 발생 후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점. 국내 연구에 따르면 건설업 재해의 간접비는 직접비의 약 3배 수준(건축 3.1배, 토목 2.7배)에 달한다. 보험급여·치료비 같은 직접비 외에도 공기 지연, 대체 인력 투입, 생산성 저하, 소송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손실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청년층 ‘씨가 마른’ 건설현장…청년이 건설현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청년층의 씨가 마른 건설현장은 고령 노동자와 외국인 근로자가 대신 메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청년층의 공백을 온전히 채우기 어렵다. 고령층은 안전교육에 대한 집중도가 낮고 장비 착용에도 둔감해 사고에 취약하며, 외국인 근로자는 언어 장벽 탓에 안전수칙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현장에서 청년층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건설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힘들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3D 업종 이미지가 청년층에 고착되면서 단순 고용 안정성이나 임금 수준만으로는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어렵게 된 것.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건설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부실공사·안전사고 등 위험성, 뇌물·비자금 등 부정 이미지, 환경 파괴 등을 꼽았다. 건설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학생조차 취업 희망 비율이 22%, 대학원 진학 희망이 9%에 그쳤다. 이처럼 청년들의 건설업 기피 현상이 짙어지면서 건설현장의 고령화는 불가피한 문제가 됐다.

이와 같은 필연적 흐름 속 스마트 건설이 최근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보다 일찌감치 고령화 사회를 겪은 일본은 정부 주도로 2016년 ‘i-Construction’ 정책을 도입해 건설 현장을 데이터·자동화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i-Construction’ 정책은 일본의 스마트 건설 정책으로, 건설 현장의 자동화·무인화·탈현장화를 추진한다. 도입 결과 ICT시공 비율은 전체 건설 현장의 약 81%를 기록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 산업현장 안전 솔루션 기업 ‘무스마’는 장비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크람쉘 협착 방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깊고 협소한 지하 작업장이나 소음이 큰 현장에서도 시각적·청각적 알림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인명 피해를 효과적으로 방지한다.
한화건설은 CCTV를 본사의 모니터링 시스템과 연동해 이중으로 안전관리를 실시하는 ‘H-HIMS’에 AI 영상분석 기술을 접목했다. 이를 통해 개구부나 타워크레인 하부 같은 고위험 지역을 접근 시 자동으로 경고를 보내거나, 세대 수직망의 훼손 상태를 실시간으로 자동 인식한다.

하지만 스마트 건설로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에도, 적극적 도입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 장비 도입이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마트 건설 도입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로 수용하는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시 사고 발생률을 약 30~40%까지 줄일 수 있다”며, “안전을 위한 지출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편익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기 투자비용 부담, 공사비 상승을 우려하는 건설업계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이 필수적"이라며, "스마트 장비 도입시 건설사에 세액공제 혜택을 도입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dlcodn12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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