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숏폼·피드 추가…SNS 확장 성공할까

경제·산업 입력 2025-09-02 07:00:04 수정 2025-09-02 07:00:04 오동건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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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우려·성장 정체 속 선택…카톡의 도전
피드 추가·숏폼 강화, 광고 확대 전략의 성패는
차별화 없는 모방이면 또 다른 실패…'AI 역량'도 시험대

카카오 CI. [사진=카카오]


[서울경제TV=오동건 인턴기자]

카카오톡이 ‘친구’ 탭을 피드형 인터페이스로 전환하며 숏폼·소셜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 국내 메신저 1위 자리를 유지해온 카카오는 이용자 수와 사용 시간이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에 추월당한 상황에서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커머스와의 연계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내놨다.

그러나 메신저 본연의 단순함을 선호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피로감과 사생활 노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선 이번 시도가 글로벌 SNS 모델의 후발주자에 머물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편익을 가져다 줄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숏폼·피드 추가…소셜 플랫폼으로 확장 시도하는 카톡

카카오톡은 지난 7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대대적인 UI 변경을 발표했다. 핵심은 첫 화면인 ‘친구’ 탭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저장된 연락처가 전화번호부처럼 일렬로 나열됐지만,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피드형 인터페이스로 전환될 예정이다. 지인의 게시물을 모아 보여주는 피드를 탭 하단에 신설하고, 별도로 숏폼 동영상을 위한 공간도 마련된다.

정신아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는 “카카오톡의 첫 번째 탭인 친구 탭은 단순한 친구 목록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변화할 예정”이라며 “개편 이후 친구 탭 하단에는 피드 형태로 친구들이 공유한 일상 관련 콘텐츠를 모아 보여주는 지면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업계는 이번 변화를 카카오톡이 단순한 메신저에서 벗어나 친구 간 대화·일상 공유·콘텐츠 소비까지 아우르는 생활형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한다. 카카오는 다음 달 예정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이프 카카오’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2012년 ‘카카오스토리’, 2023년 '펑’을 선보이며 소셜 네트워킹을 강화하고자 했지만, 두 서비스 모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진=카카오]

◇ 성장 정체와 광고 시장 확대…'카톡의 돌파구 모색'

업계에선 카카오톡의 UI 개편을 두고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톡은 2023년 12월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 1위 자리를 유튜브에 내준 뒤, 올해 6월 기준 약 180만명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사용 시간도 감소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2021년 822분에서 2024년 731분으로 약 11% 줄었다.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은 2023년부터 카카오톡을 앞서며 최근에는 989분을 기록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서비스 간 연결성을 높이고 복잡함을 줄여, 기존 보다 쾌적한 이용 환경을 제공하겠다”라며 “이번 개편을 통해 소셜 기능과 콘텐츠 소비를 강화해 체류 시간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고 및 커머스 시장 확대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24년 기준 3조5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15% 성장했지만 카카오 쇼핑라이브의 존재감은 네이버, 쿠팡 등에 밀려 미미하다.

카카오톡의 광고 매출 역시 플러스친구·채널 광고 중심으로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피드 광고를 강화해 메타 광고 매출 비중을 2015년 7.7%에서 지난해 48.4%까지 끌어올렸다.

글로벌 시장 흐름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틱톡은 숏폼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총상품거래액 260억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두배 성장했다. 인스타그램 역시 피드와 숏폼에 광고를 자연스럽게 배치해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카카오톡 역시 유사한 구조를 도입해 콘텐츠 소비가 구매로 이어지는 ‘메신저+소셜+커머스’가 융합된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우려 섞인 이용자들... 피로감 증가·사생활 노출 걱정

하지만 카카오톡의 UI 전환을 두고 이용자 사이에서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기피하는 이들은 카카오톡마저 SNS 기능을 강화한다면 대체할 수단이 사라진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메신저 본연의 단순함을 선호해온 사용자들에게는 불필요한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7년부터 인스타그램을 사용해온 A씨는 "카톡은 메신저 느낌인데, 굳이 커뮤니티처럼 바꾸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요즘 바뀌는 어플들이 너무 많아서, 카톡에서까지 피드형으로 바뀌면 피곤할 것 같아요"라며 우려를 표했다.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부담도 주요 쟁점이다. 카카오톡은 그간 저장된 연락처에 기반해 ‘사적이고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숏폼 서비스를 추가한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번 개편을 ‘콘텐츠 소비 중심의 SNS’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이용자 피로도를 높이고, 카카오톡의 본래 기능과 충돌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황한솔 성균관대 응용AI융합학부 교수는 “메신저는 이용자들에게 필수적이고 사적인 공간인 만큼, SNS적 요소를 과도하게 덧붙이면 오히려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라며 “단순한 기능 확장보다 카카오톡만의 차별적 이용 가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과거 유사한 시도의 실패 경험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카카오는 2012년 ‘카카오스토리’, 2023년 숏폼 플랫폼 ‘펑’을 선보였지만, 두 서비스 모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카카오톡의 이번 변화 역시 지속성과 차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실패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톡은 유튜브·인스타그램에 사용 시간을 추월당하며 성장 정체를 겪자, UI 개편을 통해 소셜 기능과 콘텐츠 소비를 강화해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그래픽=오동건 인턴기자]



◇ 글로벌 스탠더드 추종의 위험…차별화가 성패 좌우

또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톡의 이번 변화가 글로벌 스탠더드 추종에 그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SNS에서 메신저 기능을 확장했지만, 카카오톡은 반대로 메신저에서 SNS로 나아가고 있어 단순 모방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공개 피드 이용은 줄고, 스토리·DM 같은 프라이빗 네트워킹이 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피드와 숏폼만 강화하는 전략은 후발주자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황한솔 성균관대 응용AI융합학부 교수는 “SNS에서 메신저로 확장한 인스타그램과 달리, 카카오톡의 확장은 이용자 경험 측면에서 충돌 위험이 크다”라며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차별화된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역량 부족도 리스크로 꼽힌다. 카카오는 최근 ‘소버린 AI’ 후보에서 탈락하며 자체 AI 기술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사 측은 자체 언어모델 ‘카나나 1.5’와 멀티모달·MoE 모델 공개를 강조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와의 격차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황 교수는 “카카오가 자체 AI 역량만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오히려 LLM(대규모 언어모델) 업체와 협업해 +AI 개념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oh199820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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