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뗑킴, 코닥어패럴...K패션 몰려드는 광장시장, 기대와 불안 '교차'
경제·산업
입력 2025-10-28 13:33:51
수정 2025-10-28 13:33:51
이채우 기자
0개
오프뷰티부터 스타벅스 등 K브랜드 광장시장 줄입점
상인 “확연히 유입층 늘어…광장시장, 활력 되찾아”
달라진 광장시장…매출 기대·임대료 우려 시선 '교차'
[서울경제TV=김민영·이채우 인턴기자] 늦가을 토요일 저녁. 광장시장에 들어서자 토요일 저녁을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좁은 시장 골목이 북적인다. 빈대떡과 오징어순대를 파는 메인 먹자골목에서 벗어나자 한 블록을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천막 대신 세련된 간판과 함께 차지하고 있었다.
옷감과 한복을 고르러 찾아온 중장년층으로 가득했던 광장시장은 이제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데 뒤섞인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전통시장이라는 색다른 장소에 흥미를 가진 젊은이들이 찾아오자 일부 상인들은 매출이 오를 거라며 기대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일부는 임대료 상승을 우려하며 시선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 오프뷰티부터 스타벅스까지…K브랜드 광장시장 줄입점
27일 업계에 따르면, K패션·K뷰티 브랜드들이 최근 광장시장에 줄입점하고 있다. 올해 5월 국내 최초 도심형 뷰티 아울렛 ‘오프뷰티’는 광장시장에 국내 1호점을 열었다. 실제로 창고형 뷰티 매장을 컨셉으로 잡은 오프뷰티에는 일본어와 중국어로 안내 방송이 나오고,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패션 브랜드들도 잇따라 진입중이다. 지난 7월에는 ‘코닥어패럴’이 광장시장에 네 번째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이어 10월에는 ‘마뗑킴’, ‘세터’,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키르시’ 등이 앞다퉈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브랜드들이 줄입점한 시장 건물 내부에는 쇼핑을 즐기러온 젊은이들과 외국인들로 가득해 그동안의 광장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는 스타벅스까지 입점했다. 역 근처가 아닌 시장이라는 이색적인 입지로 오픈 당일 방문자수 2000명을 기록하며 SNS를 뜨겁게 달군 스타벅스 광장시장점은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았다. 시장 중심부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지상 1~2층과 루프탑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120년 넘는 시간동안 전통을 이어온 광장시장에 젊은 감성의 F&B 매장이 입점하며 시장 전반에 활기가 더해지고 있다.
◇ K트렌드 입은 광장시장…MZ세대·외국인 발길 이어져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SNS를 중심으로 ‘로컬 감성’과 ‘빈티지 감성’을 즐기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오래된 전통시장이 젊은 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광장시장은 서울 도심 한복판이라는 접근성에 더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또한 K패션과 K뷰티, K푸드 등 한류 소비의 확장이 시장 활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SNS 콘텐츠나 유튜브 영상에서 본 브랜드 매장을 직접 방문하고, 한국식 전통 의류나 뷰티 제품을 체험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상권이 빠르게 젊어지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와 높은 관광객 유입률, ‘전통시장 속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상징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인 입지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처럼 문화적 감성 소비와 체험 중심의 쇼핑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광장시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 “확연히 유입층 늘어…광장시장, 활력 되찾아”
브랜드들의 입점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브랜드들이 밀집한 골목에서 속옷 상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 들어 광장시장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광장시장의 바뀐 분위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A씨는 “브랜드들이 있던 저 자리는 원래 새벽 도매시장이었다”며 “3년 전만 하더라도 새벽도매시장의 공실률이 30%에 달하고 슬럼화됐었는데, 그 자리에 브랜드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원래는 광장시장이 먹자골목만 유명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오며가며 물건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광장시장이 더 활기를 띌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광장시장 골목 내부 여러 상점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방한 옷인 누빔 조끼를 영어로 된 안내문과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K컬쳐에 대한 높아진 관심으로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다양한 패턴의 누빔조끼를 직접 만져보며 비교하고 있었다.
◇ 젊어진 광장시장…들뜬 상권 속 임대료 ‘들썩’
하지만 이런 활기 뒤에는 임대료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광장시장에서 의류·잡화점을 운영하는 상인 B씨는 “손님이 늘고 분위기가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임대료가 조만간 오를 것 같아 걱정된다”며 “그동안은 매년 일정 비율로만 인상됐는데,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예전보다 인상폭이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시장 인근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양 모(65) 씨는 “최근 패션·뷰티 브랜드들이 잇따라 입점하면서 상권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앞으로도 브랜드 입점이 활발해질 경우 자연스레 임대료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성수동 이어 광장시장에도 젠트리피케이션 ‘리스크’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했던 구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려 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다. 통상 젠트리피케이션은 ‘저렴한 임대료의 낙후지역 발전→입소문→유동인구 증가→임대료 상승→원주민과 자영업자 이탈→상권 쇠퇴’ 순으로 진행된다.
국내 1호 애플스토어로 화제를 모으며 ‘앵커 테넌트’ 역할을 기대받았던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점은 오히려 임대료 급등의 원인이 되며 가로수길 상권을 쇠퇴하게 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 성수 역시 브랜드들의 열띤 팝업스토어 진출로 임대료가 상승하며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과거 구두 공장이 밀집했던 성수동은 팝업스토어 중심의 상권 발전으로 90년대 1000여 곳이던 구두 공장이 지금은 300곳 이하만 남았다.
이에 성동구는 서울숲·뚝섬역 주변을 중심으로 임대료 안정,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성동구는 지역 상권이 획일화되지 않도록 무분별한 입점을 제한하고, 일시 사용 임대차계약(팝업 스토어)에 대한 임대료 상한 규정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상권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광장시장 인근에도 임대료 급등과 상권 단조화의 위험이 있다는 게 상인들의 목소리다. 따라서 광장시장이 과거 성동구처럼 상권 다양성과 임대료 안정을 함께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프랜차이즈 입점에 휩쓸려 기존 자영업자가 이탈하는 선례를 따라가게 될지는 앞으로의 제도 마련과 시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장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최 모씨는 “원래 특색 있는 개인 카페가 자리잡고 있던 곳에 관광객을 겨냥한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섰다”며 “이처럼 광장시장 내에 개인이 운영하던 공간이 브랜드 매장으로 바뀌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melissa6888@sedaily.com /dlcodn1226@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 "스타벅스가 술까지 파네"…제자리걸음 하는 스타벅스, 돌파구 찾을까
- “스타벅스 말고 올리브영”…상권의 ‘앵커’가 바뀌고 있다
- "교통 수단인가 유람선인가"…버스라 불리기엔 너무 먼 '한강버스'
- '모두의 스포츠'된 러닝 시장 1조원...유통.스포츠브랜드 경쟁 격화
- 중고 시장 급성장에 쿠팡·무신사·백화점 속속 진출…"제도는 걸음마"
- '불닭 신드롬'에 쫓긴 농심 '사활'…글로벌 라면 왕좌 지킬까
- "좌석 줄이고 수익 늘린다"…대한항공, 프리미엄 이코노미 '승부수'
- 카카오톡, 숏폼·피드 추가…SNS 확장 성공할까
- 사망자 10명 중 8명이 '아버지' 세대…건설현장 기술이 답이 되다
- 난리 난 ‘녹색’ 음료…韓 말차 산업 문 열리나
주요뉴스
기획/취재
주간 TOP뉴스
- 1고흥군의회, 제341회 임시회 마무리
- 2청정 완도 가을 섬 여행, 1만8000명 방문하며 '치유됐섬!' 마무리
- 3미래차 전장부품 시스템반도체 신뢰성검증센터, 원주 부론산단 착공
- 4현대제철, 제4회 AI·빅데이터 페스티벌 개최
- 5안양시, 국방부로부터 박달스마트시티 사업 지정 '실행단계 본격 진입'
- 6의왕시, '2025년 방위협의회 통일안보교육 개최'
- 7이상일 용인특례시장, 프랑스 몽펠리 방문 '우호 교류협력 논의'
- 8부산 해운정사, ‘2025 경주 APEC 성공 개최 기원 대법회’…세계평화 발원
- 9삼성바이오로직스, 3분기 매출 1조6602억 원…역대 최대
- 10삼성물산 건설, 3분기 영업익 1110억원…전년 동기比 5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