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수단인가 유람선인가"…버스라 불리기엔 너무 먼 '한강버스'
경제·산업
입력 2025-10-18 08:00:04
수정 2025-10-18 08:00:04
오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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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열흘 만에 멈춘 ‘한강버스’… 다시 시동 거는 서울시
'리버버스' 벤치마킹했지만…고수부지 형태로 "접근성 떨어져"
목표 17노트, 실제 15노트…통근 수단 되기엔 느린 속도
선착장엔 LP카페…교통과 관광 사이, "방향 정해야"

“잠실에서 여의도·상암까지 20∼30분이면 주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한강버스’가 운항 재개를 준비 중이다. 영국 리버버스에서 착안해 교통과 관광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터미널 위치의 한계와 속도 문제로 논란이 이어진다. 개통 열흘 만에 멈춰선 한강버스, 안전성을 확보한 뒤엔 출퇴근 교통수단이 될지 관광상품으로 굳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 개통 열흘 만에 멈춘 ‘물 위의 버스’…서울시의 재도전
지난달 29일, 서울시는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해 무승객 시범운항에 들어갔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핵심 사업으로 추진된 한강버스는 올해 초 운항을 개시했지만, 잦은 고장과 일정 불안정으로 개통 직후 운행이 멈췄다.
서울시의 수상 교통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오 시장은 출퇴근 교통난 해소를 명분으로 수상택시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2011년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은 113명, 이 중 출퇴근 이용객은 18명에 불과했다. 매년 약 5~7억원의 적자가 누적됐고, 결국 지난해 운항이 중단됐다.
이후 오 시장은 영국 런던 템스강의 ‘리버버스’를 본뜬 모델로 한강버스 도입을 추진했다. 한강버스는 지난달 정식 개통 첫날 평균 좌석 점유율 80.3%를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지만, 잇따른 결함으로 오는 31일까지 무승객 운항으로 전환됐다. 일부 선착장만 정차하는 급행 노선도 예정돼 있었으나 운항은 무기한 연기됐다.

◇ “걸어서 선착장까지"…한강의 지정학적 한계
한강버스는 도로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새로운 대중교통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로 도입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강의 지형과 도시 구조가 통근 교통수단으로는 불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가장 큰 한계는 선착장의 접근성이다. 한강은 대부분의 정류장이 고수부지 형태로 조성돼, 주거지에서 선착장까지 접근하기 위해선 지하도 등을 통해 고속화도로 밑을 통과해야 한다. 잠실한강공원 선착장의 경우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잠실새내역까지 도보로 15분이 소요된다.
이에 마곡 등 선착장 4곳에 시내버스 운행이 도입됐지만, 여의도와 옥수, 뚝섬 등 선착장 3곳은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이 비교적 가깝다는 이유로 별도의 연계대책을 만들지 않았다. 선착장까지 가기 위해 지하철 역에서 나와 공유자전거인 따릉이를 타거나 걸어서 다녀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한강버스가 출퇴근 용도로 쓰이려면 연계교통 체계가 매우 중요함에도 선착장과 버스 진입 등에 연결성이 별로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런던의 리버버스는 지하철·버스 노선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Tower Pier에서는 Tower Hill역까지, London Bridge City Pier에서는 London Bridge역까지 도보 5분 내외다. 이러한 도시 구조 차이로 인해 한강버스는 ‘도심 접근형 통근 수단’보다는 ‘강변 이동형 여가 교통수단’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 ‘17노트 목표’였지만 현실은 15노트...높은 '속도의 벽'
한강버스가 통근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속도’다. 서울시는 마곡에서 잠실까지 1시간 이내 운항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 운항시간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127분에 달한다.
서울시는 정식운항 발표 직전까지 평균속도 17노트(시속 약 37km), 최대속도 20노트를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병진 의원이 공개한 ‘한강버스 해상시운전 성적서’에 따르면, 올해 2월과 8월 진행된 시운전에서 평균 최고속도는 15.8노트, 가장 빠른 선박도 16.98노트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체험운항 과정에서 안전성과 정시성을 감안해 운항시간을 조정했다”라며 “한강 수심이 바다보다 낮아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시간이 중요한 분들은 한강버스를 이용하지 않겠지만, 9호선도 혼잡을 피하려 일반선을 타는 경우가 있다”라며 “한강버스는 지하철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강버스가 교통혼잡의 ‘보완재’로 기능하더라도, 속도 격차는 여전히 뚜렷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영국의 ‘우버보트’는 평균 28노트(시속 약 51km)로 운항하며, 런던 로열 아스널 부두에서 런던 브리지까지 약 20km 구간을 40분 내에 이동한다.
한강버스는 잠실한강공원에서 망원한강공원까지 약 22km 구간을 이동하는 데 1시간 40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통근 교통수단으로서의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 '관광인가 교통인가'…두 마리 토끼 노리는 서울시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출퇴근형 수상교통’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관광 목적의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시에 따르면 요금 수입은 전체 매출의 20%, 부대사업 수입이 80%를 차지한다. 서울교통공사의 부대사업 비중이 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한강버스의 부대사업 의존도는 이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는 뚝섬 선착장에 LP카페 ‘바이닐 한강점’을 입점 시키는 등 한강버스를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추진 중이다.
한 교통 전문가는 한강버스 부대수입 비율이 80%인 점에 대해 “한강버스가 통근보단 사실상 관광이 주목적이란 걸 의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명확하다. 영국에서는 출퇴근용 ‘우버보트’와 관광용 ‘리버크루즈’가 구분돼 있고, 일본 도쿄의 ‘도쿄 크루즈’ 역시 관광 노선 중심으로 운항한다. 도쿄 크루즈의 노선 간 소요시간은 20~55분으로 긴 편이며, 벚꽃 시즌에는 전용 유람선 코스를 운영한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버스에 대해 "외국의 비슷한 교통수단과 비교할 때 굉장히 저렴하게 책정이 돼 있다"라며 "아마 외국인들에게는 교통수단보다는 관광 상품으로서 기능을 더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강버스가 교통난 해소의 대안이 될지, 관광형 수상교통으로 굳어질지 촉각이 모인다. /oh199820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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