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신드롬'에 쫓긴 농심 '사활'…글로벌 라면 왕좌 지킬까
경제·산업
입력 2025-09-18 07:00:08
수정 2025-09-18 07:00:08
이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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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최근 석달 새 해외 마케팅 속도전
‘불닭 신드롬’이 불러온 농심의 초조함
주가 1600% 폭등…‘면비디아’ 삼양삭품
‘뉴페이스’ 발굴 돌입한 농심

[서울경제TV=이채우 인턴기자] 농심이 지난달 말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넷플릭스와 협업와 한정판 신라면이 1분 40초만에 매진됐다. 농심은 오는 19일 2차 출시를 예고했다. 아울러 농심은 베트남·미국·일본·중국에서 잇달아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최근 미군 기지까지 진출했다. 최근 수개월간 농심이 펼친 글로벌 시장에서의 마케팅은 숨이 가쁠 정도로 속도전이다.
업계에서는 그 이면에 농심이 '불닭 신드롬'을 일으킨 삼양식품에 해외 시장에서 뒤처진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한다. 삼양식품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총력전을 펼쳐 정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초조함이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라면을 뛰어넘는 메가히트 제품의 탄생이 해외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다시 탈환하려는 농심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 농심, 석달 새 해외 마케팅 속도전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심의 해외 시장 공략이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모든 식음료 기업들의 최대 과제가 해외 시장 공략인 가운데, 농심은 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농심이 가장 공을 들이는 건 역시 해외 마케팅이다.
8월 28일, 농심은 넷플릭스 역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페셜 제품을 한정 출시했다. 극 중 주인공 헌트릭스 멤버들이 중요한 활동을 앞두고 다양한 K푸드를 먹으며 의지를 다지는데, 그때 등장한 K라면이 신라면과 유사하다며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그보다 일주일 앞선 21일에는 베트남 호치민에 ‘신라면 분식’ 글로벌 3호점을 오픈했다. ‘신라면 분식’은 농심이 세계에 농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운영하는 공간으로, 4월 오픈한 페루 마추픽추점과 6월 오픈한 하라주쿠점에 이은 세 번째 매장이다.
7월에는 일본과 LA에서 각각 ‘Hello! 辛라면’ 팝업스토어와 갤럭시 홈구장 ‘농심데이’ 이벤트를 개최했다. 6월에는 한 달 간 중국 6개 대학교에서 운영해왔던 캠퍼스 팝업스토어를 마무리지었다. 농심 관계자는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마케팅을 확대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농심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농심은 이런 매장뿐 아니라 실제 접점을 만들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농심의 제품을 경험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8월 농심은 잠실에서 러시아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케잇데이’를 진행했다. 본 행사에서 농심은 한국 전통 공예 기술인 매듭장을 짓는 체험을 마련하고, 농심 제품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6월에는 미국 텍사스 포트 블리스 군사기지 내 한식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신라면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포트 블리스 군사기지는 상주 인원만 17만 명에 달하는 곳으로, 농심은 앞으로 미군을 대상으로 K푸드 경험을 직접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 ‘불닭 신드롬’이 불러온 농심의 초조함
농심의 이 모든 글로벌 활동은 6월부터 8월까지 단 세 달만에 이뤄졌다. 그리고 농심이 이렇게 글로벌 라면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는 ‘삼양식품’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4년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3348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약 20%에 달했다. 반면 농심의 2024년 영업이익은 1631억원, 영업이익률 4.7%를 기록했다.
물론 국내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농심이 우세하다. 2025년 기준 농심은 점유율 57%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삼양은 11~12%에 머물고 있다.
다만 해외 판세는 조금 다르다. 미국 시장에서 농심은 1위인 일본 도요 수산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집계조차 되지 않는 ‘기타(Others)’에 묶였으나, 불닭 신드롬을 타고 최근에는 5~6위권까지 올라섰다. 절대 규모에서는 농심이 여전히 우위지만, 성장세만큼은 삼양식품이 더 가파른 것.
실제로 해외 판매 실적을 비교해보면 최근 3년간 삼양식품의 매출은 120% 이상 폭증한 반면, 농심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삼양식품은 2022년 해외 매출 6057억 원, 2023년 8093억 원, 2024년에는 무려 1조 3359억 원을 달성했다. 반면 농심의 경우 2022년 9205억 원, 2023년 9801억 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2024년에는 9595억 원으로 다시 뒷걸음질쳤다.
업계에서는 최근 2~3년 사이 삼양식품의 가파른 성장세로 인해 농심이 더욱 공격적으로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농심의 이것저것 다 하는 행보는 단순한 마케팅과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려는 치열한 방어전이라는 해석.
▲ 주가 1600% 폭등…‘면비디아’ 삼양
실제로 삼양식품의 성장률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질주하는’ 상황.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2022년 약 862억, 2023년 약 1548억 원, 2024년 약 3237억 원을 기록하며, 2024년 영업이익은 2022년과 비교해 2년 새 약 2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 기업이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대 성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한다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삼양은 2025년 2분기까지 237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벌써 지난해 연간 성적의 73%를 채운 상태다.
이 같은 열풍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삼양식품 주가가 최근 3년간 1600% 폭등한 사실을 집중 조명하며 “삼양식품은 ‘면비디아’(Myunvidia)라 불린다”고 소개했다. 2022년 한 주 당 10만원이던 삼양식품의 주가는 2025년 9월 기준 158만4000원으로 치솟았다.
반면 농심은 2022년 당시 삼양식품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6만원 선이었지만, 2025년 9월 현재 42만 6000원 수준에 머물러 삼양식품과는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물론 최근 '케데헌 효과'를 톡톡히 본 덕에 농심 주가는 지난 상반기말 39만3000원에서 지난 12일 종가 기준 52만2000원으로 32.82% 폭등했다. 하지만 여전히 삼양식품의 주가에는 미치지 못하며 두 회사의 격차가 뚜렷하게 비교되는 모습.
업계는 짧은 기간 급성장하는 삼양식품에 위기감을 느낀 농심이 방어책으로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 활동들을 펼쳐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뉴페이스’ 발굴 돌입한 농심
식품업계는 앞으로 농심의 과제는 신라면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히트작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농심은 삼양식품과 비슷하게 해외를 겨냥한 신제품 ‘신라면 툼바’를 출시했고, 월마트 등 주요 미국 유통사에 입점 확대를 시도한 바 있다.
농심의 이런 후속 주자 육성 행보에 증권가는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하나증권은 “신라면 툼바가 3분기부터 월마트 등 글로벌 대형 유통 채널에 자리하면서 성장 추진력을 더할 것”이라며 “유통채널 입점 효과가 본격화되면 북미 법인의 매출 회복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출시 이후 마케팅 대응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이 지금의 삼양 주가에 기여했다”며 “농심 역시 보수적 전략에서 벗어나 해외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dlcodn12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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