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스포츠'된 러닝 시장 1조원...유통.스포츠브랜드 경쟁 격화
경제·산업
입력 2025-09-23 07:00:04
수정 2025-09-23 07:00:04
오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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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스포츠 슈즈 전문관 오픈...나이키는 러닝 수업까지
코로나 시기 붐 일어난 후 인플루언서 영향으로 시장 확대
일부 러닝 크루 시민들에게 불편 초래.."자정 활동 필요해"

러닝의 열기가 뜨겁다. 불과 몇년 새 러닝 산업은 1조원 규모로 커지며 유통·패션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대형 백화점도 러닝 전용 편집숍을 출시하는 등 러닝 붐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평범한 생활운동에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까지엔, 이색 마라톤·셀럽들의 SNS 러닝 인증 등이 뒷받침 됐다. 러닝이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기위해 러닝크루에 대한 거부감 같은 과제를 온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인다.
◇ 1조원 상당으로 거대해진 러닝 산업…'러닝 편집숍·전문매장'까지 등장
22일 업계에 따르면 스포츠 전문 업체는 물론 유통 업계까지 빠른 속도로 커지는 러닝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ABC마트는 지난 15일 러닝 전문 매장인 'ABC마트 스포츠' 1호점을 서울 중구 명동에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러닝 편집숍 '굿러너컴퍼니'를 출시하고 더현대 서울, 대구, 판교점에서 운영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부산 센텀시티점에 스포츠 슈즈 전문관을 만드는 등 러닝족을 공략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 브랜들은 브랜드들은 용품 판매를 넘어 체험 중심 서비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이키 롯데월드몰 매장은 전문 코치 지도 아래 매주 20~30명을 모집해 올림픽공원 일대를 뛰는 러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발란스는 3월 서울 종로구 북촌점을 런허브로 재단장하고 러닝 성지 중 한 곳인 경복궁·광화문 등을 달리는 러너에게 러닝화, 러닝복을 빌려주고 있다.
유통·스포츠 의류업계가 자체적인 러닝 전문 매장을 여는 건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1년 2021년 2조7761억 원에서 2023년 3조4150억원으로 확대됐다. 2024년엔 약 4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러닝화 시장 규모는 1조원이라는게 업계 평가다.
◇ "헬스장도 닫고 답답한데"…코로나19, 러닝 붐의 시작
러닝의 본격적 성장은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한다. 글로벌 러닝 커뮤니티 런리핏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러너의 28.76%(2023년 기준)가 코로나19 시기에 러닝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도 코로나 19에 의해 규칙적인 생활체육 참여빈도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7.3%로, 2020년 0.2%에서 17.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체육시설 폐쇄 등으로 움츠러들었던 상황에 혼자 즐길 수 있는 야외 운동으로 러닝이 각광받았다는 설명이다.
‘저렴함’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한 러너는 "지금은 러닝 장비를 위해 수십만원을 지출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지만 코로나 19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만큼 가장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야외 운동이었다"라고 평가했다.
5년차 러너 김모씨는 "이젠 단순히 러닝화를 사는 것보다, 같이 뛰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라며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 MZ세대 러닝 열기 '활활'…기름 붓는 셀럽과 이색 콘셉트 마라톤
이렇게 붐이 일기 시작한 러닝은 코로나 19 상황이 종료되면서 오히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의 참여가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가수 션은 광복절을 맞아 81.5km를 완주하며 '815'런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기안84는 뉴욕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또한 유명 아이돌, 배우, 모델 등이 SNS에 러닝 인증 사진을 올리며 MZ세대의 러닝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고 분석된다.
이색적인 콘셉트의 마라톤도 젊은 층의 유입과 트렌드를 고착화 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마라톤의 소비층이 바뀌며 대회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마라톤 대회의 소비층이 바뀌면서 대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대회 후 수육과 막걸리를 제공해 ‘수육런’으로 불린 금천구청장배 대회, 갖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완주하면 담은 물건을 주는 배달의 민족의 ‘장보기 오픈런’, 빵을 더 건강하고 맛있게 먹기 위해 달리는 ‘빵빵런’ 등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 ‘무한도전 Run with 쿠팡플레이'는 티켓 오픈 2분만에 전석이 매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모두 순위나 기록 등과 상관없이 뛰는 것 자체에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행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록에 치중하기보다 대회 자체를 즐기려는 참가자들이 많아지면서, 이색 요소가 더해진 마라톤 대회들이 젊은층의 인기를 끌었다. 러닝에 공연, 체험형 프로그램, 포토존 등을 결합해 젊은 층의 유입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된다.
◇ 러닝(RUNNING)이 러닝(LEARNING)해 나가야할 과제…크루 논란부터 ‘공공성’ 확보까지
러닝 열풍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도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러닝이 생활문화로 자리잡기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닝크루'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 예시다. 일부 크루의 단체 러닝이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서초구는 반포종합운동장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했고, 송파구는 석촌호수에 ‘3인 이상 러닝 자제’ 현수막을 내걸었다. 러닝 크루를 운영하는 김모씨(27)는 "일부의 민폐가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줄까 걱정된다"라며 최근에는 소규모 분산 러닝 등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공공성과 결합된 새로운 움직임도 나왔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시민 참여형으로 운영하는 '러닝 순찰대'를 도입했다.
러닝 순찰대는 서대문구뿐 아니라 강남·송파구에서도 각각 저녁 시간대 지역의 주요 산책로와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순찰을 한다. 이들은 불법 주정차, 방치된 구조물을 발견하거나 범죄·화재·구급 상황을 목격하면 112나 119로 신고하기도 한다.
10년차 러너 A씨는 "달리기가 나만을 위한 운동에서 시작됐다는 이제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생활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게 러너들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oh199820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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