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로봇주차 상용화에도…규제는 여전히 ‘수동 모드'
		경제·산업
		입력 2025-10-31 07:00:08
		수정 2025-10-31 07:00:08
		오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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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로봇이 주차”…청주서 첫 상용화 시
‘9조원 로봇주차’ 커지는데…국내 기업은 해외로 눈 돌려
기술 앞서도 법은 제자리…제도 정비가 관건
 
[서울경제TV=오동건 인턴기자] 청주의 한 지하주차장. 노란색 네모로 구획된 선에 맞춰, 한 청년이 차를 세운다. 시동을 끄고 옆에 놓인 키오스크로 다가가 차량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다. 몇 가지 주의사항이 화면에 뜨고, 확인 후 자리를 떠난다.
잠시 후, 구석에서 낮은 기계음이 들린다. 네모난 로봇이 미끄러지듯 등장해, 차 밑으로 파고든다. 로봇은 네 바퀴를 각각 감싸 안고, 차량을 부드럽게 들어올린다. 타이어는 한 바퀴도 구르지 않은 채 주차구역으로 이동한다.
사람 대신 기계가 주차하는 시대. 국내 첫 로봇주차 서비스가 청주에서 상용화됐다. 기술이 도심 효율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과 달리, 법과 기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는 로봇주차가 도시의 주차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제도 개선 없이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 로봇이 주차하는 시대…카카오·현대, 기술 상용화 가속
지난 15일,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최초로 일반 주차 이용객을 대상으로 로봇발레 서비스를 개시했다. HL로보틱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충북 청주시 충북콘텐츠기업지원센터 지하주차장에 설비를 구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HL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주차로봇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한 이후, 기술 검증과 실증 단계를 거쳐 상용화에 성공했다. 회사는 실내 측위 기술 ‘FIN(융합 실내 측위)’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여러 주차장을 통합 운영하는 시스템 ‘UPC(Universal Parking Controller)’를 통해 주차 관리 효율성을 높였다.
현대차그룹 역시 자체 로봇주차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위아는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와 ‘로봇 친화형 오토발렛 주차 설비 솔루션’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주차로봇이 차량을 수평 이동시키고, 엘리베이터가 수직 이동을 맡는 방식으로, 출입구 병목현상을 최소화한 효율적 주차시스템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현대위아는 향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성수 팩토리얼 등에서 이 솔루션을 적용하고, UX·UI 등 사용자 경험 설계와 운영 교육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로봇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면서 각 기업이 향후 국내 로봇주차 생태계의 기술 표준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평가한다.
 
◇ 주차면 30%↑·공사비 30%↓…로봇주차, '두 마리 토끼' 잡아
최근 로봇주차 시스템을 도입하는 국가들이 늘며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다. 미국 조사기업 그랜드뷰리서치는 2023년 20억달러(2조9200억원)였던 전 세계 로봇주차 시장 규모가 2030년 67억달러(약 9조7786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에는 로봇주차의 높은 공간 활용도와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로봇주차는 차량이 직접 이동하지 않아 병렬 주차가 가능하고, 진입로와 회차 공간이 줄어들어 동일 면적 대비 주차 대수가 늘어난다.
실제로 해외 12개국에서 로봇 주차 프로젝트를 수행한 셈페르엠의 '엠피시스템'은 주차 보관소에서 모든 방향으로 진입해 이동하고, 층별 수직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차량을 들어올리기에 좁은 공간까지 촘촘하게 주차가 가능하다 밝혔다.
로봇주차는 비용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진다. 업계에 따르면, 전통 자주식 주차시설의 공사비는 동일 규모의 로봇주차 시설보다 약 30% 이상 높다. 서울의 한 상업시설 사례를 보면, 자주식 284대 수용 주차장의 공사비는 236억 원이지만, 로봇주차 방식으로 300대를 수용하면 163억 원 수준으로 30.9%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해 로봇주차는 도심 내 주차난 해소뿐 아니라, 공회전 감소와 에너지 절약 등 환경적 효과에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한 교통 전문가는 “로봇주차는 공공주택 등 주차공간이 부족한 지역에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주차장 건설비 절감과 환경 개선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 법은 여전히 수동주차 기준…상용화의 걸림돌은 '규제'
로봇주차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현행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관련 법 개정 지연으로 상용화 확대에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다.
현행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6조의2는 기계식 주차장을 상업지역·준주거지역 등 비주거시설에만 허용한다. 로봇주차는 기계식 주차장으로 분류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는 설치가 불가능하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로봇주차가 현행 법규상 기계식 주차로 분류돼 설치 장소 등에 제약이 있지만, 국토교통부에서도 변화된 기술 환경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규제 완화 움직임은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규제는 ‘기계식주차장치 안전기준’ 제6조의 입출고 시간 제한이다. 모든 차량의 입출고가 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 탓에, 건축주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크다.
현재 엠피시스템 1대로 2시간 내 입출고할 수 있는 차량 수는 최대 60대 수준이다. 로봇 1대당 2분의 출차 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60대 이상 규모의 설치는 불가능하다. 100대 규모의 주차장을 지으려면 최소 2대의 로봇이 필요해 설치비용이 두 배로 늘어나고, 가구 수가 많은 대단지 아파트에는 적용이 사실상 어렵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주차로봇은 새롭게 등장한 기술인 만큼 기존 법·제도에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라며 “제도 정비가 이루어지면 상용화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규제 완화와 기술 고도화, ‘두 축’이 함께 가야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술 자체의 한계도 역시 상용화를 가로막는 현실적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체를 들어올려 주차 구역으로 옮기는 지능형 주차로봇의 경우, 약 20~30대 차량을 처리한 뒤 4시간가량 충전이 필요하다. 속도 역시 느려 대규모 상업시설이나 공동주택에서 상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로봇주차 기업 관계자는 “현 시점의 지능형 로봇은 효율성과 속도 면에서 기술 개선 여지가 많다”라며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기술 완성도가 따라오지 않으면 상용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계식 주차 시스템과 로봇 기술을 결합한 AGV(무인운반로봇) 방식이 새로운 형태의 전환 모델로 검토되고 있다. AGV 방식은 로봇이 직접 차량을 들어올려 이동시키는 대신, 플랫폼이 차량을 실어 자동으로 주차 위치까지 운반하는 구조다.
국내 중소기업 셈페르엠은 슈퍼카와 밴 등 다양한 차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태국을 비롯한 12개국에 자동 주차로봇 시스템 ‘엠피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장안동의 한 오피스텔에 AGV 시스템을 도입, 국내 첫 상업용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셈페르엠 관계자는 “이 사례를 기반으로 현재 국내 대형 상업시설의 설계 단계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AGV 방식은 기술 안정화 과정을 거쳐 2~3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로봇주차가 실생활에 안착하기 위해선 기술적 시도에 제도적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교통 전문가는 “로봇주차는 시민들에게 아직 낯선 개념이라 초기 수용성이 낮을 수 있다”라며 “기존 방식과 병행하는 혼합형 운영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도심 주차난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는 로봇주차가 규제 완화와 기술 성숙이라는 두 축을 맞춰갈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인다. /oh199820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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