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향, 사탕향"…가향담배, 청소년 흡연의 덫으로
경제·산업
입력 2025-10-18 08:00:07
수정 2025-10-18 08:00:07
오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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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향담배와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국내 가향담배 비중은 최근 12년간 급증해 시장의 절반에 근접했고, 전 세계 전자담배 이용 청소년은 최소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지속적인 규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12년간 6배"…가향담배의 구조적 확대
과일향, 사탕향 등 달콤한 향으로 유혹하는 '가향담배'가 국내 담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2년간 시장 규모가 6배 넘게 폭증하며 전체 담배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 건강을 위한 강력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향담배 판매량은 2011년 2억7000만갑에서 2023년 16억8000만갑으로 약 6.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 비중은 6.1%에서 46.5%로 상승했다. 필터 캡슐형 제품은 2011년 7000만갑에서 2023년 13억7000만갑으로 19.6배 늘었다.
보고서는 가향이 초기 흡연의 거부감을 낮춰 청소년·신규 흡연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금연 성공률을 떨어뜨린다고 평가한다.
'한국형 SAVM 모델'을 이용해 정책 효과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향 규제를 올해 시행할 경우 2034년 남성 흡연율이 현 정책 유지 대비 20.3%→18.3%로 약 2%p, 여성은 3.1%→2.7%로 추가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5년 담뱃값 2000원 인상 시 남성 흡연율 약 3.8%p 하락과 비교해, 가향 규제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다.
일부 제품 전환이 발생하더라도 총효과는 금연 유도 쪽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EU·캐나다·브라질 등은 멘톨 등 특정 가향 금지 등 규제를 시행 중이며, 국내도 실효적 규제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소 1500만명"…전자담배 이용 청소년과 규제 공백
가향담배를 넘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이 전세계적으로 1500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자담배 이용자는 1억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13~15세 청소년이 최소 1500만명으로 집계됐다. WHO는 전자담배가 성인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는 별개로, 니코틴 의존의 연령대를 낮추고 있다고 경고했다.
WHO는 “청소년이 성인보다 전자담배를 사용할 가능성이 평균 9배 높다”라며 담배업계가 어린이·청소년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보고서는 WHO가 전자담배 사용 현황을 전 세계적으로 추산한 첫 사례다. BBC 등 외신은 흡연자 감소에 직면한 담배 기업들이 전자담배 시장으로 방향을 바꿨다며 “니코틴 중독의 새로운 물결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한 이들은 비흡연자에 비해 매일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될 확률이 3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업계 전문가는 “처음 시작하는 담배 제품이 일반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뀌었을 뿐 결국 일반담배를 피우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담배회사는 전자담배와 새로운 형태의 니코틴 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규제를 회피하고 청소년을 겨냥한 무분별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담배 중독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은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니코틴 신제품 등 전자담배와 신종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담배 업계의 마케팅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도 향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김헌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은 “금연 환경 조성과 흡연 예방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전자담배·신종담배 확산과 최근 흡연율 반등 등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oh199820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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