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vs 5000원…크리스마스 케이크 '양극화 경쟁' 가속

경제·산업 입력 2025-11-22 08:00:04 수정 2025-11-22 08:00:04 강지영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호텔은 ‘경험’·편의점은 ‘가성비’…두 갈래로 갈라진 소비
프리미엄 끌어올린 호텔·접근성 넓힌 편의점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전시된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제TV=강지영 인턴기자] 연말을 맞아 크리스마스 케이크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시장 구조 자체가 뚜렷하게 양극화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호텔은 고급 원재료와 조형 디자인, 한정 판매, 예약 우선 방식 등을 결합한 ‘경험형 초프리미엄’ 케이크로 소비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반면 편의점은 부담 없는 가격과 손쉬운 접근성을 앞세운 실속형 제품을 확대하며, 1~2인용 소형 크기와 캐릭터 협업 상품으로 젊은 소비층의 수요를 적극 흡수한다. 같은 시즌, 같은 카테고리임에도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경험 중심’과 ‘가성비 중심’으로 분명히 나뉘며, 두 시장이 동시에 빠르게 확장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의 ‘더 파이니스트 럭셔리’ 케이크. [사진=뉴스1]


▲ 호텔의 초프리미엄 전략, ‘경험’을 상품으로 만들다
호텔 업계는 연말 케이크를 이제 단순한 디저트가 아닌 ‘브랜드 경험’의 확장판으로 활용한다. 고급 원재료, 예술 작품에 가까운 조형 디자인, 계절 한정 판매, 예약 우선 방식 등 희소성 요소를 적극 결합하며 가격대 자체를 프리미엄의 기준으로 삼는 분위기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난 17일 서울신라호텔은 ‘더 파이니스트 럭셔리’ 케이크를 선보였다. 가격은 지난해 최고가인 40만원을 훌쩍 넘은 50만원대다. 재료 준비부터 숙성·필링 제작 등 모두 정교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완성까지는 최대 7일이 걸리고, 재료도 구하기 쉽지 않아 하루 최대 3개만 판매한다고 호텔 측은 밝혔다. 해당 제품에는 블랙 트러플의 가격에 3~4배에 달하는 ‘화이트 트러플’과 황금으로 불리는 프랑스 디저트 와인 ‘샤토 디켐’이 첨가됐다. 

이런 제품은 단순히 맛이 좋아서 사는 케이크가 아니다. 사진과 패키지, 스토리, 계절 한정이라는 요소들이 결합된 하나의 ‘시즌 콘텐츠’에 가깝다. 해당 경험에 가치를 느끼는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브랜드가 주는 상징성과 희소성을 우선순위로 둔다. 호텔들은 이 흐름을 기반으로 연말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실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구조는 해가 바뀔수록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또한 호텔 케이크의 상징성은 SNS와 미디어 노출을 통해 더 강화된다. 고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예약이 조기에 마감되는 사례가 늘며, ‘한정판을 사는 소비 경험’ 자체가 구매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호텔의 초프리미엄 라인업은 단기적인 히트 상품을 넘어, 연말 브랜드 전략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GS25가 출시한 미니 케이크. [사진=GS25]


▲ 편의점의 ‘가성비·소확행’ 전략
반면 편의점은 대중의 현실적인 기준에 맞춘 전략을 펼친다. 가격 접근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도, 1~2인 가구 증가에 맞춘 소형 케이크, 캐릭터 협업, 굿즈 제공 등 작은 만족감을 주는 요소들을 더해 차별화한다.

GS25는 올해 4900원대 미니 케이크부터 1만원 초반대 홀케이크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구성하며, ‘부담 없이 사는 연말 케이크’ 이미지를 공략했다. 일부 제품에는 캐릭터 키링이나 장식품을 더해 젊은 소비층의 선호를 반영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높이는 동시에, 젊은 층이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가 연말 케이크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2월에는 케이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평소의 2~3배 수준으로 오른다”면서 “각 브랜드들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 양극화를 키운 구조적 요인
연말 케이크 시장의 양극화는 단순히 취향의 극단적 차이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게 식품업계의 인식이다. 비용 구조 변화가 시장을 양 끝으로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중간 가격대 제품은 만드는 쪽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3만~5만 원대 중간 가격 제품은 ‘호텔처럼 특별한 것도 아닌데 비싸고’, ‘편의점처럼 가성비가 뛰어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소비 양극화도 영향을 미친다. 프리미엄 소비층은 가격과 상관없이 브랜드가 주는 경험·희소성을 중시하고, 실속형 소비층은 가격·양·편의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 기준 자체가 두 방향으로 나뉘면서 중간층이 설 자리를 잃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jiyoung@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주요뉴스

공지사항

더보기 +

이 시각 이후 방송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