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려고 먹었는데 악몽?"…멜라토닌 ‘위험한 구매’

경제·산업 입력 2025-12-09 07:00:04 수정 2025-12-09 07:00:04 이채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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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130만명…'수면제 대체재'로 떠오른 멜라토닌
고함량 직구 제품의 불법·불순물·함량 편차 ‘경고등’
“규제 밖 멜라토닌, 안전성 담보 못해”…커지는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제TV=이채우 인턴기자] “수면제는 뭔가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먹어요” 

늦은 밤 ‘꿀잠템’을 찾는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비공식 유통망을 기웃거린다. 멜라토닌이 한동안 해외 직구를 통해 5mg·10mg·20mg짜리 고함량 제품으로 유입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면제 대체재’처럼 퍼졌기 때문이다. 최근 통관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식적인 직구는 막혔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법 반입·우회 배송·‘도깨비시장’ 등 비공식적인 방식을 통해 고함량 제품을 구해 먹고 있다.

국내 수면장애 환자가 130만 명을 넘어서고, 수면제 처방 건수도 12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고함량 해외 멜라토닌에 기대는 수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실제 함량이 표기와 최대 4배 이상 차이나고, 불순물까지 검출되는 등 안전성 논란이 커지면서 해외 멜라토닌의 그늘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벗어난 해외 멜라토닌 제품들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어렵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수면장애 130만 시대 속 떠오른 멜라토닌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 장애로 건강보험 급여 진료를 받은 환자는 130만8383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만 해도 100만명을 갓 넘긴 수준이었는데, 4년 만에 26%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수면제를 처방받는 사람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의 연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면제 총 처방 건수는 2010년 약 1050만 건에서 2022년 약 4240만 건으로 12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스트레스 증가와 고령화 추세 등으로 수면 장애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증가하는 수면 장애 시장 속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멜라토닌’이 주목을 받고 있다. 

멜라토닌은 우리 뇌 속 송과선이라는 기관에서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으로, 밤이 되면 분비가 증가하고 아침이 되면 줄어들면서 신체 내에서 수면–각성 리듬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 속에 원래 있던 호르몬으로 작용한다는 점과 수면제에 비해 덜 위험하다는 인식 탓에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유튜브에서는 멜라토닌이 이른바 ‘꿀잠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유명 스타강사 L씨가 하루 4~5시간밖에 못 자 질 좋은 숙면을 위해 자기 전 멜라토닌을 섭취한다고 언급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 “멜라토닌이 뭔데?”…식물성·처방으로 구분돼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멜라토닌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흔히 ‘식물성 멜라토닌’으로 불리는 멜라토닌으로, 피스타치오, 타트체리, 클로렐라, 토마토 등 식물에서 추출한 멜라토닌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시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제품으로 제품당 대략 1~2mg의 멜라토닌이 함량된다. 

하지만 이런 식물성 멜라토닌은 우리나라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되지 않고, ‘일반 식품’으로 분류된다. 즉, 불면증 치료제로 기대할 수 있는 ‘의약적 효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또 효과가 50분~1시간 정도로 짧아 수면 개시에는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수면 시간 내내 지속되는 불면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다른 하나는 ‘처방 멜라토닌’으로 불리는 멜라토닌으로, 합성 멜라토닌을 원료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돼 반드시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다. 약효가 6~8시간에 걸쳐 지속돼 수면 개시와 유지 모두 도움을 주며,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처방되는 멜라토닌의 함량은 2mg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이용자가 해외 멜라토닌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도깨비시장으로 불리는 남대문 시장으로 가라는 정보를 댓글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사진=블라인드 캡처]



◇ 불법·불순물·편차…고함량 직구 멜라토닌의 ‘함정’ 

문제는 소비자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멜라토닌이 아닌, 고함량 해외 제품을 찾는 경우다. 의사의 처방 없이 소비자가 임의로 고함량 제품을 복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멜라토닌이 전문의약품이 아닌 일반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돼 약국·마트·온라인에서 누구나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르게 해외에서 판매하는 멜라토닌은 합성 멜라토닌을 주성분으로 한다. 한때 의사의 처방이 부담스럽거나 더 강력한 효과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5mg·10mg·12mg, 심지어 20mg 이상의 제품을 해외 직구를 통해 사먹었다. 

최근 들어서는 식약처와 관세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국내에서는 개인의 해외직구나 자가수입시 의사 소견서 등을 제출해야 통관이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고함량 합성 멜라토닌을 찾는 일부 소비자들은 번거로운 과정 때문에 여전히 우회배송, 해외 지인 운반, 커뮤니티를 통한 개인 판매, ‘도깨비시장’ 구매 등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제품을 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직구 제품은 성분의 함량 표기와 실제 함량률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해외에서 직구하는 멜라토닌 제품의 품질과 함량이 표시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북미 시장 내 멜라토닌 보충제 분석 연구 ‘Poor Quality Control of Over-the-Counter Melatonin’에 따르면, 제품 간 멜라토닌 함량이 라벨에 적힌 양의 –83%에서 +478%까지 편차가 있었으며 심지어는 동일 브랜드라도 제조 시기에 따라 실제 함량이 최대 465%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복용량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 과다 복용의 위험률을 높인다.
 

한 이용자가 불면증 카페에서 미국에서 직구한 해외 멜라토닌 젤리의 부작용을 유저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불면증 카페 게시글 일부 캡처]



특히 젤리형 제품은 편차가 가장 크며 일부는 표기량의 4~5배 멜라토닌이 검출되기도 했다. 젤리형 멜라토닌은 맛과 휴대성 때문에 10대 선호도가 높은 형태라 실제 섭취량이 표시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제조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독성 물질이나 유해 성분 등 불순물 검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에 따르면, 해외 직구식품 14개 제품에서 국내 반입차단 대상 원료와 성분이 확인됐다. 특히 전문가 처방 없이 과다 복용하면 구토와 메스꺼움, 행동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의약품 성분(5-HTP)과, 오남용 시 신장에 무리를 주는 '후박'이 검출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잠은 들었는데 꿈이”…온라인 후기 속 부작용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외직구 멜라토닌의 부작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 멜라토닌을 직구한 A씨는 미국 제품이 효과가 강력하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해외 멜라토닌 제품을 구매했다. A씨는 복용한 첫 날 편안하게 잠에 들었지만, 그 다음날부터 부작용을 겪기 시작했다. 

A씨는 “자고 일어났는데 머리가 묵직하고, 종일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졌다”며 “깊이 잠들지 못하고 새벽에 꼭 한 두 번씩 깨고, 몸은 쉬었는데 정신은 여전히 피곤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쯤 지나니까 부작용은 더 심해졌다”며 “평소에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인데 과거에 안 좋았던 경험이 마치 영화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꿈에서 펼쳐졌고, 심지어는 악몽까지 꿨다”고 말했다. 

 
◇ “규제 밖 직구 멜라토닌, 안전성 담보 어려워”

전문가들은 성분·함량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해외직구 제품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국내 기준과 검증 절차 밖에서 유통되는 만큼 실제 함량 편차나 불순물 위험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고함량 복용 시 부작용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고함량 멜라토닌을 비공식적으로 섭취하고 문제가 생기면 국내에서 구제받을 수 없다”며, “불면이 지속될 경우 우선적으로 정확한 진단과 공식적인 처방 체계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lcodn12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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