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집문서 있어야만 연희동에 살 수 있나요?”

오피니언 입력 2019-12-23 13:56:00 수정 2019-12-24 08:59:11 유민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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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유민호기자] “결국 아파트값 10억 못 찍을까 봐 그러는 겁니다.” “주민들과 사전에 소통한 적 없습니다.” 지난 9월 보도한 <‘성소수자 공간?’오해 난무하는 청년주택> 기사는 서울경제TV 웹사이트 댓글 창을 통해 주민들 간 논쟁이 이어졌다.

 

연희동에 퀴어 전용주택이 들어옵니다. 구청 홈페이지에서 반대 민원 넣어주세요.’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인근 주민들이 모인 SNS 단체방에서 퀴어주택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참여자들은 기겁했다. 초등학교 주변이라 아이들 교육에 해칠 끼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고, 구청장의 해명을 요구하는 게시물에 공감 버튼을 눌렀다.

 

언론이 만든 오해였다. 청년 주거를 위해 뭉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서울시와 빈집을 활용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주택이 마치 성소수자를 위한 공간으로 표현된 것이다. 처음 보도한 언론사가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 전체를 왜곡해 버렸다. 협동조합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거세졌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직접 주민들을 찾아 이야길 나누겠다고 말했다.

 

연희동 주민들은 꾸준히 민원을 넣었고, 시의회와 구청을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빈집 프로젝트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꾸렸다. 비대위는 1,000여명의 반대 서명을 모아 서울시에 전달했다. 가재울뉴타운 SNS 단체방 관리자는 집주인 인증 절차를 시작했다. 단지명과 동·호수 등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참여자는 강제 퇴장을 당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23일 서울 서대문구청 앞에서 '연희동 청년주택' 건축허가 요청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서울경제TV]  


공사를 시작하기로 한 12. 청년들은 다시 현수막을 들고 서대문구청 앞에 섰다. 연희동 청년주택 건축허가 요청을 위해서다. 

청년들은 외쳤다. “집문서가 있어야만, 연희동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유권을 가졌다고 소유권이 없는 시민의 존재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이크를 쥔 한 청년은 약자를 배제하는 연희동이 어떻게 핫플레이스일 수 있는가라며 날을 세웠다. 두 달 만에 만난 관계자는 설득해보려 주민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15억 아파트 대출 금지 사상 초유 규제. 다주택자 보유세 폭탄. 일주일째 언론사 헤드라인을 채우는 제목들이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과는 너무 먼 이야기다. 서울에서 청년 1인가구 3명 중 1명은 주거 빈곤을 겪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도 100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 중이다.

 

해가 바뀌기 전에 청년들과 연희동 주민들이 마주 앉아야 할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닌데, 2019년은 열흘도 남기지 않은 채 저물어 가고 있다. /yo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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