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의 정석 #4] 수경재배와 토양재배
입력 2021-07-13 14:07:43
수정 2021-07-13 14:07:43
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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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재배’와 ‘토양재배’ 식물을 키우기로 마음먹는 순간 고민되는 일이다.
토양재배는 식물을 자연스러운 방법 그대로 흙에서 키우는 일이다. 반면 수경재배는 식물의 뿌리를 물에 담그고 그 물에 직접 영양을 주면서 재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효율성의 수경재배, 느리지만 더 좋은 결과물의 토양재배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수경재배는 매우 효율적이다. 물을 통해 뿌리에 직접 영양을 제공하기 때문에 작물의 성장속도가 빠르고 관리하기도 편하다. 또 흙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작업장이 깨끗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 같은 특징 덕분에 최근 식물공장, 스마트팜 등에서는 대부분 수경재배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토양재배의 장점은 바로 결과물이다. 흙에서 키운 작물은 물에서 키운 것에 비해 식감이 상대적으로 더 아삭하며, 저장성도 좋다. 물에서 키운 식물은 수확 후 바로 냉장 보관하지 않으면 쉽게 무른다. 하지만 토양재배한 작물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상온에 두어도 잘 무르지 않는다.
[사진=씨더스 농업회사법인]
▶ 집에서 반려식물을 키울 때는…
'수경재배'와 '토양재배, 각자의 장단점이 있기에 ' 명확하게 '이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수경재배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벌레가 적게 생긴다는 점이다. 식물을 물에서 직접 기르기 때문에 흙에 알을 낳는 벌레들이 번식할 수 없다. 대표적인 해충인 뿌리파리도 흙에 알을 낳아 번식하는데 수경재배는 이런 뿌리파리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좋은 해결책 중 하나다.
물론 그렇다고 벌레가 아예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잎이나 줄기에 알을 낳는 벌레들은 수경재배 식물에서도 무리 없이 잘 살아간다. 사실 식물을 키운다면 벌레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수경재배의 단점은 당연히 물관리다. 대부분 투명한 유리병에 물을 채워 식물을 키우기 때문에 물이 햇빛을 받으면 녹조가 생기거나 쉽게 더러워질 수 있다. 수경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물에 양액 비료를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데 이는 녹조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 또 물을 적절한 시기에 갈아주지 않으면 물속의 산소가 부족해져 뿌리가 썩을 수도 있다.
토양재배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이다. 온도, 빛과 같은 주변 환경변화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식물을 더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다. 또 흙은 식물의 뿌리와 줄기를 더 단단히 고정시키기 때문에 뿌리가 다치거나 상할 걱정도 덜하다.
반려식물을 키우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기정화일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토양재배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이 공기정화 능력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흙 속에도 공기가 흐른다. 이 공기의 흐름 덕분에 뿌리는 산소를 흡수한다. 뿌리가 흙 속에 있는 산소를 빨아들이면 바깥에 있던 새로운 공기가 여러 오염물질들과 함께 흙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면 흙 속에 사는 미생물들이 오염물질을 분해한다. 흙 속의 미생물들은 오염물질들을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분해하기 때문에 흙이 오염되지 않았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 식물의 자연스러움을 존중하는 일
물과 흙,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명확하게 말하긴 어렵다.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느 쪽이 식물에게 더 좋은 방법인지는 말할 수 있다.
동물복지도 최근에 들어서야 이슈가 된 와중에 식물복지를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식물의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씨더스 농업회사법인 관계자는 “닭을 몸이 꽉 조이는 철창이 아니라 넓은 목장에 방목하는 것처럼, 식물도 완전한 통제 하에 놓는 것보단 좀 더 자연스럽게 흙에서 기르는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방적인 지배가 아니라 각자의 자연스러움을 존중하는 일,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식물에게 가져야할 자세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의준 기자 firsta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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