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보드 타고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 왔어요”
[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한국롱보더협회는 24명의 롱보더들이 경북 칠곡군에서 열리고 있는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를 찾았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을 출발해 문경을 거쳐 칠곡아트센터에 도착했다. 칠곡보를 비롯해 칠곡호국평화기념관, 꿀벌나라테마공원, 향사아트센터, 예태미술관, 왜관역 광장 등 6곳을 롱보드를 타고 돌며 사진과 영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손영실 칠곡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의 소개로 전시장들을 돌아본 롱보더들은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리며 전 세계에 이번 행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에 칠곡을 방문한 롱보더 중에는 SNS 팔로워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유명 인플루언서도 있어 그가 올리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가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알려졌다.
한국롱보더협회 소속 롱보더들이 지난 11일 경북 칠곡에서 열리고 있는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를 찾아 롱보드를 타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내달 5일까지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 개최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는 칠곡문화관광재단이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는 ‘땅의 시학’이라는 주제로 10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 한 달간 열린다.
국내외 작가들의 칠곡에 관한 새롭고 창의적인 관점을 다루는 '주제전'과 야외에서 설치작업이나 협업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특별전', '길위의 사진전', '미디어 큐브' 등 각종 부대행사로 구성된다.
이번 행사의 예술감독을 맡은 손영실 칠곡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은 “트랜스(trans)는 가로지르고 초월하고 경계를 통과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횡단, 공시성을 뜻한다”라며 “칠곡은 역사적으로 독일과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문화가 교류되는 지역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현재는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서 지역적으로 ‘트랜스’의 특성이 강하게 내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랜스미디어를 통해 지역적 정체성과 문화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한국롱보더협회 소속 롱보더들이 지난 11일 경북 칠곡에서 열리고 있는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를 찾아 롱보드를 타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는 칠곡의 역사, 문화, 생태를 다룬 4개국 10명의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된 주제전이 가장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김신욱, 김태동, 뮌(Mioon), 이종석, 윤진영 등 국내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영국 신진작가의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New Contemporary’ 수상자인 톰 불(Tom Bull)과 사운드 아트와 퍼포먼스 작업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해 온 톰 풀샴(Tom Foulsham), 올해 니엡스상(Grand Prix de Niepce)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줄리엣 아그넬(Juliette Agnel)의 신작들이 소개된다.
왜관역 광장에는 국내 유명 포트레이트 작가이자 유니세프 사진가인 한상무가 촬영한 ‘칠
곡사람들’ 프로젝트가 전시된다. 꿀벌테마공원 광장에는 김찬훈, 박형렬, 오성민 작가 등이 참여한 ‘길 위의 사진전’이 개최되는 등 도시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한 달간 전시, 공공미술, 미디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 '주제전'에 참여한 뮌(Mioon)의 작품.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사진 넘어 다양한 미디어로 작품 표현”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는 사진이라는 특정한 매체 위주의 전시가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의 활용과 함께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참여 작가들이 4달 동안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신작을 만들고 주민들과의 협업 등을 진행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부분도 색다른 부분이다.
실제 칠곡보 오토캠핑장에는 인문 캠핑을 주제로 캠핑 체험, 폴 크래프트, 역사 토크, 카누 체험 등이 이뤄져 지역의 생태적 환경을 마주하는 기회가 됐다. 이 기간 칠곡생태공원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된 ‘리버숲’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함께 즐기는 열린 문화행사가 됐다. 여기에 ‘북살롱’과 ‘칠곡사랑사진전’ 등의 개최를 통해 지역의 인문학 전통과 문학, 예술의 만남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 '주제전'에 참여한 김태동의 작품.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칠곡은 호국평화의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이 지역을 관통하는 낙동강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침략에 맞서 국군의 방어선 역할을 했다. 생태적인 측면에서 보면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많은 수생 동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는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매체와 관점으로 칠곡의 역사, 문화, 생태에 접근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유의미한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손영실 칠곡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은 “이번 축제는 지역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시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운영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면서 “지역의 잠재력을 발굴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하고, 나아가 예술과 문화가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생태계를 형성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칠곡 역사·문화·생태가 예술작품으로”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 ‘주제전’칠곡문화관광재단에 참여한 김신욱 작가의 작품.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 ‘주제전’에 참여한 김신욱 작가는 옻나무로 만든 전통 옻지 위에 낙동강에 사는 민물고기들이 마주한 현재의 여라 가지 상황을 묘사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칠곡군의 지명은 '옻나무 골'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김신욱 작가는 "낙동강과 그 주변의 생명체가 마주한 다양한 스토리를 접하고 상상하는 가운데 낙동강 유역 환경과 생물 다양성 보전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톰 불(Tom Bull)의 작품.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톰 불(Tom Bull)의 작품은 어둡고 이상하며 신뢰할 수 없는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포착하려는 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친숙하면서도 섬뜩하며 불안정한 작품으로 공동체와 폭력, 전통과 진보, 부와 노동이라는 측면에서 변화하는 풍경에 대응한다. 그는 소통의 경계에서 읽고 만드는 과정의 복잡성을 탐구하는데 무빙 이미지, 퍼포먼스, 조각을 통해 허구와 재현, 연기와 존재, 형태와 감성사이의 긴장감 또는 미묘한 차이에 관한 수행적 양태를 보여준다.
톰 풀샴(Tom Foulsham)의 작품 '낙동강 비플랫 단조'.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톰 풀샴(Tom Foulsham)의 작품 '낙동강 비플랫 단조'는 공간과 시간을 탐구하기 위해 풍경을 활용하는 일련의 작품 중 하나이다. 이 퍼포먼스에서는 낙동강의 광활함과 주변 경관이 작품의 구성 요소로 작용하며, 노로 강을 저어가는 보트의 속도, 연주자들이 분리돼 멀리서 리듬이 구성되는 모습의 형태를 취한다.퍼포먼스는 단조 코드가 뻗어나가며 풍경을 가로질러 부르면서 상실감과 분리감을 불러일으킨다. 변화하는 비플랫 마이너 코드의 무형성을 시공간의 구조에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지금 여기, 과거와 현재의 구성에 주목하도록 시선을 끈다.
줄리엣 아그넬(Juliette Agnel)의 작품. [사진=칠곡관광문화재단]
줄리엣 아그넬(Juliette Agnel)은 하루 중 서로 다른 시간대에 촬영한 사진을 결합함으로써 피사체의 지상 및 우주 요소의 모든 세부사항을 포착해 광활한 별이 빛나는 하늘로 둘러싸인 꿈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밤 풍경을 촬영하는 작가의 접근 방식은 작품에 초현실적인 특성을 보여하고 우리를 다른 시간으로 초대한다. 그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관객이 현실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연결을 생각하도록 유도하며 인간의 몸이 우주의 중요한 조각임을 일깨워준다.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 ‘특별전’에 참여한 한상무의 작품.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축제 ‘특별전’에는 포트레이트 작가이자 유니세프 사진가인 한상무가 촬영한 것으로 완성된 사진들이 왜관역 광장, 왜관 철교 등 지역 곳곳에 설치된다. 이 프로젝트는 각자의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칠곡 주민 30명을 일주일 동안 촬영한 것이다. 일종의 사회학적 포트레이트 형식의 작업이다. 6·25한국전쟁에 참전해서 73주년 기념 제복을 받으신 분, 90세가 다돼 한글을 배우고 본인 성함으로 된 글꼴이 있는 할머니, 장애인 역도 감독 등 칠곡 사람들이 가진 다양성과 가치가 사진으로 표현됐다.
라미 작가의 '프로젝트 솔저'.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라미의 '프로젝트 솔저' 시리즈는 작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남다른 자부심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그 근원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에 있는 참전용사들을 직접 찾아가 촬영한 작업이다. 작가는 2013년부터 시작한 이 시리즈의 작업을 2023년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한국전 참전용사 3,000여 명을 만나 그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되도록 기록하고 있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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