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北비핵화 궤도이탈 방지 ‘의기투합’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대화 동력을 살려 가는 데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다.
이는 북한의 ‘저강도 도발’이 남북 간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이긴 하나 비핵화 시계를 거꾸로 돌릴 중대한 위협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7일 오후 10시부터 35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가능한 한 조기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정상 통화를 앞두고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한미정상이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였다.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한다면 북한의 이번 행위는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인 만큼 한반도 긴장의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발사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를 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문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특별한 이견 없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방안을 논의했다면 양 정상은 북한의 이번 행위가 중대한 도발은 아니라는 데 사실상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은 북한의 발사 직후 한미 정부가 긴밀한 공조 하에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신한 트위터 메시지가 북한을 계속 긍정적 방향으로 견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의 이런 통화 내용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도발 행위라 하더라도 교착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대화 국면을 더 악화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가 있은 후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밝혀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협상의 문을 열어둔 바 있다. 이 때문에 한미정상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두고서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로키’ 대응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불러내는 데 계속 공을 들일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통화에서 양 정상은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면서 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통화로 미국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만큼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에 노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고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데 초점을 맞출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한미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하는 방안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김 위원장을 만나는 방안의 효과를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에 주력해 ‘촉진자역’에 더욱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이번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을 높이 평가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현지 조사를 토대로 3일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생산이 10년 사이 최악이라고 발표했다.
식량 지원이 필요한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하노이 노딜’ 이후 막혀 있던 남북·북미 관계에 숨통이 트이면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살리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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