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자격·책임 없는 평가에는 의미도 없다
“이리복검(李离伏劍)”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판결을 잘못 내린 관리가 책임을 지고 자결했다는 이야기기를 담고 있다.
판단과 평가를 담당한다면 그에 맞는 자격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술신용평가기관들의 모습은 ‘이리복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설립 4년차의 바이오 벤처기업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우리돈 약 1조 5,183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브릿지바이오의 신약 후보 물질을 인정해 계약을 맺은 것이다.
큰 성공만큼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브릿지바이오가 국내 기술성평가에서는 두 번이나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국내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기술신용평가기관이 신뢰성을 의심받는 것은 비단 이번 일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5월 기술성평가에서 A·BB 등급을 받은 ‘메드팩토’의 경우 재신청을 통해 진행된 평가에서는 단 두 달 만에 등급이 올라 A·A 등급을 받았다.
최근 품목 허가가 취소된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인보사케이주)’는 기술성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AA를 받은 바 있다.
기술성평가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복불복이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보사 사태 이후 기술신용평가기관들은 “제 2의 인보사 사태를 막겠다”며 평가를 신청한 기업들을 줄줄이 탈락시켰고, 그 결과 올 상반기 상장에 성공한 바이오기업은 단 5곳 뿐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일부 기술신용평가기관의 경우 전문성과 인력 규모가 충분하지 않아 바이오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평가 여력 부족을 기술에 대한 평가 절하로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13곳인 기술신용평가기관의 수를 늘리는 방안 등 기술 특례 상장 제도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기술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바이오 기업들의 피해는 되돌릴 수 없고, 한 번 떨어진 신뢰를 되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기술신용평가기관들이 ‘갑’의 입장을 고수하며 개선을 위한 노력 하지 않는다면, 바이오산업 위축은 물론 우리나라의 상장 제도에 대한 평판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술신용평가기관들이 ‘이리복검’의 교훈을 기억하고, 평가를 위한 자격과 평가에 대한 책임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아야 할 때다.
자격과 책임이 없는 평가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김성훈기자 bevoic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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