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좋은 기업이라면, 기다려주자
날씨는 점점 추워지지만 최근 자본시장에는 제철 과일 귤처럼 상큼한 뉴스가 있었다.
비타민제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의 거래가 재개된 것이다. 지난해 2월 거래가 정지된 지 약 1년 9개월 만이다.
경남제약과 주주들은 거래 정지와 상장폐지 결정 이후 결과를 뒤집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경남제약 측은 횡령·배임을 한 경영진 뿐만 아니라 투기 세력으로 의심되는 인사들을 경영진에서 배제했고, 주주들은 새 경영진에 대한 신임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거래 재개를 이뤄낸 것이다.
노력과 기다림으로 성과를 거둔 곳은 경남제약 뿐만이 아니다.
통신장비 기업 ‘감마누’도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결정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주력 사업인 안테나 개발과 판로 개척에 집중하는 한편 재감사에서 긍정적 의견을 받기 위해 힘을 쏟았다.
결국 지난 8월 거래소와의 상장폐지 무효 소송에서 사상 최초로 승리를 거두었다.
물론 두 기업 모두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경남제약은 기존 경영진 관련 위험에 대한 불안으로 주가가 흔들리고 있고, 감마누도 거래소의 항소로 다시 재판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정상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 외에 두 기업의 또 다른 공통점은 ‘내실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경남제약은 전 경영진의 횡령 등이 있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매출이 증가했고, 거래 정지 기간에도 꾸준한 수익 개선을 보였다.
감마누도 거래 정지 전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주요 통신사로부터 ‘우수 협력업체상’을 받기도 했다.
사업을 하는 동안 한 번의 어려움도 겪지 않는 기업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이다.
노력은 기업의 몫이지만 기회는 투자자와 관련 기관, 사회가 주는 것이다.
경남제약과 감마누는 충분한 노력을 했고, 투자자와 기관으로부터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받았다.
다만 경남제약과 감마누가 각각의 상황에서 첫 사례에 해당하는 만큼, 지금까지는 어려움을 이겨낼 시간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기업이 많았다.
실제로 한국거래소가 회계 감사 비적정 기업에 기회를 더 주기 위한 취지로 상장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 전인 지난 2018년, 상장폐지 결정이 된 기업은 39곳·2017년에는 46곳이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2018년의 경우 감마누와 경남제약처럼 개선의 여지가 있는 기업도 포함 돼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국내 바이오산업 침체 등 내외부적 이슈로 자본시장 활성화가 절실한 지금, 가능성 있는 기업에 대한 지원과 도움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문제 있는 기업은 증시에서 퇴출하는 것이 맞지만, 그 기업이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을 지녔는지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더 들여다 본 후 회생이 가능한 기업이라면, 투자자와 기관·사회 모두 기업의 노력을 더 지켜보고 기회를 주자.
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김성훈기자 bevoic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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