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인천공항 ‘조삼모사’에 면세업계 반발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앵커]
코로나19로 면세점 매출이 90%가량 급감하며 업계가 초유의 위기 상황을 맞았습니다.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사업자를 돕겠다며 임대료 할인 방안을 내놓긴 했는데요. 업계는 ‘조삼모사식 할인법’이라며 되려 반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온 사회가 협력하고 있는데, 인천공항공사는 ‘착한 임대인’ 코스프레만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경제산업부 문다애 기자와 전화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문 기자. 인천공항공사가 내민 임대료 조정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길래, 업계가 이렇게 반발하는 겁니까?
[기자]
인천공항공사가 정부 방침에 따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면세사업자에 대해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올해 3월에서 8월까지의 임대료를 20% 할인해준다는 건데요. 문제는 올해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은 기간 만큼 내년도 임대료 할인을 포기하라는 단서 조항을 단 겁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그간 직전년도 여객 수 증감에 따라 월 임대료를 ±9% 선에서 조정해왔는데요. 직전년도보다 여객 수가 늘어나면 임대료가 올라가고, 여객 수가 줄어들면 임대료도 줄어드는 방식입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국제선 이용자가 급감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임대료를 9% 감면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번 인천공항공사의 방안대로라면 면세점들은 내년 코로나19로 국제선 여객이 줄어든 데 따른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태가 진정돼 여객 수가 정상화되면 내후년인 2022년에는 9% 더 많은 임대료를 내야 하는 겁니다.
[앵커]
이번에 사정 봐서 깎아주긴 하는데, 승객수에 따른 임대료 조정은 포기하란 얘기군요. 인천공항공사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건가요?
[기자]
인천공항공사 측은 “여객 연동 임대료는 올해 수요 감소에 따른 피해를 내년에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올해 임대료 감면이 이뤄지기 때문에 내년에도 이를 적용하면 이중으로 혜택을 받게 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를 테면 지금 사정이 어려우니 잠시 월세를 줄여줄 순 있는데, 나중에 올해 장사 안됐다면서 임대료 깎아달란 소리 안 하기로 약조해라, 이렇게 요구한 셈이군요. 면세업계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면세업계는 허탈하다는 반응입니다. 업계의 입장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책이 아닌 보여주기식 결정이라는 겁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임대료 감면이 전 산업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인천공항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기 위해 ‘착한 임대인 코스프레’를 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반발이 나옵니다.
특히 업계에서는 올해 20%를 감면받는 임대료와 내년도 임대료 할인 금액이 비슷하다고 평가하는데요. 결국 2021년과 2022년에 내야 하는 임대료가 올라가 사실상 감면의 실익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결국 여론에 밀려 흉내만 낸 '조삼모사'식 지원책이라는 지적입니다.
[앵커]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할인 방안에 업계가 더더욱 상처 받는 이유는 아마도 지금 상황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일 텐데요. 면세업계 상황 짚어주시죠.
[기자]
면세업계는 코로나19로 심각한 국면을 맞았습니다. 코로나19로 여객이 크게 줄어 공항 면세점 매출이 급감해 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 됐기 때문입니다. 항공정보 포털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4월 하루 평균 인천공항 출국객 수는 1,000명 수준입니다. 지난해 하루 평균 10만명 대비 1% 수준인데요. 여객이 급감하자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들의 4월 매출은 전년비 98% 하락했습니다. 이달의 경우 매출액의 20배를 임대료로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면세업계 1, 2위이자 대기업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물론 중소기업인 그랜드관광호텔도 인천공항 1터미널 신규 면세사업권을 포기했습니다. 이들 업체는 올해 1월 인천공항 면세 사업권 입찰에 참여해 각각 DF3(호텔신라)와 DF4(호텔롯데), DF8(그랜드관광호텔) 구역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당초 어제(9일)까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야 했으나 하지 않은 건데요.
앞서 이들은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하자 기존 계약 조건대로 매장을 운영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인천공항공사에 계약 조건 변경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들은 사업권을 포기한 겁니다. 대기업 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 사업의 우선협상자가 된 후 매장 운영을 포기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면세업계 관계자 얘기 들어보시죠.
[싱크] 면세업계 관계자
“인천공항 면세점은 현재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업계의 절박한 상황이 반영된 임대료 산정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코로나19는 사실 국내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국가들도 면세점 매출이 줄긴 마찬가지 일 텐데, 해외 공항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홍콩 첵랍콕 공항 등 해외 국제공항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상업시설 임대사업자에 대해 최대 50%의 임대료 감면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현지 공항에 진출한 국내 면세점도 동일한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천공항의 조건부 20% 감면과는 사뭇 다른 조치로 보입니다.
[앵커]
네, 앞서 임대료 할인 방안을 마련하며 이중 혜택을 방지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 인천공항공사 관계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코로나19 사태가 극복될 때 까지 서로 고통을 분담하며 지금 이 순간을 버티자는 의미인데요.
‘내가 혜택을 주고, 손해를 본다’는 인천공항공사의 상황인식에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까지 경제산업부 문다애기자와 면세업계 논란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문다애기자 dalove@sedaily.com
[영상편집 강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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