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실효하한 다다른 기준금리…정책공조 먹힐까

증권·금융 입력 2020-05-28 18:10:34 수정 2020-05-28 18:10:34 정순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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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정순영 기자]


[앵커]

한국은행이 두 달 만에 또 다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기준금리 0.5% 시대가 열렸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상황을 보면서 하반기 정책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한은이 한발 빠른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번 금통위의 결정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정순영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정순영 기자.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금통위가 오늘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0%로 낮췄습니다. 빅컷을 단행한 뒤 불과 두 달 만의 결정인데, 한은이 아주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인하 결정은 각종 경제지표 악화가 이어진데 따른 선제적인 대응으로 읽힙니다. 당초 한은의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조금 완화되면서 금리동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요. 한은은 경기부양에 통화정책을 올인한 모양샙니다. 오늘 회의에서 금통위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며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은이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성장세 회복 지원'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앵커]

코로나19 사태가 오늘 내일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실제 경제 지표가 많이 떨어지고 있어서 한은 입장에서는 빠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요. 


[기자]

지난 4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24.3% 감소한 369억2,0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고, 5월 들어 20일까지 수출도 지난해 5월 같은 기간보다 20.3% 줄었습니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1분기 GDP는 전기 대비 1.4% 감소한 수치인데요. 세계 금융위기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기도 합니다.


[앵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의 정책 공조의 성격이 강한데요. 정부가 3차 추경 편성을 앞두고 있어서 어느 정도 시너지가 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죠.


[기자]

정부의 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3차 추경 편성과 함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로 경기 부양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한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을 앞두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 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당장 기준금리 인하로 정부의 국채조달비용 부담은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하로 일각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로 중앙은행이 인하할 수 있는 실효하한선에 다다랐다는 평가도 있죠.


[기자]

한은이 발 빠른 대응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그동안 쟁점이었던 '실효하한'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실효하한은 유동성 함정이나 자본유출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을 말하는데요. 한은의 이번 전격 인하 결정에 따라 금리는 사실상 실효하한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0~0.25%로 사실상 제로금리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을 0.5%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주열 총재도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유출 측면에서 우리나라 실효하한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한은의 올해 금리 인하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요. 그러면 향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방식도 좀 달라지겠네요.


[기자]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렵고, 추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충격 대응책으로 가계와 기업에 신용공여 등의 유동성 공급방안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리 결정 후 금통위 결정문에 항상 포함되는 ‘여러 여건을 살피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란 문구가 삭제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다만 이 총재는 "미 연준이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리면 실효하한이 달라질 수 있고, 우리의 정책 여력도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한은의 이번 결정 과연 얼마나 약발이 통할까 궁금합니다. 과거 사례에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기자]

당장 금리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기준금리가 5%대였는데 한은이 빠르게 금리를 2%까지 내리면서 돈을 풀었고,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보긴 했습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가계, 기업의 조달 비용이 줄어 경기 부양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지금은 이미 금리가 너무 낮은 상태인데다 ‘유동성 부족’ 상황이라 보기도 힘들기때문에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가 큰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일종의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앵커]

실효하한에 다다랐는데 효과는 미지수라면 당장 금리 인하의 부작용도 우려가 되는 부분인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기자]

금리가 낮아지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이 빨라질 가능성도 커집니다.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한은이 인하 카드를 아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실물 경기 부진에 대응하는 차원인데 금리를 내린다고 소비가 늘어날지는 의문이라는 건데요.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확실한 신호가 있을 때 내리는 게 더 큰 효과를 발휘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입니다.


[앵커]

이제 한은이 비전통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들이 나왔어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한 이후 한은의 대응책 어떤게 있을까요.


[기자]

한은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조치는 국고채 매입을 늘리는 겁니다. 이미 연이은 추경으로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커졌고, 곧 편성할 3차 추경과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의 채권 발행 규모도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 총재는 “수급불균형에 따라 장기금리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필요한 경우 국고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정례적으로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국채 매입 규모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국채 매입 규모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행 국채 매입 사례 감안하면 10년물 위주로 20조+α 규모의 매입이 예상됩니다. 금융위기 당시 한은은 시장 왜곡을 피하기 위해 시장 듀레이션에 대응해 채권을 매수했는데요. 현재 국채시장 듀레이션은 8.6년으로 이번 단순 매입은 10년물에 집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 3차 추경에서 40조원의 적자 국채 발행과 전체 국채 잔액 대비 4.8%까지 한국은행 보유 국채 잔액의 확대를 가정하면 최소 17.4조원 규모의 국채 매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대폭 수정이 됐어요. 11년 만에 나온 마이너스 전망이 나왔는데 그만큼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얘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대폭 수정했습니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 2.1%보다 2.3%포인트 낮춘 수칩니다. 한은이 또 한 번 구원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기도 한데요.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수정한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여파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겁니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올 초만해도 3월에 정점을 찍은 뒤 진정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후 2분기에 정점에 다다른 뒤 차차 진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올 3분기 정점을 찍는 비관적인 시나리오 상으로는 -1.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는 느낌에 걱정부터 앞서긴 하는데요. 오늘 금통위의 결정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는 어떤가요. 


[기자]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알렉스 홈즈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 금리 인하 직후 낸 보고서에서 한국은 상당한 침체의 한가운데 있으며 4월 금리 동결 이후 경제 전망은 더욱 나빠졌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의 5월 첫 20일간의 수출이 전년 대비 20.3% 줄어드는 등 대외 전망도 어둡다며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부와 한은의 정책공조가 제대로 먹혀들어야 할 텐데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이른 낙관보다는 미리미리 악재에 대비하자는 결정이겠죠. 조금만 더 사태를 지켜보면서 올 한해 무사히 지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정순영 기자 고맙습니다./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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