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식품용기에 담긴 화학제품…위험한 협업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앵커]
최근 마트나 편의점을 가면 이색 협업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없어서 못 마시는 곰표 맥주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이색 협업이 인기를 끌자 도를 넘은 제품들이 잇따라 나오며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경제산업부 문다애 기자와 이에 대한 문제와 관련 부처의 움직임까지 다뤄보겠습니다.
문 기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협업 제품들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인지요?
[기자]
최근 업종을 뛰어넘은 이색 협업이 인기를 끌자 자극적인 위험한 협업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식품과 비식품이 협업한 사례들이 그것인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홈플러스에서 LG생활건강, 서울우유와 협업해 출시한 바디워시인데요. 서울우유 우유갑 패키지 디자인을 활용해 서울우유의 로고, 서체, 색깔 등을 적용했고, 크기 또한 우유갑과 비슷한데요. 재미를 위한 펀슈머 마케팅의 일환인데, 문제는 비식품인 바디워시 상품을 우유 진열대 앞에 놓아, 혼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판단이 미숙한 어린이나 지적장애인 등은 우유로 착각하고 마셔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홈플러스는 또 지난 3월 하이트진로와 혐업해 소주병 모양의 디퓨저도 내놨는데요. 한 상자 안에 액체 방향제를 담은 진로이즈백 모형 병과 소주잔이 들어있는 제품입니다. 먹지 말라는 경고를 붙여놨지만 진로 소주병 모양을 본떠 만든데다가, 소주잔까지 동봉해 노인이나 음주자의 경우 소용량의 소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식품으로 오인해 잘못 섭취할 위험성이 있어보이는데요. 이런 상품들이 많습니까?
[기자]
편의점 CU는 말표산업과 손잡고 구두약통에 담은 초콜릿과 식품들을 내놨고, 바둑알과 바둑알통을 그대로 구현한 초콜릿을 출시했습니다. GS리테일은 모나미와 매직펜의 외형을 구현한 스파클링 음료를 내놨는데요.
세븐일레븐은 성신양회와 천마표시멘트 팝콘 과자를 출시했고, 아모스와는 딱풀 캔디를 내놨는데요. 이마트24는 페인트 등 도료를 취급하는 강남제비스코와 함께 우유와 에이드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먹으면 안 되는 상품 패키지’로 포장했다는 겁니다.
특히 용기와 내용물이 실제 제품과 지나치게 비슷해 어린아이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제품 대부분이 과자와 캔디, 우유 등 어린아이들이 많이 찾는 식품이란 점도 문제입니다.
편의점업계를 위주로 전개됐던 위험한 ‘펀슈머 마케팅’이 최근 마트와 식품업계 등 유통업계 전반으로 넓어지는 양상을 보이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런 제품들을 내놓은 유통기업들 입장은 무엇인가요?
[기자]
네 업계에서는 논란이 시작된 초반까지만 해도 펀슈머 마케팅의 일환이며 먹지 말라는 표기를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자 일부 업체들은 논란이 된 제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취식 금지 표시를 강화하는 등 부랴부랴 조치에 나섰습니다.
GS25는 매직펜 모양의 음료 제품 판매를 중단했고, 우유모양 바디워시를 판매한 홈플러스는 “담당자가 보다 잘 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연관 진열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우유갑 모양 바디워시 위치를 우유 진열대에서 화장품 매대로 바꿨고, 기존 상품 후면에 ’먹는 우유가 아닙니다. 화장품입니다‘라는 경고문구가 기재돼 있었는데, 현재는 ‘샤워 용도로 쓰는 화장품입니다’라는 POP을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주 중에는 상품 전면에도 ‘마시지 마세요. 바디워시입니다’라는 스티커를 추가로 부착한다고 합니다.
[앵커]
이런 마케팅으로 실제로 오인해서 먹는 사고도 발생할 우려가 크네요. 실제 통계는 어떤가요?
[기자]
생활화학제품 디자인을 그대로 본떠 만든 식품은 특히 어린이에게 혼동을 줄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고들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는 2017년 1,498건에서 2018년 1,548건, 2019년 1,915건으로 최근 3년간 지속 증가했습니다. 주로 완구(42.7%), 문구용품 및 학습용품(6.0%), 기타 생활용품(4.6%)을 삼키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특히 전체 사고 중 83.7%가 6세 이하의 아동들로, 이색 식품과 기존 생활화학제품을 명확히 구분하기에는 판단이 어려운 나이입니다.
[앵커]
마냥 재밌다고만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이런 상품들이 늘어나면 사고 가능성도 커질텐데요. 관련 규제는 없습니까?
[기자]
현재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이색 상품 관련 규제는 없는 상황인데요. 식약처는 펀슈머 상품 관련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관련법 개정·강화를 검토하는 등 조치에 나섰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식약처가 수개월 전 편의점협회에 이 같은 상품출시에 대한 주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CU의 말표 막걸리 등 식품과 비식품간 위험한 협업 상품들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이달 23일 식약처는 외용 소독제에 대해 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용기나 포장 사용을 제한하도록 하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논란과 비슷한 문제로 꼽혔던 소독제 포장을 규제한 겁니다. 또한 한국소비자원 역시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식품의 디자인에 섭취가 불가능한 생활화학제품 등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기존 법은 소비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게 목적이지만 올바른 표시·광고를 하도록 하는 명시적 기준 범위가 한정적이라 기준을 제시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차원입니다.
다만 아직 규제가 실행되지 않은 단계인만큼 성인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라도 어린이 안전까지 고려하는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이런 협업이 확대되고 잇는 만큼 기업에서도 기획 단계부터 안전성을 함께 고려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콜라보 자체는 향후에도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활발히 하는건 바람직하지만, 콜라보를 했을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린이들의 인지능력이 완전히 발달이 안됐으니, 전문가를 모시고 사전에 점검한 다음에 출시를 하는게 바람직하다.”
[앵커]
제도 마련 전이라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단 얘긴데요.
문제가 제기됨에도 계속해서 업종을 뛰어넘은 협업 제품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이런 협업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펀슈머 마케팅의 성공 사례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펀슈머란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합한 단어로, 이전 세대의 것을 모방하고, 이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소비자는 재미와 신선함을 느끼게 되는데요.
펀슈머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이 SNS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며 편의점 간 경쟁이 치열해져 최근 비슷한 상품들이 줄이어 나오고 있는겁니다. 재미는 결국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 기업 입장에선 괜찮은 마케팅인셈입니다.
성공적인 콜라보 상품의 대표격은 곰표맥주입니다. 지난해 5월 편의점 CU와 대한제분이 콜라보로 만든 곰표맥주는 시장의 호평을 얻으며 안착했는데요.
CU의 ‘곰표 밀맥주’는 기존 주류업계의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까지 나오는데요. 이달 초 '카스'와 '테라' 등을 제치고 CU 맥주 매출 1위에 등극했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편의점 맥주 시장에서 단독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이 대형 제조사 제품들을 누르고 1위에 오른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출시 3일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매진됐고 최근 롯데칠성음료 위탁 생산으로 생산물량이 대폭 늘어나 300만 개를 공급했으나 2주만에 완판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의 이런 펀슈머 마케팅 자체는 색다른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1인 가구인 사람들은 편의점에 들락날락해요. 좁은 공간에 들락날락하는데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새롭게 변화된거 이런거를 주기 위해 콜라보를 하거든요. 소비자들의 어떤 식상함을 바꿔줄 수 있는 시도로서 비교적 수월한 방법이다, 비용도 적게들고 이렇게 볼 수 있죠.”
[앵커]
네, 변화하는 세대에 맞춘 마케팅 방식이지만,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켜져야 하지 않까 생각되네요. 지금까지 경제산업부 문다애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dalove@sedaily.com
[영상편집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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