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항공·조선 매머드급 ‘빅딜’…내년초 결론
[앵커]
오늘(29일)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키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여기에 이번주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대한 정부의 심사도 나올 예정인데요. 두 건 모두 국내 항공·조선업계 선도기업들 간 매머드급 빅딜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립니다. 경제산업부 문다애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기자. 두 건 모두 최종 결론은 내년 초에나 날 거 같다면서요?
[기자]
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올 한해 항공과 조선업계의 ‘빅딜’이었지만, 독과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국내외 경쟁당국과 업계의 견제를 받으면서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못했는데요.
일단 오늘(29일) 공정위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키로 가닥을 잡았고,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도 이번 주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다만 심사 결과에 대한 기업 측 의견을 수렴한 후 의결 기구인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야 해 내년에야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먼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올해 1월에 공식화한 내용인데, 오늘 윤곽이 잡혔다면서요?
[기자]
공정위는 오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마무리 짓고 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이들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키로 한 건데요. 공정위는 이들 기업결합이 시장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보고 ‘슬롯 반납’ 조치를 내리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슬롯이란 ‘특정 항공사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데요. 합병 이후 독과점 우려가 있는 슬롯을 반납해 경쟁사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도입니다.
공정위는 하나가 될 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5개사의 여객, 화물 부문을 국제선·국내선으로 나눠 노선별 시장의 경쟁 제한성을 분석했는데, 일부 노선에서 여객 점유율이 50%가 넘어 시장 경쟁을 제한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에 슬롯 반납 조치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다만 반납이 필요한 슬롯 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경쟁 제한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점유율이 높아지는 부분을 해소하는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의 심사 결정이 이처럼 늦어지게 된 것은 독과점 문제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것은 지난해 11월이고, 기업결합 심사 신청은 올해 1월이었는데요. 합병 시 국내 국제선 여객노선과 주요 화물노선의 점유율은 70%를 훌쩍 넘게 되는데, 이는 공정위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하는 시장 점유율인 50%를 크게 웃돌기 때문입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양사가 운항하는 총 143개 국제노선 가운데 통합 시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 되는 노선은 32개에 달합니다. 대표적으로 인천에서 출발해 LA·뉴욕·시카고·바르셀로나·시드니·팔라우·프놈펜으로 향하는 7개 노선의 경우 두 회사 점유율이 100%에 해당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어떻게 결론 날까요?
[기자]
일단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론을 냈는데 이런 내용을 확정해도 모든 합병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양사가 취항하는 모든 국외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와 중국, EU 등 주요시장 경쟁당국이 승인 조건으로 핵심노선 매각을 요구하거나 불허할 가능성도 있어, 관건은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 국가들입니다.
현재 태국 등 7개국은 심사를 마쳤지만, 미국·EU·중국·일본·영국·싱가포르·호주 7개국은 아직 결론을 보류하고 있는데요. 경쟁 제한성 해소 조치 방안을 정부가 제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는 기업 측이 조치 방안을 마련해오면 승인 여부만 판단하는 구조라, 현재로선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해외당국 역시 양사의 국제선 노선이 67개나 중복돼 합병으로 점유율이 높아지면 독점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다음달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시작할 예정인데, 이때 바로 시정조치안을 확정하지 않고, 해외당국 심사 상황을 봐가며 추가 회의를 열어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공정위의 이번 조건부 결정은 달갑지는 않을 겁니다. 노선 축소는 경쟁력 저하와 고용 유지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결국 통합을 통한 시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대한항공 입장 들어보시죠.
[싱크] 대한항공 관계자
“심사보고서를 받으면 담긴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당사 의견을 정리해 공정위와 함께 협의할 예정입니다.”
[앵커]
이번에는 조선업계 빅딜 얘기해보죠. 한국조선해앙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도 2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라면서요. 이유가 뭔가요?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은 3년째 멈춰 서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55.7%)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같은 해 6월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한국조선해양이란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한 바 있는데요.
당시 양사 결합은 글로벌 1·3위 기업 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조선업계에서 큰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런데 공정위는 2019년 7월 기업결합 신고서를 받은 뒤 2년 반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 건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이번주 심사를 마무리해 심사 보고서를 발송하고 전원회의에 상정할 예정입니다. 현재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는 승인을 결정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아직 심사가 몇년째 지지부진한데요.
관건은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입니다. 글로벌 기업 간 결합은 심사국 전체의 승인을 얻어 내야 하기 때문에, EU가 합병을 최종 반대하면 양사의 빅딜은 무산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현대중공업도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이 예상됩니다.
[앵커]
현재 시점에서 EU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되나요?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과는 다르게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전망은 어둡습니다.
일단 EU 집행위원회는 두 기업 합병이 유럽 조선사와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두 회사가 합병되면 선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유럽 물류 업체들이 불리한 가격 조건으로 선박을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건데요.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발주 153만CGT 중 국내 3사의 수주량은 143만CGT에 달했습니다. 전 세계 발주된 LNG선 10대 중 9대 이상이 한국산이라는 건데요. 이에 LNG선 선사가 몰려 있는 유럽이 두 회사의 결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EU 경쟁당국이 조건부 승인보다는 원천적으로 기업결합 자체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한국조선해양이 독점 방지를 위해 조선소 일부 매각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EU 측 반대 의견을 뒤집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EU는 다음 달 20일까지 심사를 마무리하기로 한 상태로, 그 이후에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번주 공정위가 독립적으로 승인 여부를 심사하지만, 큰 시장이 있는 EU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조선 빅딜이 무산될 것에 대비한 플랜을 준비하고 있으며, 만약 인수가 무산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최대주주(55%)로 있는 사실상 공기업으로 전환됩니다.
이에 대해 한국조선해양은 “현재 심사가 진행중인 상황인만큼, 이후 절차 등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조심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조선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기가 불가하고 특정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이므로, 앞서 조건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경쟁당국도 조건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항공과 조선업계의 매머드급 빅딜에 대해 다뤄봤습니다./da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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