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무늬만 전통주? 소비자 혼란에 “주세법 개정해야”
[앵커]
최근 박재범의 원소주가 온라인 판매 개시 1분 만에 품절 되는 등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당초 주류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 돼 있지만, 전통주로 분류된 덕분인데요. 이러자 주류업계에서 전통주 분류법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거세게 나오고 있습니다. 문다애, 김수빈 기자가 전통주 분류법 논란부터 주류업계 동향, 전문가들의 조언까지 짚어봅니다.
[기자]
전통주 분류법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박재범의 ‘원소주’가 돌풍을 일으키면서입니다.
‘원소주’는 전통주로 인정받아 온라인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흔히 소비자들이 아는 전통주는 정작 전통주로 분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전통주 기준은 ▲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든 술 ▲식품 명인이 만든 술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
특정 주종이나 제조 방식에 따른 분류가 아닌 ‘어디서, 누가 만드느냐’를 유일한 기준으로 하고 있어, 전통 방식과 거리가 멀어도 전통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원소주’와 서양의 탄산와인, 미국인이 만든 ‘토끼소주’, ‘애플사이다’는 전통주지만, ‘일품진로’와 ‘화요’는 아닙니다.
[싱크]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술이 다 전통주지. 전통주라는 KS 기준같은 건데, Korean Standard 잖아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거든요. 규젠데 사실. K-주류로 크려면 외국사람들이 와서 한국의 술이라고 하는 데에 대한 정체성을…”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진짜’ 전통주 제조업체들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겁니다.
특히 전통주로 분류되면 주세 감면 혜택을 받고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 논란은 더 거셉니다.
정작 보호받고 육성돼야 할 ‘진짜‘ 전통주들이 온라인 판매, 유통 확장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주류업계도 일제히 전통주 분류법이 애매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싱크] 주류업계 관계자 /싱크1
“전통주라고 명명하는 기준 자체가 굉장히 모호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희석식 소주도 어떻게 보면 요즘 K-푸드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굉장히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하고 있거든요. 단순하게 만드는 방식과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지에 따라서 전통주인지 아닌지 단편적으로 구분하는 부분은 조금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다만 주류의 온라인 판매 확대는 신중해야 할 문제로, 기존 규제를 확대하기 보다 정확한 기준을 세워 ‘원소주’ 같은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
조심스러운 기업들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낡은 온라인 주류 판매 규제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싱크]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사실은 너덜너덜한 규젠데, 온라인 그것도 한번 제로 베이스로 검토할 때가 아닌가 나는 그렇게 봐요. 너무 주류에 대해서 온라인 판매 금지는 ‘기울어진 운동장’ 내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소비자에게 맡기는 거죠. 술이 마약이 아닌데, 온라인으로 판매 못하는 근거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이에 업계는 전통주 분류법을 ‘제조방식이 전통에 근거한 것인지, 국산 농산물을 얼마나 원재료로 사용하는지’ 등 데이터에 기반한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류업계는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시장을 열며 ‘저렴한 술’이라는 소주의 이미지를 고급스러운 우리 전통 술로 탈바꿈시킨 하이트진로와 광주요그룹이 대표적입니다.
하이트진로는 매년 세계적 주류 품평회인 ‘몽드셀렉션’에 ‘일품진로’를 출품해 우리 전통 증류식 소주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고, 여기에 매년 최상급 싱글몰트 위스키와 견줄만한 품질의 한정판 제품을 내놓으며 슈퍼프리미엄 소주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세계 명주들과의 경쟁을 목표로 세계 20여개국에 ‘화요’를 수출하고 있는 광주요그룹은 2020년 EU가 공인하는 한국산 위스키로 인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리 전통술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통주를 베이스로 사용한 칵테일을 알리기 위해 ‘화요 칵테일 챔피언십’도 2020년부터 열고 있습니다.
[싱크] 한수민 / 광주요그룹 실장
“법적 규제로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지만, 화요는 대한민국 대표 프리미엄 증류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대한민국 전통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브릿지] 문다애 기자
“이처럼 애매한 분류법 기준으로 인해 정작 법의 취지와 다르게 외국계 기업이 온라인 유통망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 우리 기업들이 차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dalove@sedaily.com
[브릿지] 김수빈 기자
“이 같은 규제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는 기업들은 증류식 소주를 판매하는 주류회사들뿐만이 아닙니다. 통상 전통주로 인식되는 막걸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도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통문화 방식으로 만드는 술 대부분이 전통주산업진흥법에 의해 ‘전통주 등’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소비자들, 특히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전통 술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생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싱크] 국순당 관계자
“소비자가 알고 있는 전통주의 개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싱크] 남희도/막걸리협회 사무국장
”법안이 정한 전통주의 의미와 진정한 한국의 술로서의 전통주하고는 현실에서의 괴리감들이 소비자들한테 생기는 거죠.“
정작 소규모 양조장이지만 온라인 판매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도 있습니다. 지역 기반의 맥주들입니다.
지난해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역 영세 브루어리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싱크] 박정진/한국수제맥주협회 협회장
“취지 자체가 사실은 지역농산물을 사용하는 걸 장려하고, 우리나라에서 만든 술을 세계화하고 그렇게 하겠다는 취지니까, 지역특산주 범위를 좀 확대했음 좋겠는데, 부재료에도 인정을 해준다든가, 지역 농산물 일정 수준 이상을 사용하면 허용을 해준다든가 이런 식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논란 속에 전통주와 지역특산주의 법적 개념 정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싱크] 남희도/막걸리협회 사무국장
“지역특산주 면허에 의해서 활성화될 수 있게끔 지역특산주법을 따로 만들고, 전통주진흥법을 별도로 구분을 해서 우리의 고유의 전통주조법이나 과거부터 내려온 주종들에 대해서 보존과 육성과 발전을 할 수 있게끔 해줘야하는 거고…”
관련 부처의 움직임은 어떨까.
실제 약 5년 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특산주와 전통주의 개념을 구분하는 개정을 시도했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농림부 관계자는 ”법을 별도로 만들고 적용을 하게 된다면 사실상 기획재정부가 지역특산주에 특혜를 주게 될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통주의 개념을 넓히는 것에 대한 엇갈린 시선도 나옵니다.
[싱크] 주류업계 관계자
“전통주라는 게 아무 거나 전통주가 되는 것도 문제인 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주의 범위를 확 늘리는 것도 문제가 있고.”
[싱크]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너무 전통주에 대한 기준같은 게 너무 엄격하게 되거나 그러면 안 좋다고 보고요. 느슨한 규제 최소화가 필요하다.”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전통주 관련 법 개정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진정한 전통주 육성과 용어에서 오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뾰족한 수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입니다.
서울경제TV 김수빈입니다. /kimsoup@sedaily.com
[ 영상취재 임원후/ 영상편집 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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