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논란①] ‘원소주’는 되고 ‘일품진로’ 안돼…분류법 도마위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최근 박재범의 원소주가 온라인 판매 개시 1분 만에 품절 되는 등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당초 주류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 돼 있지만, 이 술은 전통주로 분류된 덕분이다. 이러자 주류업계에서 전통주 분류법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통주 논란의 핵심은 뭔지, 해법은 없는지 짚어본다.
◇박재범 ‘원소주’ 돌풍에 ‘전통주 분류법’ 논란
최근 전통주 분류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박재범의 ‘원소주’가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원소주’는 전통주로 인정받아 온라인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흔히 소비자들이 아는 전통주는 정작 전통주로 분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전통주의 기준은 ▲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든 술 ▲식품 명인이 만든 술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이다. 특정 주종이나 제조 방식에 따른 분류가 아닌 ‘어디서, 누가 만드느냐’를 유일한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통 방식과 거리가 멀어도 전통주로 지정될 수 있다. 실제로 ‘원소주’와 서양의 탄산와인, 미국인이 만든 ‘토끼소주’, ‘애플사이다’는 전통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와 광주요그룹의 ‘화요’는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했다.
애매한 분류법 기준으로 인해 정작 법의 취지와 다르게 외국계 기업이 온라인 유통망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우리 기업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행 ‘전통주’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통주를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술이 모두 전통주”라며 ‘KS(Korean Standard)’같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준으로 인해 혼돈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통주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특히 우리 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K-주류’로 크려면 ‘한국의 술’에 대한 정체성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진짜’ 전통주 제조업체들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주로 분류되면 주세 감면 혜택을 받고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 논란은 더 거세다. 정작 보호받고 육성돼야 할 ‘진짜‘ 전통주들이 온라인 판매, 유통 확장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류업계도 전통주 분류법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주라고 명명하는 기준 자체가 굉장히 모호한 부분이 많이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만큼 명료화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희석식 소주의 경우 최근 ‘K-푸드’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때문에 단순하게 만드는 방식과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지에 따라서 전통주인지 아닌지 단편적으로 구분하는 부분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주류업계는 전통주 분류법이 누가 어디서 만드느냐의 기준에 편중돼서는 안 되고, ‘제조방식이 전통에 근거한 것인지, 국산 농산물을 얼마나 원재료로 사용하는지’ 등 데이터에 기반한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류 온라인 판매 확대…업계 “신중해야” VS 전문가 “낡은 규제”
이번 논란이 더 거센 것은 전통주로 분류되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크다. 실제 ‘원소주’는 온라인 판매 개시 1분 만에 물량이 완판되고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됐다. 이를 두고 주류업계는 “분류법 기준이 애매한 점을 이용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를 방치하면 비슷한 악용 사례들이 우후죽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업계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주류의 온라인 유통 금지의 취지를 고려하면, 기존 규제를 확대하기 보다, 정확한 기준을 세워 ‘원소주’와 같은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에 대해 조심스러운 기업들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낡은 온라인 주류 판매 규제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교수는 ”술이 마약이 아닌만큼, 온라인으로 판매 못하는 근거가 문제가 있다”며 “온라인 판매 금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da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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