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세븐브로이는 왜 ‘곰표’에 화가 났을까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
콜라보로 흥한 곰표밀맥주가 콜라보 균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곰표’ 상표권자인 대한제분이 제주맥주와 손잡고 ‘곰표밀맥주 시즌2’를 출시한 가운데, 기존 제조사였던 세븐브로이 맥주와의 갈등이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곰표밀맥주 갈등’에서 먼저 화가 나 보이는 건 세븐브로이다.
세븐브로이는 지난 달 대한제분의 새로운 파트너인 제주맥주가 생산한 ‘곰표밀맥주 시즌2’ 판매를 금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레시피 탈취를 골자로 대한제분을 제소했다.
대한제분은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 사실 유포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맞받아쳤다.
이들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건 최근이지만, 업계에선 지난해 말부터 이미 예고된 일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곰표밀맥주는 누적 5,800만 캔이 팔리는 등 수제맥주 열풍의 주인공이었다. 세븐브로이는 곰표맥주 히트로 300억 원을 들여 익산공장을 증설하고, 보리 수입량도 대거 늘렸다.
그런데 대한제분은 공전의 히트작을 탄생시킨 파트너와의 재계약 논의를 하지 않고, 지난해 말 경쟁입찰을 진행해 세븐브로이를 탈락시켰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역대급 시즌을 보낸 선수에게 방출 통보를 한 셈이다.
콜라보라는 말 자체는 ‘일시적으로 팀을 이뤄 함께 작업하는 일’을 뜻하긴 한다. 하지만 ‘곰표밀맥주 콜라보’의 지난 성과를 고려할 때, 야박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수제맥주업계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키워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류와 화장품 등 곰표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는 제조기업, 혹은 앞으로 콜라보를 희망하는 예비 파트너사들의 마음도 이번 사태를 보며 달라지지 않았을까.
/서지은기자 writ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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