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팝업의 성지, 성수동의 그늘] ⓵구매 당일만 환불?…버려진 소비자 권리

경제·산업 입력 2024-07-20 09:00:00 수정 2024-07-20 09:00:00 이수빈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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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구매시 교환·환불 안내 제대로 없고
1주일 혹은 일부 매장은 당일 환불만 가능
관련 유선 문의 전화 꺼져있는 매장도 있어
특설판매 팝업스토어, 방문판매법 위반 의심

성수동 팝업스토어에 방문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성수역에서 발걸음을 옮기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벗겨진 방청 페인트와 붉은 벽돌 건물, 그리고 녹슬어버린 철근.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형형색색으로 꾸며놓은 각종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가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놀이터라 불렸던 각종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여러 문제를 일으키며 화려함 뒤로 그늘이 지고 있다.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이면을 2회에 걸쳐 들여다 본다.


팝업스토어, 잠깐 있다 가더라도 소비자 권리는 챙겨줘야지?

팝업스토어의 전략적 특성으로 인한 소비자 권리 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
 

팝업(pop-up)은 웹페이지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창이다. 팝업창처럼 팝업스토어는 신규 브랜드 론칭, 한정판 판매, 브랜드 경험 등을 목적으로 짧게는 반나절에서 길게는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상에 존재한다. 특정 기간에 특정 장소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소비자 권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팝업스토어가 문 닫는다고 구매한 물건 사라지나? ... 소비자 위한 교환 환불 규정 필요해

성수동에 위치한 일부 팝업스토어가 교환·환불에 대한 소비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
 

24년 5월 진행된 한국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일부 팝업스토어가 환불 규정을 제대로 안내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올해 서울 시내에서 3개월 미만으로 운영된 팝업스토어 20곳이다. 이들 중 구매 후 14일 이내에 환불이 가능한 매장은 단 한 곳이었다. 7일 이내가 8곳, 매장 운영 기간 내가 5곳, 환불 불가능한 곳이 4곳으로 나타났다.
 

최근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사정도 딱히 다르지 않다. 유명 향수 브랜드와 수영복 브랜드는 교환·환불 기간을 구매 이후 1주일로 안내했다. 직접 손으로 만든 휴대폰 케이스와 키링, 백팩을 판매하는 액세서리 브랜드는 제품 특성상 교환·환불이 어렵다고 언급하는 곳이 대다수다.
 

교환 및 환불은 구매 당일에 한하여만 가능하고 고객 변심으로 인한 교환 환불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블로그]


화장품 팝업스토어 방문을 즐기는 김진(23) 씨는 “애초에 팝업스토어에서 물건을 살 때 교환이나 환불 자체를 기대하지 않는다”며 “물건을 구매할 때 환불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가 없다. 집에 와서 환불 규정을 문의하려고 해도 전화할 수 있는 창구는 더더욱 없어서 답답할 때가 있다. 일방적으로 물건을 판매하기만 하고 쌍방향의 소통의 창구가 없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환·환불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는 곳도 많다. 실제 성수 팝업스토어의 세 의류 브랜드에서 옷을 구매해 봤다. 세 곳 모두 교환·환불에 대한 절차나 규정에 대한 구두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고 매장 내 관련 사이니지도 없었다. 특히 외국인 고객의 경우에는 구매가 이루어지는 전 과정에서 어떤 안내사항도 전달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성수 대형 팝업스토어 플랫폼의 문의 전화는 일주일 째 전화 연결이 어려운 상태다.


팝업스토어 유선 문의해 보니 “지금 거신 전화는 전원이 꺼져있거나…”

성수 팝업스토어는 전화 연결을 통해 환불 규정에 대한 사전 안내를 받기도 어렵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는 백화점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곧바로 유선 연결이 된다. 그러나 성수동은 개별 공간 임대이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에서 전화 문의를 따로 마련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환불 규정의 안내를 받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성수동에 위치한 팝업스토어 플랫폼이 네이버 지도에 기재한 문의 전화번호는 일주일째 ‘지금 거신 전화는 전원이 꺼져있거나 회선 장애로 통화가 어렵다’는 ARS 기계 목소리로 회답 중이다.
 

성수 대형 팝업스토어 플랫폼 매니저에 따르면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신상품이나 이월상품, 할인 상품이 주로 많다. 브랜드를 홍보하겠다는 취지도 있지만 리테일 숍이라는 본분에 맞게 물건을 판매하겠다는 것이 결국 1순위 목적이다. 짧은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팝업 전용 물건이기 때문에 교환이나 환불은 어렵다는 것이 팝업스토어 측의 입장이다.
 

성수동에서 의류 쇼핑몰 쉬인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무지한 팝업스토어 직원들… 소비자 권리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않아
팝업스토어 내에 상주하는 직원의 소비자 권리 인식 부족도 문제다.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고객이내를 맡은 직원에게 교환이나 환불에 대한 절차를 물으면 자신은 알고 있는 것이 없다며 다른 직원을 찾느라 우왕좌왕이다. 겨우 전화 연결을 하 안더라도 해당 매장에서 일 하는 직원은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며 브랜드 관계자나 매장 운영자에게 전화를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팝업스토어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은 브랜드 관계자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이다. 브랜드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 전 이벤트 에이전시, 전시 스텝 관리 에이전시 업체와 계약을 통해 단기간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뽑는다. 채용된 직원들은 즉시 매장 운영에 투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교환이나 환불 같은 소비자 권리에 대한 사전 교육이 누락돼있다.

실제로 성수 운동화 커스터마이징 팝업 스토어에서 일했던 신예지(24) 씨는 “행사를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이 주요 업무일 뿐 그 이상의 것에 대해서는 교육받지 못한다. 상품이나 매장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어렵고 그냥 시키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라며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전달받고 복잡한 일이 생기면 윗사람을 부르라고 배웠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매장에서 고객 서비스 경험 여정에 함께하고 구매를 이끄는 사람은 아르바이트생이다. 그러나 이들은 팝업스토어 내부 규정에 대해 제대로 알 지 못한다. 결국 소비자는 구매 과정에서 반드시 전달받아야 하는 핵심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의류잡화브랜드 KITH의 성수동 팝업스토어 매장에 방문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팝업스토어, 소비자 권리 침해 경고등 … 방문판매법 무시하고 계십니다
팝업스토어는 짧게는 3일 길게는 한 달 정도의 임시 소매점이기 때문에 방문판매법의 영향을 받는다.
 

방문판매법은 방문판매와 같이 특수판매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여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에서 정의하는 특수판매에는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을 통해 매장으로 소비자를 유인하여 물건을 판매하는 특설판매가 포함된다. 팝업스토어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된다.
 

현재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는 방문판매법의 규정 세 가지를 무시하고 있다.
 

먼저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3개월 미만으로 운영하는 영업장소에서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14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환 환불 기간을 일주일 이내 혹은 팝업 기간 이내라고 안내한 곳들은 방문판매법의 권고를 무시한 채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정을 내세운 것이다.
 

또 사업자 혹은 판매원이 환불 조건과 절차를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제품의 교환 환불 규정에 대해서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고 매장에 관련 내용을 담은 안내문도 부착되지 않은 것은 이 규정을 어긴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하였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따른 조치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는 금지돼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따라 제품 특성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는 팝업스토어가 있어서는 안 된다.


팝업스토어라는 마케팅 전략이 성행한지 어연 2년이 넘어가는 시점. 새로운 판매 형태에 여러 물음표가 생긴다. 신생 마케팅 방법이 가진 문제점을 짚어내고 어떻게 해결방안을 마련해나갈 지 그 방향성에 팝업스토어의 미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이수빈 인턴기자 sb413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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