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타깃 삼은 이복현의 금감원, 정당한가
이복현 금감원장, 임종룡 현 회장 향해 연일 비판
금융권 "검사 결과 나오기도 전 강공…의문 증폭"
우리금융 생보사 인수 무산때 책임·정당성 논란 증폭 지적도
"임종룡은 정치적 영역" 시각도…금융검찰원장 우려 제기
금융권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 서두르는 분위기 형성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한마디가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 2022년 6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임명부터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정치화, 검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원장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막내 특수통 검사 출신인 점을 근거로 검사 조사 영역이 집중 강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원장은 취임 후 주요 사안마다 강경발언을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다. 최근에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 친인척 350억원 부적정대출 관련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을 향해 고강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 그 수위가 다소 선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종룡 현 우리금융회장 향해 강공 날리는 이복현 금감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전문가 현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향해 작심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친인척 부당 대출 건에 대응하는 우리은행의 방식을 보면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했다. 조직의 개혁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적 제재든 비법률적 제재든 최근 경영진의 책임이 있지 않냐"며, 경영진에 대한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8월 25일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 원장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350억원 부적정대출 관련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지목해 공식적으로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어 이 원장은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보험 인수 관련해서도 당국과 소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생보사 인수 관련 구체적 계약 내용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여기에, 당초 내년 계획된 금감원의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관련 정기검사를 1년 앞당겨 다음 달 진행하기로 하면서 임종룡 회장에 대한 압박용 검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10일 내부 직원 대상 반부패·청렴 워크숍 모두발언에서도 “최근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횡령, 불완전판매 등 잇따른 금융사고 역시 임직원의 안이한 인식 때문에 내부통제 기능이 마비된 데 기인하고 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금융을 정면으로 저격했다.
◆검사 결과 나오기도 전 강공…금융권 의문 증폭
반면, 이 원장의 우리금융을 향한 강경한 태도에 대해 지나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감독 수장이 특정 금융지주사 경영진 개인을 여러 차례 공개 비판 발언을 하는 것은 감독당국의 영역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 시점으로 그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이 진행 중인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350억원 부적정대출 검사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대상 정기검사,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 원장의 임종룡 회장 대상으로 한 강경 비판이 결과의 일정 부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역대 금융감독 수장들이 특정 금융사에 대한 반복적 고강도 발언을 자제하던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발언의 영향력을 감안한 결정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의 발언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이 원장이 현재 임종룡 회장에 대한 고강도 비판 발언은 우리금융지주사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로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검사 결과의 가이드성 발언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실제 우리금융이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 조치를 받을 경우 생명보험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라는 숙원은 물거품이 된다. 실제 이련 결과로 이어질 경우 그 책임과 정당성의 논란이 더욱 거세게 일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이 정치적 영역에서 임종룡 회장 문제를 다루는 분위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재검사와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수사 등을 통해 이 원장은 ‘금융검찰원장’이라고 불린 바 있다. 이 원장 주도 금감원의 정치화 행보가 이어진다면, 향후 금감원 스스로 발목이 잡히는 자승자박(自繩自縛)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우리금융 강경발언…책무구조도 제출 시기 당겨
한편 이 원장의 우리금융을 대하는 태도와 발언 이후 금융사들은 책무구조도 마련에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3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금융사 내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를 명확히 규정하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됐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별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를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경우 내년 1월 2일까지, 금융투자회사와 보험회사 등은 자산 규모에 따라 내년 7월부터 2027년 7월까지로 차등 설정하며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금융지주사와 은행권에서는 법적 검토와 내부적 합의를 거쳐 최종 책무구조도를 이르면 올해 연말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원장의 우리금융을 향한 내부통제 책임 발언에 영향을 받아, 금융지주사들이 오는 10월 제출로 앞당기고 있는 분위기다.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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