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죽는다"…사활 건 통신 3사 AI 경쟁, 왜?

경제·산업 입력 2024-09-20 14:13:03 수정 2024-09-20 14:13:03 이수빈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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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AI 피라미드 전략' 내세워…과감한 투자 행보
KT, MS와 계약 앞둬…빅테크 업고 본격 수익화
LGU+, '익시오' 출시로 AI 비서 정면승부 나선다
망 사업 정체 ·요금 인하 정책으로 통신사 수익 막혀
주도권 열쇠는 '수익화'…세부 전략 갈리는 3사

[사진=게티이미지]

[서울경제TV=이수빈 인턴기자]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고 관련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AI 붙잡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이 발표한 브랜드 슬로건과 비전 역시 통신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AI 제일주의’로 바뀐 모습이다. 이들이 AI 경쟁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들이 AI로 그려내고 있는 큰 그림은 어떤 모습일까.

 

SKT AI 피라미드 전략[사진=SKT]



◇ SKT, “지면 죽는다는 각오”…에이닷, 적극 투자로 AI 매출비중 4배 만들 것

AI에 대해 가장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건 SKT다. 지난해 9월 SKT는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AI 관련 투자 비중을 향후 5년 간 3배 수준인 33%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I 피라미드 전략’이라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AI 피라미드 전략은 1단계인 ‘AI 인프라’에서 데이터센터, 유무선 네트워크 등 AI 기반 설비투자를 기반으로, 2단계에서는 통신만의 강점을 살린 ‘AIX(AI 전환)’를 거쳐, 3단계에서는 ‘AI 개인비서’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SKT의 AI 비서 '에이닷'[사진=SKT]


SKT가 내세우는 AI 피라미드 전략의 꼭대기, 즉 핵심은 개인비서 ‘에이닷’이다. SKT에서 2022년 5월에 공개한 AI 에이전트 서비스인 에이닷은 정식 출시 1년만에 가입자 500만 명을 넘어서며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SKT는 올해 에이닷 서비스를 더 고도화해 일반 고객들에게 ‘인공지능에 강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SKT는 AI 유망 기업 투자에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앤트로픽과 람다, 퍼플렉시티, 스마트글로벌홀딩스 등 글로벌 AI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3억 달러 이상이다. AI를 통한 수익화가 불투명한 만큼 과잉투자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AI 투자에 대한 SKT의 입장은 굳건하다. 이달 4일 진행된 퍼플렉시티와의 협력 기자간담회에서도, 유영상 SKT 대표는 “과소투자보다는 과잉투자가 낫다”며 “(경쟁에서) 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고 적극적인 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사진=KT]



◇ KT ‘멀티 옵션’ 주력…MS와 시너지 한방 보여줄까

올해 2월 IT와 AI를 더한 ‘AICT’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KT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KT는 AI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 산업군에서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KT가 집중하고 있는 건 다양한 유형의 언어모델 제공을 통한 ‘멀티 옵션 전략’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공개한 AI 챗봇 ’믿음(Mi:dm)’을 통해 멀티 옵션 전략에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출시한 모델은 총 4종으로, 경량 모델부터 초대형 모델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규모와 사용 목적에 맞게 완전맞춤형(FFT)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만 집중하는 타사와 달리 소형언어모델(SLM)에 대한 수요에도 함께 대응해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AI 및 클라우드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식에서 김영섭(왼쪽) KT 대표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의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KT]


AI 사업 관련 투자와 파트너십 역시 적극적인 모습이다. 올해 2월 KT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생성형 AI 및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이크로소프트와 AI 및 클라우드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체제를 만들기로 했다. SKT, LG유플러스와 달리 든든한 지원군이 될 모회사가 없는 KT에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은 AI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양사는 이달 안에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정하고 본격적인 계약에 들어간다. MS와 한국 금융 시장과 공공기업에 맞는 한국형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수익화에도 본격 진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LG유플러스]



◇ LGU+, 후발주자지만 AICC만은 1등…자금력 업고 역전할까

비교적 AI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LG유플러스도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해 5월 LG유플러스는 ‘Growth leading AX company(인공지능 전환으로 성장을 이끄는 회사)’라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했다.

유플러스는 지난 7월 AI 중장기 전략 ‘All in AI’를 공개했다. All in AI는 유플러스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AI 기술이 모두 연계된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유플러스가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AI 산업 분야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객센터 사업, 즉 AICC다. 유플러스는 LG AI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과, 유플러스가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인 익시젠을 활용해 고객센터의 AI전환에 힘쓰고 있다. 익시젠은 엑사원을 기반으로 통신 플랫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학습해 AI고객센터에 최적화된 모델로 성장했다. 이 때문에 3사 중 AI 분야에 가장 늦게 입성한 유플러스가 AICC분야에서 만큼은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LG유플러스]


또 AI 통화 앱 경쟁에도 뛰어든다. 유플러스는 다음달 AI 기반의 콜 에이전트 ‘익시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현재까지는 SKT의 에이닷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아이폰 통화녹음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SKT와의 AI 비서 정면승부에 나서게 됐다.

반면 유플러스는 타사와 비교했을 때 AI 관련 투자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AI 관련 스타트업에 100억원가량의 지분을 투자한 사례 외에는 별다른 투자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AI 관련 투자에 공격적인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두 회사와 대비되는 행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유플러스가 회사채 발행으로 보유 현금을 1조 원 가까이 늘려 SKT의 현금 보유 규모를 넘어서면서, AI 분야에 본격 투자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 “새 먹거리 필요한 통신사들”…망 사업 정체로 5G 전환 비용 회수 못해

이처럼 통신사들이 AI 경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망 사업 위주의 기존 사업 수익 정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2조 9452억원이었던 통신3사의 이동통신부문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 2022년 2조 6870억 원으로 줄었다.

매출단가도 주저앉았다. 통신 3사의 올해 2분기 무선 사업 가입자당평균매출은 2만 9,276원을 기록해 3만 원 아래로 추락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영업이익 부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LTE에서 5G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LTE 속도에 이미 만족한 소비자들이 예측만큼 차세대 망으로 넘어오지 않으면서 주파수 구매와 장비 설치 등에 들인 자금 회수에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5G 가입자 증가율은 1%를 밑돌아 저조한 수준을 보였다. 더구나 6G는 상용화 단계까지 최소 4~5년을 앞두고 있어 통신사들의 신규 수익 창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 “요금 내려줘” 정부 정책에 치고 올라오는 알뜰폰까지…꽉 막힌 통신사 사정

통신사들의 발목을 잡는 건 망 사업 정체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국민 부담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통신 요금 인하를 단골 정책으로 쏟아내면서 통신사들의 부담은 더해지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연말까지 통신 정책 전반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과학기술정부통신부에 ‘통신 정책 연구반’을 신설했다. 가계 통신비 절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규 사업자 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경쟁 활성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통신비 인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50~100GB 사이의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업계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는 전체 통신 시장의 약 10%로 무시할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AI가 통신사들의 눈길을 끈 건 정체된 망 사업과 대비되는 AI시장의 미래 성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약 4,541억 달러였던 세계 AI 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19% 성장해 2032년에는 약 2조 5,75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사들이 기존에 보유한 인프라와 데이터, 거래 경험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AI 사업이 통신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된 이유다.

 

◇ AI 주도권 열쇠 ‘수익화’에 달려

그렇다면 이같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 열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AI 사업에서 과제는 ‘수익화’로 꼽히고 있다. 아직까지 통신 시장에서 AI를 통해 뚜렷한 수익이 창출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장된 수익화 공식이 부재하는 가운데, AI 수익화에 대해 3사가 취하는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먼저 SKT는 B2C, 즉 일반 고객 시장에서 수익화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SKT는 대표적인 AI B2C 서비스인 에이닷을 현재 SKT 전 고객에게 무료로 선보이며 ‘AI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대중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SKT 측이 에이닷의 이용료를 ‘당분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고객 기반을 확보한 후, 유료화 등 수익 모델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올해 3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에이닷을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내고 쓰는 유의미한 서비스”로 만들겠다”며 B2C 수익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2년 기준 SKT의 AI 서비스 매출 비중은 약 9%에 불과하지만, 2028년까지 4배인 36%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KT와 유플러스는 B2C보다는 당장의 수익화 가능성이 더 큰 기업간거래(B2B)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KT는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지만 자체 AI가 없는 기업들에 맞춤형 모델을 제공하고, 이에 클라우드 서비스도 묶어 팔아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매출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AI 챗봇 믿음을 중심으로 3년 안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유플러스가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AICC도 대표적인 B2B 서비스다. 유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출시한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을 AICC를 비롯한 다양한 AI 설루션에 적용해 AI 기반의 B2B 서비스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수익성 또한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통신사들의 본격적인 AI 사업 수익화가 내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누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4에서 유영상(왼쪽부터) SKT 대표와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SKT, KT, LG유플러스]


◇ 통신사의 ‘脫 통신’ 현실 될까

통신업계에 AI가 스며드는 속도는 무서운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폴라리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통신업계의 AI 활용 규모는 약 2조 4,200억 원이지만 2032년에는 10배 가까이 증가한 약 22조 8,2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30%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에 3사는 벌써 내년 AI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SKT는 든든한 모기업을 등에 업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양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진행된 이천 포럼에서 그룹 전반적인 AI 로드맵을 강화해 내년 AI 생태계를 수립하겠다고 밝힌 점이 대표적이다.

유플러스도 9월 사업보고회에서 2025 경영전략을 수립하며 내년 AI 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본격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이겠다고 밝혔다. 또 유플러스 관계자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익시오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고 내년 B2B사업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T 역시 로봇과 케어, 교육 등으로 AI 사업을 다각화해 관련 매출을 2025년 1조 3,0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사의 내년 계획에도 ‘통신’ 대신 AI가 일제히 자리하고 있는 모습. 이 회사들을 ‘통신사’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은 언제까지일까./q0000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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