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무리수? 4대 은행 담합?...LTV 정보교환 제재 수위 나온다

금융·증권 입력 2024-11-06 15:27:11 수정 2024-11-06 16:57:30 이연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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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다음주 4대 은행 LTV 담합 의혹 관련 전원회의 예정
지난해 윤 대통령 금융 독과점 해결 지시 후 조사 착수
공정거래위원장 "중요 정보 교환 담합도 위법 해석 법적 근거 마련"
은행 "리스크 관리 차원, 부당 이익 없어"
공정위·금융위 부처간 갈등설 제기…"갈등 없어" 일축
전 산업군, LTV 담합 의혹 사건 후폭풍 상당할 듯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 수위를 이르면 다음 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4대 시중은행이 LTV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이고 대출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4대 시중은행은 담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공정위가 담합으로 결론 내릴 경우 은행들은 공동 대응 형태로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금융권뿐 아니라 다른 산업군에서도 크게 집중하고 있다. 공정위가 담합으로 결론 내린다면, 사업자 사이 정보교환 행위 자체를 담합으로 제재하는 최초 사례다. 이는, 서민 생활과 밀접한 통신 요금 등 다른 담합사건들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LTV 정보교환 '담합' 결론 낼 듯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4대 은행의 LTV 담합 의혹에 대한 안건을 상정, 논의할 예정이다. 전원회의에는 공정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등 위원 9명 전원 참석해 진행된다. 오는 13일 예정된 공정위 전원회의에는 피심인에 대한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여부를 논의한다. 앞서 공정위는 이달 초 4대 은행을 소집해 최종 소명절차를 마쳤다. 통상 전원회의에서 제재 수위를 논의하기 전, 최종적으로 피심인 의견을 청취한다. 만약 공정위가 담합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다면, 4대 은행들은 수천억대 규모 과징금을 내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 분야 독과점 문제 해결을 지시하고, LTV 관련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추가 현장조사로 확대했고, 이후 4대 은행이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여 대출 소비자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통상, 경매 낙찰가율을 기준으로 아파트,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종류와 250개 시·군·구 등 지역별 LTV가 다르게 산정된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LTV 설정 과정에서 자료를 공유하면서, 비슷한 수준으로 LTV를 낮게 책정해 결국 대출 금리를 밀어 올리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대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은행의 보수적 LTV 산정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 등 높은 금리의 대출로 충당하는 선택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의 LTV 담합 의혹에 대한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 후생을 제고하기 위한 주요 민생밀접 사건을 신속하게 조사 중"이라며 시중은행의 LTV 담합사건에 대해 하반기 중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달 6일 한 방송사에 출연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중요 정보를 교환하는 담합도 위법으로 보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4대 은행의 LTV 담합 사건에 처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근거로 정보를 주고받아 일정 거래 분야에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가 담합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대법원은 사업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 자체가 담합으로 바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관련법 전면 개정 후 정보교환 행위 자체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으며 금지된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40조에 근거, 정보교환은 사업자가 직간접적으로 다른 사업자에게 가격, 생산량 등 정보를 알리는 행위다. 공개, 공표 전 은밀한 정보교환이 선행됐다면 법위반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하는 의사연락만 있어도 정보교환 합의가 성립됐다고 해석될 수 있다. 즉, 명시적, 암묵적 합의로도 담합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담합 시도 자체를 원천 봉쇄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내부적으로 심사지침을 공유하며, 모임을 통한 정보교환 행위 등을 자제하고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밝혔다. 

◆은행 "리스크 관리 차원…정보 교환 통한 이익 없어" 

반면, 은행들은 LTV 정보 교환 행위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진행된 일이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정보 공유 후에도 은행별 LTV가 동일하지 않고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경쟁 제한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 자체적으로 LTV를 설정해도 금융당국 방침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LTV를 담합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LTV를 낮추면 대출 한도가 줄어 결과적으로 담합을 통한 은행 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당국의 정책기조에 따라 LTV가 큰 틀에서 정해지는 게 현실이라는 의견이다.
또, 은행들이 담합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 했다면, 대출한도 축소가 아닌 금리 인상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앞서 은행들은 공정위로부터 지난 1월 심사보고서를 받고 방어에 나섰다. 지난 1월 8일 공정위는 4대 은행에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달아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은행들은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총 7차례 반박의견서를 제출하며 적극소명에 나섰다. 

◆LTV 담합 의혹 사건 후폭풍 상당할 듯

LTV 담합 의혹 사건의 쟁점은 은행의 부당이득 여부다. 공정위의 주장대로 은행들이 LTV 정보를 공유해 낮은 수준 LTV를 책정하고, 대출 소비자가 신용대출 등 높은 금리 대출을 추가 선택해 은행 이익 증가로 이어졌음을 입증해야 한다. 또, 개정된 공정거래법 취지를 근거로 보면, 은행들이 동일한 LTV 수준을 유지하지 않았지만, 공유 행위를 통해 얻은 정보를 참고해 LTV를 정했다는 점도 쟁점으로 제기된다.  

공정위가 담합으로 결론 내릴 경우 은행들은 최대 수천억대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공정거래법 근거 담합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액 기준 최대 2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물론 공정위가 담합으로 결론 내릴 경우 은행들은 공동 대응 차원 이의신청 이후 행정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정위가 피심인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수용한 결과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4대 은행의 LTV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보고 징계를 내리려는 것과 관련 금융당국과 갈등설까지 제기된다. 공정위는 LTV 담합 의혹 사건 관련 금융위원회와 사전 협의가 없어 갈등이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갈등설을 일축했고, 금융위 역시 갈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서둘러 갈등설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개입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두 부처 간에 협의가 필요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담합으로 결론 날 경우 향후 금융당국의 LTV 관련 행정지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 산업군에서는 이번 LTV 담합 의혹 사건에 대해 예의주시 하고 있다. 정보 공유 행위를 통한 경쟁 제한이 담합으로 인정된다면, 향후 다른 산업군과 유사 담합 사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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