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에 동의 하시겠습니까?"...'자율주행 택시' 타보니
경제·산업
입력 2024-11-19 11:21:45
수정 2024-11-19 11:28:56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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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일대서 자율주행택시 시범 운행
자율주행 전문가만 '시험 운전자' 자격 획득
조수석 모니터로 사람-인공지능 의사소통해
교통사고 책임소재, "분명히 해야할 것"
[서울경제TV=이수빈 인턴기자]
“저는 이제 핸들에서 손을 놓겠습니다”
택시 기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이 핸들에서 멀어졌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은 발, 전방을 주시하지 않는 운전자, 핸들로부터 자유로운 두 손. 일반 택시 운전기사와 사뭇 다른 자율주행 택시의 모습이다.
신기한 마음도 잠시, 낯선 기술에 몸을 맡겨도 될지 걱정이 몰려왔다. 이 택시, 차선 변경은 제대로 할 수 있나. 사고 나면 어떡하지. 믿고 타도되는 걸까. 걱정 많은 기자가 자율주행 택시에 탑승해 무려 20분 이상을 이동했다.
◇서울 강남구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 실증무대로
새벽 1시 반. 대치역 근처에 흰 색 차량 한 대가 멈춰선다. 차량 뒷 유리에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운행’이라는 큰 글씨가 쓰여 있다. 서울시와 카카오택시, 자율주행 기술기업인 에스더블유엠(SWM)의 협력으로 강남구 일대에서 시범 운행 사업을 진행 중인 자율주행택시다.
차문을 열고 뒷자리에 앉았다. 자율주행차량이라 운전자가 없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운전석에는 시험 운전자가 앉아있다. 늦은 시간에도 택시를 운행하시는 시험 운전자분과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자율주행차임에도 운전자가 필요한 이유를 묻자, 시험 운전자는 “돌발상황을 마주하기 위해 대처하기 위한 사전예방 장치”라고 말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하므로 시험 운전자는 도로교통공단의 자율주행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한 자율차 전문가여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기자가 탑승했던 택시의 시험 운전자는 SWM의 최고기술책임자였다. 이 외에도 자율주행 기술기업인 SWM의 관계자들이 시험운전자로 참여하고 있다.
목적지는 강남역. 차량에 탑재된 네이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니 추천 경로가 형성됐다.
“탑승하신 차량은 자율주행택시입니다. 탑승에 동의하시겠어요?”
시험운전자는 탑승해 있는 차량이 자율주행이라는 것을 친절히 안내하고 지금부터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운전자의 개입이 없이 자율주행 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모니터 화면으로 자율주행과정 이해 돕는다
“자율주행을 시작하겠습니다”
기계의 음성 안내와 함께 자동차가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전자는 가만히 앉아있는데 서서히 속도가 붙더니 핸들이 왼쪽으로 꺾였다. 부드러운 핸들링으로 좌회전을 해내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택시 뒷자리에 탑승하면 조수석 헤드 뒷면에 승객이 볼 수 있는 모니터 화면이 부착 돼있다. 해당 화면에는 인공지능이 주변을 인식한 모습들이 그래픽으로 표현된다.
해당 그래픽은 차에 부착된 카메라와 센서, 음파 탐지기가 인식한 주변의 차량과 장애물들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각종 장치로부터 전달받은 데이터들을 센서퓨전 기술을 통해 결합하고, 그 결과값으로 나타나는 대로변의 차선과 주변 차량, 횡단보도, 신호등 그리고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화면 속에 구현한다.
동승한 시험 운전자는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카메라나 센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차선이나 주변 자동차를 인식하기 어려울때가 있는데 이 때는 안전을 위해 운행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모니터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왼쪽 상단에 숫자가 카운팅 될 때가 있다. 인공지능이 교통정보시스템으로부터 정차 신호에 대한 데이터를 받고, 이를 승객에게 전달해준다. 3 – 2 – 1. 카운팅이 끝나면 붉은색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뀐다. 이 덕분에 차량이 출발할 때와 정차할 때를 짐작할 수 있었다.
횡단보도에 지나가는 보행자는 빨간색 사람 모형으로 표현된다. 어느 구간부터 차량이 서행하다 멈추었을때, 모니터 화면을 통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인식하고 '정지'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고 자동차가 주행 가능한 신호로 바뀔 때 쯤, 차량은 또 다시 숫자를 카운팅하고 운행을 재개했다. 어떠한 과정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운행 과정에서 판단을 내리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파란색의 선으로 변경할 차선을 미리 시각적으로 나타낸다. 주변의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인식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예고한대로 차선을 변경했다. 다른 차량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할 때에도 앞차와의 적절한 거리 확보는 물론 낄 때와 양보해야 할 때를 센스있게 구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십년 경력의 택시기사가 운전하는 것처럼 노련함이 느껴지는 주행과정이었다. 상황인지 능력이나 차로 변경, 가감속에 대한 모든 기능이 말그대로 ‘정석’에 가까웠다. 특히 일정 속도를 준수해야 하는 도로에서는 철저히 규정 속도에 맞춰 운행되도록 설계돼 어떤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보다도 철저하게 교통 법규를 지켰다.
서울특별시 미래첨단 교통과에 따르면 자율주행 택시는 주행 과정에서의 안전성을 검증받기 위해 위해 도로교통공단의 임시운행 허가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안정성 검증 테스트도 통과해야 한다. 또 매일 운행에 나가기 전 기능을 점검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사전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예비 차량이 운행에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돌발변수 많은 때엔, 수동모드 전환…탑승객 '안심'
그런데 아파트 단지 근처를 운행하던 중, 갑작스레 자동차에서 “수동모드로 전환합니다”는 안내 음성이 송출됐다. 그와 동시에 운전자는 다시 핸들을 잡고 우리가 아는 익숙한 택시기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율주행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걱정되는 마음이 들었다. 시험 운전자는 ”해당 구간에 불법 주정차량이 많아서 운행에 대한 인간의 판단이 필요해서 자율주행 모드를 멈춘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율주행택시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도로 폭이 상대적으로 좁고 돌발 변수가 많은 주택가 이면도로, 도로교통법을 준수하지 않는 차량이나 불법 주정차를 마주했을 때 수동모드로 전환되어 주행한다. 만약의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인공지능에게 모든 판단을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능력을 활용해 섬세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사고나면 누가 책임지나…규제 준비 필요해
“사고다발구역입니다. 주의하세요. ”
문득 들려온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긴장감이 들었다. 자율주행 택시라고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닌데, 과연 사고가 나면 과연 누가 책임을 지게 될까.
이에 대한 명확한 대답은 아직도 어려운 상태다. 국토교통부 산하 조직인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자율주행차챵 사고 접수->관련 자료 수집->현장 조사의 과정을 거치고 있긴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누구에게 책임 소재를 물을지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사고 후 책임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자율주행 택시의 시험 운전자였던 SWM의 기술 책임자는 “아직 운전자, 제조사, 개발자 중 책임의 주체를 선정하는 객관적 규제가 마련 돼있지 않은 상태”라며 “자율주행택시가 시범사업이 아니라, 본격적인 상용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적지인 강남역 근처에는 도로변에 정차된 교통수단과 이동하고 있는 차량의 수가 많아 수동주행모드로 운행됐다. 11시 20분쯤 대치역을 떠났던 택시는 11시 40분경 강남역 인근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올해 9월 26일부터 시행된 서울시 자율주행택시 시범 사업이 어느덧 3개월째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수많은 걱정에도 불구하고 꽤나 순항 중인 모습이다. 서울시는 2025년 하반기부터 자율주행택시를 신사동, 논현동, 삼성동까지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자율주행이란 미래 모빌리티의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b413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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