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나 티웨이나”…LCC를 LCC라 불러도 되나?
LCC, '장거리 취항'하고 소비자 '편의 확대' 총력
LCC 경쟁 따른 생존 전략에… 소모 비용 높아져
가격 경쟁력 떨어지면서 FSC와 차별화 안돼
'저비용' 정체성 지키며 새로운 기회 잡아야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몸집 키우기에 한창이다. 그간 LCC들은 짧은 노선과 좁은 좌석, 기내 서비스 미제공에도 불구하고 ‘싼 티켓’을 앞세워 승객들을 불러모아왔다. 그러나 최근 저비용항공사들이 노선을 확대하고 기내 서비스에 힘주면서 대한항공과 같은 풀서비스항공사(FSC)와의 경계를 흐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곳은 티웨이 항공이다. 티웨이 항공은 올 여름부터 유럽노선에 순차적으로 취항해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파리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벤쿠버 취항 예정에 있다.
장거리 노선의 확대에 발맞춰 중대형 기종의 항공기도 들여왔다. 대형기 에어버스 A330-300를 도입하고, 에어버스 B330-300 중대형기도 투입했다. 지난달 28일 티웨이에서 공개한 새로운 항공기의 좌석도를 살펴보면, 타 공간에 비해 좌석이 넓고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비즈니스석이 도입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타 항공사들도 유럽과 중동아시아로 하늘길을 넓혀가고 있다. 제주항공도 지난 10월부터 인도네시아 발리 노선에 취항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우주베키스탄 노선도 운항할 예정이다.
또 기내 면세 사전 예약 서비스를 도입해 승객들의 편의를 높였다. 중장거리 노선 취항의 영향으로, 기내식과 멀티미디어 서비스도 제공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도 “위탁 수하물도 티켓값에 포함되어있고, 이젠 밥도 주니까요. 대한항공이나 티웨이항공이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요”라는 반응이다.
◇저비용항공사의 '저비용'은 어디에? 서비스의 덫에 걸린 LCC
저비용 항공사는 일반적으로 ▲단거리 운항 ▲단일 기종의 항공기 ▲직접 판매를 바탕으로 비용을 최소화한 구조로 운영된다. 대한항공과 같이 풍부한 자금을 기반으로 다양한 노선을 운항하는 FSC와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이다. LCC나 FSC가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 요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항공사들의 행보는 ‘저비용항공사’라는 비즈니스 모델과 거리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저비용’이라는 본질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비용이 커지는 가장 큰 원인은 중·장거리 운항의 확대다. 운항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기존 단거리 운항에 비해 소모되는 비용의 종류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
우선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선 이전보다 큰 용량의 연료와 많은 수의 승무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료비와 인건비가 상승한다.
중장거리 운항을 위해 중대형 규모의 항공기를 들여오는 것도 지출 확대에 한 몫 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한 대에 1,000억원이 넘는 항공기 가격을 지불하거나, 월 평균 3억원이 넘는 임대료를 내며 지출을 키워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물가상승 등의 요인에 따라 금액이 오르고 있어서 기재 확대에 대한 원가 절감이 절실한 상태이다”라고 전했다.
항공기를 들여와도 유지·보수·운영을 비롯한 안전점검 비용도 만만치않다. 항공업계에선 신규 항공기 도입 비용보다 도입후 수십 년 간 들어가는 MRO 비용이 최대 4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티웨이항공이 도입한 에어버스 A330-300 가격을 대당 3,300억으로 계산하면 정비 비용은 최소 1조 3,200억에 달한다.
또 ‘필수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던 LCC가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게 되면서 이에 따른 비용도 발생하게 됐다.
퍼스트 클래스와 같은 프리미엄화 전략은 항공기 한 대당 탑승할 수 있는 승객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싼값에 많은 고객을 태워 수익성을 제고하는 LCC의 전략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LCC와 FSC를 구분짓는 가장 큰 기준 중 하나였던 기내식도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LCC의 경우 항공권 운임을 낮추는 대신 기타 부대수입으로 수익을 보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상 기내식을 제공할 경우 운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장거리 노선을 도입한 티웨이항공은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올 여름 첫 유럽 노선에 취항한 티웨이항공은 3분기 영업손실 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4.5% 늘어나 “외형 성장을 위한 단기적 출혈”이라는 회사의 설명이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LCC의 기본 전략인 단순화와 표준화를 통한 ‘저비용’의 본질을 지우는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두고봐야한다”며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싼 값으로 성장했지만…가격 차이는 미미
소비자들은 항공권을 구매할 때 ‘가격’을 가장 큰 고려요소로 꼽는다. LCC는 지금껏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차츰 늘려왔지만, 최근 들어 단거리 여행의 티켓 가격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저비용 항공사의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들이 연말 여행을 떠나곤 하는 12월 말의 일본행 비행기의 가격은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보다 10만원이나 더 저렴하다. 날짜를 변경하면 티웨이항공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지만, 불과 몇천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이씨(24)는 “여행하기 좋은 시간대에 운행하는 항공편을를 고르게 돼요. 수하물 추가하는 가격까지 더하면 어짜피 티켓값도 비슷해요”라고 말했다.
반면 장거리 노선은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인천발 로마행 항공권을 검색하면 티웨이항공은 왕복 55만원이지만, 대한항공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대다.
이는 신규 노선 취항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 유치’를 위해 전략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고객들뿐만 아니라 유럽 노선을 지속적으로 이용해오던 기존 대한항공의 고객들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항공 업계에서는 장거리 노선의 저렴한 가격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단거리 노선처럼 우선 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은 뒤 수하물 추가를 비롯한 부대가격과 티켓 값을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티웨이 항공이 이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고객을 유치하기에는 적절한 방법이지만, 수익성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치열한 저비용항공사 경쟁에…”신규고객 유입하고 이탈고객 흡수한다”
LCC들이 이토록 외형성장에 힘을 쏟는 이유는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쟁이 격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이 나온다.
우선 국내 LCC는 지난 2005년 제주항공 출범 이후, 현재 사업자수가 9곳으로 포화상태인 상황이다. 미국(9곳)과 함께 LCC 사업자 수 세계 1위다. 지금 당장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LCC들이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또 메가 LCC의 출범에 견제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대한항공의 LCC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이 통합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가장 많은 항공기를 보유했던 제주항공(41대)과 티웨이 항공(38대)를 넘어선 압도적 규모의 LCC가 탄생하게 된다.
통합 LCC가 출범하면 경쟁사의 수는 9개에서 7개로 줄어들겠지만, LCC가 운행하는 국제선 여객 수송의 절반을 통합 LCC가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고된 지각변동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 대응의 일부로 서비스 다각화 카드를 뽑아 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LCC가 FSC의 장점을 비즈니스 모델에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외형 성장 전략을 내세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휘영 인하대학교 항공경영학과장은 “LCC와 FSC가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취하는 전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각자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을 기본으로 사업 다각화를 해나가는 모습”이라며 “변화하는 항공업계에 발맞춰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거듭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LCC 본질은 지키면서, 새로운 기회 잡을 수 있어야”
티웨이 항공 관계자는 사업 모델을 묻는 질문에 “장거리 가는 LCC”라고 대답했다. 고객의 편의성을 최우선하는 FSC의 이미지와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를 챙기는 LCC의 이미지, 두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경계를 넘어선 도전 속에서도 ‘LCC’다운 운영 철학을 잃지 않아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더라도 비용 효율성과 기본적인 항공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이 장기적인 성장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항공기는 지금도 유럽 하늘길을 오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만족할만한 장거리 운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다. 실제 소비자들은 항공 운항의 기본적인 두 달 전 저비용 항공사를 통해 파리에 다녀온 대학생 마온유(23)씨는 출국과 귀국편에서 모두 20분가량 탑승 지연을 겪었다. “어떤 부가적인 서비스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없이 도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안전성과 시간엄수라는 기본적인 가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외연 확장은 부담되는 비용만 늘릴 뿐이다.”라며 “. LCC가 ‘저비용’ 항공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을 지켜야한다. 소비자들에게 ‘저비용 항공사에게 기대하는 가격’과 ‘저비용항공사 답지 않은 서비스’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때 장거리 가는 LCC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비용항공사의 새로운 도전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선택지가 되지 않도록, 새로운 하늘길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야 할 시점이다. /sb413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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