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블랙홀 속 금융지주 한숨 돌렸나

금융·증권 입력 2024-12-14 08:00:03 수정 2024-12-14 13:03:40 이연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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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장 줄줄이 연임 실패...신한은행만 유일하게 연임 성공
내부통제 강화 기조 맞춰 조직 쇄신·세대교체 바람 불어
하나금융·J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 나이제한 손질
금융당국 "나이제한 내부규범 변경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정부 '시장안정화' 총력전 사이 규범 개정 단행 논란도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올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은행권 내 인적 쇄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해 초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이슈 속에서도 호실적을 지켜내며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 주요 은행장이 금융지주사 내 세대교체라는 거센 바람 앞에 고배를 마셨다. 반면, 금융지주사는 상황이 다르다. 일부 금융지주사가 내부 규범 내 명시된 나이제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회장이 70세가 넘어도 연임이 가능해졌다. 
이를 두고 금융지주측은 경영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이 탄핵정국 속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막기에 집중하고 있는 틈을 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금융사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잠시 잠잠해지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탄핵정국 속 금융지주가 직면했던 주요 현안 관련 한숨 돌렸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내부 통제 책임 은행장 줄줄이 교체◆

4대 시중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신한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3곳의 은행장이 모두 교체됐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지주가 가장 먼저 차기 은행장 후보를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KB금융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현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선정했다. KB금융지주 내 비은행 계열사 대표가 은행장 최종 후보로 결정된 최초 사례다.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우리금융그룹이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우리금융그룹 자추위는 “현 조병규 은행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함에 따라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12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그룹임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하나은행 대표이사 은행장 후보로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추천했다. 이승열 현 하나은행장은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서 기업가치제고와 경영관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상혁 현 신한은행장은 4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임기 2년으로 재선임 추천되면서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5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경위)를 열고 정 행장 연임을 추천했다. 신한금융은 정 행장이 임기 내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자추위는 정 행장에게 중장기 전략에 기반한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1년 임기를 부과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2년 임기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내부적으로 정 행장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된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호실적 등을 바탕으로 금융사고 발생 등으로 내부통제 논란이 제기된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에서 은행장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있지 않는 한 계열사 대표이사에게 최초 2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을 보장해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시중은행 내 내부통제 강화와 조직 쇄신, 세대교체라는 주요 프레임을 중심으로 이른바 ‘깜짝 인사’가 단행됐다는 평가다. 특히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거세게 제기된 내부통제 강화 기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350억원 규모 친인척 부적정대출 사건이 금융감독원 검사와 검찰 수사로 확대됐고,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에서도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주문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짐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이 앞다퉈 은행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조용히 나이제한 규정 손질한 금융지주사…70세 넘어도 임기 보장◆

반면, 금융지주사의 상황은 변화 혁신 키워드와 다소 온도차가 감지된다. 일부 금융지주사가 지배구조 내부규범과 정관에 규정된 나이제한을 손질하고 있다. 

지난 11일 하나금융지주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 사항을 공시했다. 하나금융은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4절 이사의 선임·퇴임에 관한 기준 및 절차 제10조(이사 선임의 절차 및 임기)에서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 임기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고 정했다. 당초 '해당일 이후'를 '해당 임기 이후'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 회장은 연임에 성공할 경우 이번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통해 만 70세 나이 제한을 받지 않고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됐다. 현재 만 68세인 함 회장은 연임되더라도, 개정 전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를 경우 만 70세 이후 첫 주주총회가 개최되는 2027년 3월까지 2년만 재임할 수 있었다. 
하나금융은 "그룹 전반의 사업의 연속성과 경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JB금융지주도 지난달 기존 회장의 연령을 만 70세까지 제한한 기존 정관을 손질했다. 재선임 당시 만 70세 미만으로 변경함에 따라 1957년 1월생인 김기홍 현 J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김 회장은 지난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고, 내년 정기 주주총회 최종 승인을 거치면, 총 9년간 JB금융지주 회장직을 이어가게 된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하나금융과 JB금융의 내부규범과 정관 변경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감독 당국은 특히 규범 개정 시점과 승계 절차 개시 시점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사의 공정한 승계 절차의 보장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차례 반복되는 CEO의 임기 연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CEO 임기 연장과 승계절차 중요성에 대한 입장이 과거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등의 연임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금융지주사 핵심 계열사인 은행장 인사와 금융지주사 내부규범 변경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는 투자자 패닉셀과 요동치는 금융 외환시장을 만들었다. 이에 정부 경제팀은 연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를 개최하고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통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 총 50조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 투입 준비, 금융경제·금융상황점검 TF(기재부 1차관) 등을 통해 24시간 모니터링을 지속 등으로 시장안정조치에 나서고 있다. 또, 해외 신용평가사와 주요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컨퍼런스콜, 면담을 진행하며, 대외신인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정부 경제팀이 연일 시장안정조치와 메시지를 내놓기 바쁜 상황에서 특정 금융지주사의 내부규범 변경을 진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회장 거취 불투명 우리금융…검사 결과도 연기◆

정부 경제팀이 비상계엄 후 요동치는 금융 외환 시장 후폭풍 최소화와 경제 안정화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 따라 금융권 내 주요 이슈는 잠잠해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350억원 부적정대출 사건 관련 정기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 형태 불법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 원장은 불법 비리에 무관용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이달 검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금감원은 현 경제 상황과 금융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검사 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하겠다고 최종 정리했다. 이 원장이 손 전 회장 부적정대출 사건으로 연일 임종룡 회장을 압박했지만, 비상계엄 사태 후 탄핵정국에 접어들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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