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홀로 주가 역주행…매력없는 유통 공룡 줄줄이 약세
금융·증권
입력 2025-01-29 08:00:05
수정 2025-01-29 08:00:05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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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김보연 기자]국내 유통업체들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거래일기준 KOSPI 유통 지수 종가는 321.67으로 1년전(338.58)에 비해 5% 가량 내려갔고 3년전(351.90)보단 8.59% 하락했다. 1년새 시총은 4조4,589억원, 7%가량 쪼그라들었다.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으론 BGF리테일, 이마트, 호텔신라, 롯데쇼핑, 신세계, GS리테일,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등이 있다.
지난 한해 미국 월마트 주가는 71.94% 상승했고 아마존(47.18%)과 코스트코(41.36%)도 각각 40% 이상 오른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유통 대장주도 일제히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알리바바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10.26% 올랐고,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를 운영하는 SEA는 190.33% 치솟았다.
이 기간 이마트, 롯데쇼핑, 신세계 등 국내 증시에 상장한 국내 유통사의 주가는 급락했다.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 강자들과 출혈 경쟁 속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자 '내우외환'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유통 대장주도 바뀌었다.
전거래일 기준 국내 BGF리테일(-27.77%), 롯데쇼핑(-24.93%), GS리테일(-18.58%), 신세계 (-15.92%), 이마트(-10.21%) 등 국내 간판 유통사들의 주가가 지난해 같은 날 대비 큰 폭으로 추락했다. 해외 투자자도 대거 빠져나갔다. 이 기간 이마트의 외국인 지분율은 23.85%에서 18.52%로 하락했다.
장기간 박스피에 갇힌 국내 증시 약세 영향도 있지만 업계에선 근본적으로 국내 유통업체가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수익성이 바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3분기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0.6%, 롯데쇼핑은 3%에 그쳤다. 같은 기간 아마존(10.5%)과 월마트(4.3%), 코스트코(3.7%)의 영업이익률보다 훨씬 낮다는 것은 제 살을 깎은 가격 출혈 경쟁에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
이외 해외 유통사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격하고, 리테일 테크 등 신사업에 투자하며 경쟁력을 키워가는 동안 한국 유통업체들은 국내 시장에만 안주해 한정된 내수 시장 속 출혈 경쟁에만 매몰됐단 지적도 나온다.
국내 유통 대장주 투톱인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 10%에 그친다. GS리테일과 BGF리테일도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했지만 아직 해외 매출 비중이 각각 2%, 3%에 불과하다. 코스트코(31%), 월마트(18%)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무대에서 토종 e커머스의 존재감이 미미한 것인데, 이미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핀둬둬, 싱가포르 쇼피 등은 본토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 국내 이용자 비중이 압도적인 G마켓, SSG닷컴, 롯데온과는 다른 상황이다. 그마저도 쿠팡 등에 밀려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다.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신세계는 알리바바와 손을 잡고 기존 G마켓 셀러가 알리바바 플랫폼에 쉽게 입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지만, 업계에선 장밋빛으로 보진 않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시너지 전략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세계가 자산 매각까지 하며 G마켓을 인수했지만 실적부진이 계속되자 향후 매각 수순으로 가기 위한 길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G마켓의 영업손실은 지난 2023년 321억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341억원으로 점차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사업을 시작한 쿠팡도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유통 커버리지 8개 기업(이마트·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호텔신라·GS리테일·BGF리테일·코웨이)의 실적은 시장 기대치 대비 16% 하회할 것"이라며 "소비 침체 장기화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올해 소비심리도 강하게 반등하기 쉽지 않다"며 "국내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트래픽은 올해도 구조적 수요 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 부진 속에서 국내 출혈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까지 우리 시장경쟁에 뛰어들었다.
성장성도 불투명하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고령화로 내수 시장이 계속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대비)이 당초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0.1%, 연간 성장률은 2.0% 성장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은 현재 2%대 초반에서 2050년 0.5%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boye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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