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거부에 간식 제공 강요”…끌려 다니는 예비부부들

경제·산업 입력 2025-02-08 08:00:08 수정 2025-02-08 08:00:08 진민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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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비용 상승으로 '웨딩플레이션' 신조어까지 등장
웨딩업계 관련 민원 매년 증가…포기하고 직접 시장조사
스튜디오 촬영 시 안내장에 준비하라고 적어 놓는 경우도 있어
“저출생 반등 위해선 예비부부 경제적 부담 줄여줘야 할 것”

[사진=게티이미지]

“이미 부당한 관행들이 많다는 걸 들어서 직접 발로 뛰며 발품 팔았죠, 그러다보니 평일엔 일하고, 주말에는 발품 파느라 쉴 틈이 아예 없었어요”
(작년 5월 결혼한 한 신혼부부)

“스튜디오 촬영·드레스·헤메 등 사람의 손길이 거치지 않는 작업이 없다 보니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그냥 그려러니 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작년 9월 결혼한 한 A씨)

[서울경제TV=진민현 인턴기자] ‘웨딩플레이션’. 웨딩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결혼 관련 비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을 신조어를 뜻한다. 이젠 이 말도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체념한 듯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웨딩업 관련 민원을 조사한 결과 작년 1월에서 3월까지 예식장과 스드메 등 웨딩업 관련 접수 민원이 전년 동기 대비 32%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추가요금·현금결제 강요에 지쳐가는 예비부부…울며 겨자 먹기로 웨딩플래너 사용
[사진=게티이미지]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작년 평균 예식장 비용은 1283만 원으로 제작년(1057만 원) 대비 21% 증가했다.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을 뜻하는 일명 스드메 비용도 360만 원으로 같은 기간 8% 올랐다. 이에 대해 웨딩업계는 물가 및 인건비 상승의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하지만, 상품별로 따라붙는 ‘추가금’ 관행은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메이크업은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에 따라 얼리(early) 또는 레이트(late) 비용이 추가로 붙고, 신부 옆에서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케어해주는 헬퍼 이모의 수당도 자가 20~30만 원 부담해야 한다. 예식홀 장식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생화 장식의 경우 2000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드레스 시착이나 헬퍼 수당 등 일부 서비스에 대해 현금 결제만 요구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현금 영수증 요청 시 거부하거나 부가세 10%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작년 5월에 결혼한 C씨는(여·30세) 불만을 제기했다 괜히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다음 드레스 투어 예약 시간이 임박한 상황 때문에 드레스 업체 3곳과 드레스 헬퍼 비용에서도 영수증 발행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접 발품을 파는 예비부부 외에는 웨딩플래너에게 맡기는 경우가 흔한데 이 경우 가격 정보가 제한적이라 사실상 고지받은 범위 내에서만 선택해야 한다. 업체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결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간식 준비하시고, 예쁜 봉투에 돈 넣어주세요”…선 넘는 요구사항

신혼부부들은 꼭 바뀌었으면 하는 결혼식 문화로 '스튜디오 촬영 간식 준비'를 꼽았다. 지난 9월에 결혼식을 한 A씨(여·30세)는 촬영 당일에 촬영 작가, 보조 작가, 드레스 헬퍼 이모, 동행 플래너, 헤어 변형 디자이너 등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도록 간식과 음료를 준비했다”며 "필수사항은 아니었지만, 다른 분들도 대부분 준비한다고 하니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밝혔다. 심한 경우는 아예 안내문에 적어놓기도 했다. 예비 신부 B씨는(여·31세) 3주전 스튜디오 촬영을 했는데 안내문에 '간단히 드실 간식 준비하세요. 샌드위치, 김밥, 한입에 쏙 들어가는 사탕이나 과일·초콜릿, 음료 섭취 시 빨대 준비'라고 조그맣게 쓰여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인 마음에서 준비를 하는 건 상관없지만, 일부 업체에서 이를 당연시 여기는 문화가 정착된 모양새다. 

◇ 웨딩플레이션, 왜 일어나는 걸까… 역사·문화특수적 요인으로 나뉘어

학계는 웨딩플레이션의 원인이 한국의 역사적 요인과 문화·특수적 요인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고 본다. 한국은 신랑신부가 아닌 양가의 아버지가 혼주(혼례의 주인)가 되는 것처럼 결혼이란 제도가 신랑신부의 결합이 아닌 가족간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여전히 잔존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최근 SNS발 보여주기 문화에 따른 과시적 소비문화와 코로나 특수 요인이 합쳐져 가격이 치솟는다. 


◇ 정부, 예전부터 칼 뽑았는데 해결 안되는 이유는?

올해 상반기부터 시행되는 결혼준비대행업 분야 표준 약관.[제공=기획재정부]

정부에서도 웨딩업계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고질적인 문제로 떠오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관련 정책들을 개선해 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결혼준비대행업 분야 표준약관을 시행하고, 결혼 준비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소비자 피해 예방 가이드라인을 제작·보급한다.

그러나 보완책 대비 효과는 미비한 상황.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은 가격표시제를 도입했지만, 강제성 없는 ‘자율 사항’이었다. 옵션추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상이하며 개인의 선호도도 주관적인 점도 한몫한다. 또 올해 상반기부터 시행되는 가격정찰제를 앞두고도 예비부부들의 걱정이 크다. 웨딩업계 전반이 이미 독점적인 시장구조 속에서 정찰제 자체 공시 가격이 크게 상승하게 될 가능성 때문에서다. 

이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책 초기엔 공정위가 권고 외 강제성을 두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현황을 잘 파악해비용의 상한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이은 불경기 속에서 신혼부부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다. 작년 3월에 결혼한 한 신혼부부(25세·27세)는 “직접 경험해보니 결혼식 문화(스드메)는 이미 대부분 이쁘고 웅장한 것을 선호하는 문화로 자리가 잡혔고, 실제로 비쌀수록 더 이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신혼부부 지원 정책으로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신혼부부 대상으로 ‘신혼페이’와 같은 어플을 만들어 금액을 충전해주고 가전이나 가구 같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등 신혼부부들에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결혼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저출생’ 한몫 해… 공정한 결혼 문화 정착돼야 할 것

결혼의향이 없는 이유 중 결혼식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80.8%로 세 번째로 많이 차지한다.[자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그래픽=진민현 인턴기자]

정부는 결혼식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현재 한국 사회에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저출생 문제를 견인한다고 본다. 실제 지난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에 따르면, 만 25~49세 미혼 인구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결혼 의향이 없는 이유로 ‘결혼식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을 꼽은 응답자가 80.8%에 달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높은 주거비, 결혼식에 드는 막대한 비용 등이 젊은 층의 결혼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정한 결혼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jinmh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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