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미션제, 자율인가 강제인가…압박 속 달리는 라이더들
경제·산업
입력 2025-08-09 08:00:08
수정 2025-08-09 08:00:08
오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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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260건 미션’에 노조 반발… “라이더 안전 위협”
과도한 목표량에 현장선 ‘죽음의 미션’ 비판
“사고 경험 59%”… 보호받지 못하는 배달 노동
배민, 서비스 만족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실험' 중

[서울경제TV=오동건 인턴기자]
"260건을 달성하려면 하루 65건 이상을 배달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죠"
최근 배민커넥트가 시행한 인센티브형 미션에 대해 라이더 K씨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플랫폼은 ‘자율 참여형 보상 제도’라고 설명했지만, 라이더들은 줄어든 배달료를 보전하려면 미션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상생’을 외치며 도입된 제도들이 오히려 라이더들을 더 큰 압박 속으로 몰아넣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럼에도 플랫폼 측은 서비스 품질 제고를 이유로 시프트제와 도착시간 보장제 등의 시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 폭염 속 260건 미션에… 노조 “과도한 목표” 반발
지난달 10일 오전 6시부터 14일 오전 3시까지 나흘간, 최대 260건의 배달을 완료하면 최대 30만원을 지급하는 인센티브형 미션제도가 배민커넥트에서 시행됐다. 하루 평균 65건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조건으로, 무더위 속 강행된 이번 미션에 대해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죽음의 미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지난달 16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해당 미션을 포함한 라이더의 위험한 노동현실을 고발하고, 플랫폼 측에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문제가 된 미션 제도는 일정 시간 내에 배달 목표 건수를 완료하면 소정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이다. 평균적으로 3시간 내 배달 15건 완료시 3만5000원 지급 등과 같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배민커넥트는 처음으로 배달을 완료한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첫 배달 미션’을 운영하는 등, 라이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미션을 간헐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미션은 라이더들의 평소 배달량을 기반으로 설정됐다”라며 “절대로 강제성이 없으며 더 많은 배달 수행으로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분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 “자율 참여” vs “사실상 강제”… 입장 엇갈려
배달의민족이 운영 중인 ‘미션’ 제도를 두고 라이더들과 플랫폼 간 입장이 엇갈린다. 배민 측은 자율성 기반의 인센티브 제도라 설명하지만, 노조 측은 구조적으로 반강제된 노동이라고 반박한다.
앞서 플랫폼 측은 지난 4월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췄고, 거리 기준도 2배 이상 확대했다. 이에 라이더들의 동일 배달 건수 대비 수익은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션’은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현장의 반응이다.
미션 완료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지난 3월 라이더유니온측이 라이더 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8.8%가 수행할 수 없는 미션을 부여받는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세부 응답에는 '시간 내 콜이 들어오지 않음', '조리 대기시간이 길어 미션 수행 불가', '폭설, 빙판길 등 악천후에도 동일한 미션 조건 부여' 등이 잇따랐다.
우아한 형제들 관계자는 “미션은 라이더 개별 배달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설정하며, 자율적으로 수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보상 구조”라며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사람만 참여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 사고 경험·법적 사각지대… 안전 우려도
라이더유니온지부는 미션제도에 대해 "과도한 달성 기준이 라이더의 안전을 위협한다"라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미션 수행 중 사고를 겪은 비율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이더유니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59%의 라이더가 미션 수행 중 사고를 경험했고, 68.6%는 "미션이 사고 위험을 높인다"고 응답했다. 미끄러짐 및 전복(64%), 차량 충돌(51%), 차량 고장(12%) 등이 주요 사고 유형이었다.
제도적 사각지대도 문제로 지적된다. 폭염 시 노동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개정안이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택배·배달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이 같은 우려에 플랫폼 측은 "라이더 안전 역시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배달안전365 캠페인' 등 여름철 라이더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계절별 위험 요소를 고려한 프로그램을 추가로 기획·운영해 안전한 배달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 소비자 만족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배민 “지표 개선 목적”
우아한형제들은 라이더 측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이미지 개선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배달 품질 지표 개선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3년 2월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배달 지연 피해 경험률 49.4%, 배달비 불만률 86.7%로 모두 주요 앱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쿠팡이츠는 같은 해 하반기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배달 품질, UI 편의성, 고객 응대 등 주요 항목에서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며 소비자 평가에서 앞섰다.
이에 따라 배민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시범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라이더가 근무 시간을 사전 예약해 지정된 시간에만 배달을 수행하는 ‘시프트제’를 시범 운영했으며, 같은 시기에는 고객에게 약속된 시간 내 배달을 보장하는 ‘도착시간 보장제’도 일부 지역에서 시범 도입했다.
지난달 배민 2.0 리브랜딩을 선언한 우아한형제들은 품질 개선과 상생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라이더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질적인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oh199820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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