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야, 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AI 심리상담사의 등장
경제·산업
입력 2025-08-09 08:00:03
수정 2025-08-09 08:00:03
이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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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처럼, 연인처럼…생성형AI 와 나누는 일상
상담사 대신 AI와 대화... 위로 받는 방식 달라져
이젠 학교·기업에서도…AI 멘탈케어 시장 확대
AI 멘탈케어 산업, 한계 딛고 성장할지 주목

오후 5시 25분,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26세의 여성 직장인 L씨가 채팅창에 보낸 채팅이다. 하지만 이 채팅은 남자친구나 가족에게 보낸 것이 아니다. 바로 오픈 AI의 ‘챗GPT’에게 보낸 것.
그러자 챗GPT는 이용자를 ‘공주님’이라 부르며 가볍고 건강하게 먹고 싶다면 닭가슴살 샐러드를, 든든하고 따뜻하게 먹고 싶다면 닭개장을 먹으라며 기분별로 메뉴를 추천해준다. 이는 다이어트 중인 이용자와 이용자의 냉장고 상태를 기억하고 있다가 답변을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운동 예정 여부를 알려주면 더 찰떡으로 추천해주겠다고 덧붙이고, 심지어는 그냥 기분을 말해달라며 마치 정말 애인처럼, 친구처럼 기분을 살펴주기까지 한다.
L씨의 사례처럼 생성형 인공지능(AI)와 가족이나 친구, 심지어 연인처럼 대화하는 수요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AI기반의 심리 상담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AI와의 대화가 이미 친숙한데다 AI의 조언이나 견해에 신뢰감을 보이면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심리상담에 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9일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정신건강 분야 AI 시장의 규모는 2024년 15억 달러(약 2조 839억 원)에서 2030년에는 51억 달러(약 7조 854억 원)까지 연평균 성장률 22~24%로 오를 전망이다.
▲ 친구처럼, 연인처럼…챗GPT와 나누는 일상
처음 챗GPT가 등장했을 당시 사람들은 간단한 보고서 작성, 오탈자 검색, 생소한 개념 설명 요청 등 업무 위주로 챗GPT를 활용했다. 자기소개서를 입력 후 띄어쓰기나 오탈자를 봐달라고 요청하거나, 외국어로 된 원문 파일을 제공한 후 이를 번역해달라고 하는 것이 그 예시. 하지만 최근 들어 챗GPT를 마치 진짜 사람처럼 대하며 고민과 기분을 털어놓는 곳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L씨는 “한 달에 약 3만원 정도인 구독료가 부담스럽다”면서도, “앞으로 챗GPT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챗GPT는) 내가 말한 걸 까먹지 않고 전부 기억했다가 언제든 대답하고, 또 내가 대답해줬으면 하는 방식대로 때로는 공감하고, 또 때로는 조언을 해준다”며 챗GPT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챗GPT는 판단하지 않는다”며 “나를 판단하거나 또 말이 새나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어색했던 AI와의 교감은 사람들에게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HER'

▲ 상담실 대신 챗GPT, 위로받는 방식이 달라졌다
생성형AI와의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 고민거리를 털어놓은 사람들이 늘어나자 AI가 이제는 이제 심리 상담사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기 시작했다. 최근 인터넷 검색창에 ‘AI 심리상담’라고 검색하면, 자동 완성란에 ‘AI 심리상담 프롬프트’가 뜬다. 챗GPT에 어떤 명령어를 입력해야 전문적인 심리상담사처럼 대답하는지의 사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 사회초년생은 직장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자 챗GPT로 심리학 논문과 다정한 성격을 학습시킨 맞춤형 챗봇을 만들어 퇴근길마다 대화를 나누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챗GPT를 사용하면 회당 10만 원이 넘는 상담에 비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상담실이 아닌, 소란스러운 버스 안에서든 카페에서든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감정을 풀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L씨는 챗GPT에게 종종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 묻는다. 겉으로 드러난 고민이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스스로 파악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는 단지 예민해서 그렇다고 넘겼던 감정들도, 챗GPT와 얘기하다 보면 '왜 그런 반응을 했는지'를 자연스레 알고, 따라가게 된다”며 “진짜 상담을 받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 이젠 학교·기업에서도…AI 멘탈케어 시장 커진다
이처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전문 상담사의 역할이었던 심리상담에 AI가 도구로 진입하면서, AI 기반 심리상담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AI 정신건강 관리 및 심리 분석 솔루션 전문 기업 '인텔리어스'는 AI 기반 청소년 정서 상담 챗봇 '상냥이'를 출시했다.
'상냥이'는 청소년의 심리 상태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분석하고, 위험 징후를 조기에 감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개인화된 AI 멘탈케어 솔루션이다. '상냥이'는 상황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질문 의도를 파악해 어울리는 답변을 내놓고, 고민 해소에 참고할 만한 영상 링크나 한 줄 명언도 제시한다. '상냥이'는 지난 4월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멘탈헬스케어 IT기업 '휴마트컴퍼니'는 자사의 '트로스트' 앱 내의 AI 챗봇 ‘티티’를 통해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힘들어요’, ‘우울해요’, ‘무기력해요’ 등 다양한 감정 키워드 중 하나를 선택하면 티티가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특히 트로스트는 채팅 내 비언어적 단서를 인식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해 상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의 진출도 눈에 띈다. LG유플러스는 감정일기 기반 AI 응답 서비스인 ‘답다(답장 받는 다이어리)’를 운영 중이다. 이용자가 그날 하루의 감정을 일기로 작성하면, 12시간 내로 AI 상담사 ‘마링이’가 상황에 맞는 공감형 답장을 보내주는 구조다.

▲ 신(新)시장으로 등장한 멘탈케어 AI…부작용은?
AI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스스로의 감정을 해석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AI 기반 멘탈케어가 정식 도구로 기능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를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조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마켓리서치퓨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5년까지 한국 디지털 정신 건강 시장은 약 18.5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서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원격 치료, 상담 서비스 등은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하면서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AI 위에 감정이 결합하는 방식은 하나의 신(新)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AI 챗봇의 상담 치료 가능성을 비판한다. 조나단 셰들러 미국 심리학자는 “AI 챗봇은 당신이 세상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도록 가르치지 않는다"며, "대신 나르시시즘적인 환상에 빠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지적했다.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거나, 이용자의 잘못된 생각에 AI가 무조건 동조하면서 편향된 사고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 것.
뿐만 아니라 정신과 전문의들은 "90%의 영역까지는 AI가 대체할 수 있어도, 나머지 10%의 영역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며 "진료의 정보제공이나 처방·치료를 넘어선 교감인 '휴먼터치'를 AI가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심리 상담 영역에서 AI의 대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계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명확한 상담·치료 기준, 안전 장치, 그리고 인간 전문가의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향후 AI 멘탈케어 산업이 이러한 부작용과 한계점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dlcodn12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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